누구를 위한 새터인가?
누구를 위한 새터인가?
  • 임강훈 기자
  • 승인 2002.03.0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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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방학을 마무리짓고 새학기를 준비하는 2월 하순이면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행사, 새내기새배움터(이하 새터)가 열린다. 올해도 어김없이 02학번 새내기들을 맞이하기 위한 새터가 열렸었다. 하지만 그 새터가 끝나고 난 지금, 새터가 정말 신입생들을 위한 시간이 되어주었나에 대해 생각해보면 작은 회의가 든다.
신입생 오리엔테이션이란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새내기들이 대학 생활에 쉽게 적응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행사이다. 그것에는 대학 전반에 대한 소개와 안내도 있어야 할 것이며, 학생들이 좀 더 편하고 쉽게 대학 생활을 해나갈 수 있도록 선배겣엽竪欲珦?친분을 쌓을 수 있게 해주는 역할도 있어야 할 것이다. 사실 우리나라 대학의 오리엔테이션 풍토는 너무 지나치게 후자에 치우쳐있는 편이다. 그 때문에 신입생들의 지나친 음주가 해마다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
하지만 우리대학의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행사는 조금 다르다. 모든 학생이 기숙사 생활을 하고 있다는 특수성과 함께 새터 행사가 신입생들이 좀 더 많은 것을 얻어갈 수 있게 하자는 취지를 살려 타대학에서는 보기 힘든 여러 가지 다양한 행사가 이루어지며, 그 기간도 6박7일이나 된다. 단순히 선배겣엽竪欲?즐기고 놀기위한 새터가 아니라 오리엔테이션이라는 행사가 가지는 본래의 취지를 살리자는 것이다.
그런데 2000학년도 새터 때부터 신입생들의 과음과 밤늦은 시간까지의 술자리 때문에 행사 자체가 왜곡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되었다. 행사 첫날부터의 지나친 음주 때문에 오전 행사에서 대다수의 학생들이 졸고있는가 하면, 숙취를 견디지 못해 행사에 불참하는 학생들도 있었고, 심지어는 인솔자들이 신입생들을 인솔하러 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발생했다. 이러한 문제가 생겨나게 된 가장 큰 원인은 1999년도까지만 해도 각 학과별로 신입생들을 관리하던 것이 2000년부터 분반제도로 바뀌면서 지정된 분반 인솔자들 몇몇에게 그 역할이 맡겨졌기 때문이다. 학교에서는 인솔자들이 알아서 적절한 선을 지켜줄 것이라 기대했으나 인솔자들은 새터 행사의 중요성을 깨닫지 못하고 신입생들과 조금이라도 더 오랫동안 술자리를 갖는데에만 급급했다.
학교와 새터준비위원 측에서는 이 문제를 분반 인솔자들과의 충분한 대화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하고 이번 2002년 새터를 준비하면서 인솔자들과 수차례 모임을 가지고 새터 행사 중 무리한 술자리를 가지지 말아 줄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결과는 지난해와 별반 차이가 없었다. 이는 인솔을 맡았던 재학생들과 새터준비위 측과의 인식의 차이가 크기 때문이다.
어떤 인솔자들은 학교와 새터위원측에게 “행사장에 늦지않게 들여보내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냐?”라는 식으로 항의를 하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학생들이 비몽사몽하는 상태로 끌려오듯 행사장에 참석을 한들, 아예 불참을 하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겠는가. 이것은 인솔자들에게 새터 행사 일정이 그저 형식적이고 겉으로 내보이기 위한 행사로 밖에 인식되고 있지 않았음을 뜻하는 것이다.
물론 새터 행사에서 술자리도 중요한 의미를 갖는다. 신입생들이 선배나 동기 등과 미리 친분을 쌓고, 술잔을 나누며 많은 얘기를 나누는 시간들 또한 새터에서 빠져서는 안될 중요한 요소이다. 하지만 학생들에게 자제를 부탁했던 날에는 밤늦게까지 술자리를 가진 반면, 학생들을 위해 시간이 마련되었던 날에는 오히려 학생들이 그 전까지의 술모임에 지쳐 일찍 모임을 끝마치는 경우가 많았다는 것은 참으로 아이러니하지 않을 수가 없다. 술을 많이 마시느냐 적게 마시느냐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그것이 새터 행사 본래의 취지를 흐리게한다면 그것이 문제가 되는 것이다.
얼마 전 새터개선위원회가 구성되었다고 한다. 새터 행사의 비효율적인 부분을 개선하고, 분반 중심 성격의 새터 이후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문제점들을 고치기 위함이다. 물론 행사 구성상의 비효율성도 시급히 고쳐져야 할 부분이지만, 무엇보다 선행되어야 할 것은 재학생들의 새터에 대한 인식 교정이 아닌가 한다. 원하든 원하지 않든 무학과로 입학하는 정시생들은 앞으로도 있을 것이고 새터가 예전처럼 학과 중심의 행사로 돌아가는 것은 힘들 것이다. 2003년 새터 때에는 좀 더 적극적인 홍보와 대화로 재학생들의 새터에 대한 인식이 바로 잡히고, 신입생 오리엔테이션 행사의 본래의 취지를 잘 살릴 수 있는 새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