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동산에서] 남북 과학기술 교류ㆍ협력의 활성화를 바라며
[노벨동산에서] 남북 과학기술 교류ㆍ협력의 활성화를 바라며
  • 박찬모 / 대학원장, 컴공 교수
  • 승인 2002.01.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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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찬모 / 대학원장, 컴공 교수
국내외적으로 다사다난했던 신사년이 지나고 희망의 임오년 새해가 밝았다. 금년에는 모든 일이 준마와 같이 힘차고 빠르게 추진되기를 바라며 특히 남북의 과학기술 교류와 협력이 활성화되기를 기원한다.

우리나라가 분단된 지 벌써 반세기가 넘었다. 그동안 단일민족이면서도 남북으로 나뉘어져 서로의 왕래는 고사하고 편지마저도 자유롭게 주고받을 수 없다보니 정치이념은 물론 언어와 문화, 관습마저도 이질화되었고 과학과 기술면에서도 많은 차이점을 보이게 되었다. 물리, 화학, 수학 등 기초과학분야는 그래도 오랜 전통이 있어 남북의 차이가 아주 크지 않으나 정보기술(IT) 같은 첨단기술분야는 매우 큰 차이를 보이고 있다. 특히 21세기 정보화 시대에 돌입한 지금, IT분야의 격차가 커질수록 한반도의 정보화 사회 정착 문제가 확대되고 통일 비용도 많이 들며 통일 후에도 많은 애로가 있게 된다.

이러한 당면과제를 해결하는 데는 정부의 노력도 중요하겠지만 민간차원의 교류와 협력 역시 매우 필요하다. 즉 정부의 하향식(top-down) 접근방식만으로는 어렵고 민간차원에서 자주 접촉하여 흉금을 털어놓고 대화함으로써 신뢰와 동질성을 회복하는 상향식(bottom-up) 접근방식이 병행될 때 남북교류와 협력이 원만히 이루어지고 통일을 향한 지름길이 될 것이다. 비록 한반도는 강대국에 의해 둘로 갈라졌지만 이것을 하나로 되돌리는데는 우리민족 스스로의 화해와 협력, 공동의 노력이 절실히 요구된다. 여기에 과학기술 교류와 협력의 의의가 있다고 본다.

북한의 과학기술 현황을 살펴보면 이론과 기반기술에는 강하나 응용이나 상업화 기술에는 많이 뒤떨어져 있다. 특히 첨단기술분야는 경제적 곤란과 대북한 전략장비 판매 규제 등으로 첨단기기의 도입이 매우 곤란하기 때문에 어려운 점이 많이 있다. 반면 자본이 많이 들지 않고 인간의 두뇌와 창조력만 있으면 훌륭한 제품을 생산해 낼 수 있는 소프트웨어분야에 북한은 많은 노력을 경주하여 훌륭한 인재를 많이 양성하고 있다. 따라서 과학기술분야의 교류곀苾쩜?이러한 북한의 사정을 고려하여 IT분야부터 우선적으로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북한도 김정일 위원장이 중국의 베이징과 상하이를 방문한 후 IT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모든 산업에 있어 컴퓨터화를 추진하라고 지시한 것을 볼 때 IT분야 협력은 가능성이 크다.

그동안에 추진되어 온 몇 가지 사례를 보면 삼성전자가 조선콤퓨터쎈터와 공동으로 중국 베이징에 연구소를 세웠고 허브메디닷컴이 조선콤퓨터쎈터가 개발한 한방체질진단 소프트웨어인 ‘금빛말’을 수입 판매하고 있으며 현대 아산이 조선콤퓨터쎈터와 공용으로 금강산 지역에 첨단 IT 연구단지를 조성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엔트랙이 광명성 회사와 합작으로 평양에 3D 콘텐츠 및 애니메이션 개발단지인 고려기술개발제작소를 설립하기로 계약을 체결했고 하나비즈닷컴이 평양정보쎈터와 중국 단동에 하나프로그람쎈터를 설립하여 40명의 북한 연구원이 파견되어 교육 및 소프트웨어 공동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이곳에는 포항공대 연구원도 가서 가상현실 교육을 하고 왔다.

IT분야에서의 남북협력 추진분야를 생각해 본다면 단기적으로는 남한의 자본 및 상업화 기술과 북한의 이론 및 소프트웨어 우수 인력을 접목시켜 응용소프트웨어를 공동으로 개발하는 것으로서, 특히 애니메이션, 디지털만화, 가상현실 분야가 유망하다. 현재 한국의 대학으로는 처음으로 우리 대학과 평양정보쎈터가 가상현실분야에서 공동연구를 하고 있으며 이것이 앞으로 타 대학의 모델이 될 것이다. 장기적으로는 북한의 IT 연구개발을 위한 인프라 구축과 인력 양성을 위한 교원양성프로그램(Teach-the-Teachers Program) 등을 추진해야 된다. 또한 표준화 문제 해결과 국제프로젝트를 공동으로 수행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러기 위해서는 남북이 공동으로 정보기술연구소를 설립하는 것이 필요하며 과학기술자의 왕래가 쉬워져야 한다. 또한 북한에서는 인터넷을 수용하여 사이버공간을 이용한 남북 IT 교류가 활발히 일어나게 해야 한다. 최근 들어 북한에서 인트라넷과 방화벽(Firewall)에 관한 연구가 활발한 점을 고려할 때 인터넷을 수용하기 위한 선행작업으로 볼 수 있다.

컴퓨터기술과 정보통신기술의 발달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할 수 있게 했으며, 인터넷 등을 통하여 세계를 좁히고 있다. 반면 기술장벽은 높아만 가고 있어 앞으로 국제 경쟁에서 우위를 차지하기 위해서는 첨단 정보기술의 발전이 무엇보다도 필요하다. 남북이 신뢰성과 동질성을 회복하고 남북 모두의 정보화 사회 조기정착과 통합을 하기 위해서는 지금부터라도 IT분야의 남북 교류와 협력이 활발히 이루어져야만 하고 나아가 이러한 교류곀苾쩜?과학기술 전 분야로 확산되어야 하리라 본다. 마지막으로 우리 대학 여러 구성원들의 관심과 참여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