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동산] 정보화의 길
[노벨동산] 정보화의 길
  • 오왕희 / 시스템개발팀장
  • 승인 2001.10.1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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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개월 여의 캠퍼스 정보화 작업이 마무리되고 새로운 종합정보시스템 ‘POSIS’를 세상에 내놓은 지도 벌써 어느 정도의 시간이 지났다. 프로젝트 기간 동안 경험한 크고 작은 많은 일들이 머리 속에 되내여진다. 개발이 완료되어 시스템은 가동되고 있지만 어찌 보면 이제부터가 시작일 것이다.

프로젝트 기간 동안 많은 시행착오와 난관이 있었지만 우리들에게 가장 큰 부담을 준 것은 어떤 문제점에 봉착했을 때 그 문제가 순리적으로 풀리기 까지는 너무나 많은 낭비적인 노력이 필요하였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그 문제의 순리적인 해법이 무엇인지 알고 있어도, 고려해야 하는 여러 복잡한 요인이 작용된다는 것이다. 이는 의사결정 과정이 합리적이지 못했거나 민주적이고 자유로운 의견 개진에 장애 요인이 있었으며, 의견 수렴 기술이 부족했다고 볼 수 있다. 최적의 방법을 도출해 내는 과정에 장애가 있게 되면 결과는 ‘최적의 방법’이 될 수 없다. 모든 일들이 적나라하게 분석, 평가되어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적, 최선의 방법이 선택되어 시스템이 개발되었는가를 생각하면, 아쉬운 점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

과거에 경험하지 못한 무한 경쟁시대인 오늘날, 패러다임의 근본적인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유럽의 최고 경영자들이 모여 21세기를 주도할 핵심 성공요소를 논의한 결과 혁신, 공조 그리고 이해 관계자와의 공생 이 세가지로 의견이 모아졌다. 즉, 나 하나보다는 관련된 모든 이해 관계자를 성공으로 이끄는 조직이 떠오를 것이라는 예측인 셈이다.

그러나 생리학적으로 사람의 뇌가 가장 싫어하는 것이 변화라고 한다. 즉, 우리의 뇌는 그 본성이 변화를 거부하게 되어 있는 것이다. 그래서 변화란 힘든 과정이라고 한다. 한번 안정적인 수준에 도달하면 그 이후의 변화에 대해서는 거부한다. 그러므로 모든 혁신과 변화는 사실 뇌와의 끊임없는 싸움이다. 현재의 방식에 불만이 있어도 거기에 익숙해진 사람들은 문제가 발생하면 새로운 해결점을 찾기 보다는 익숙해져 있는 지금의 상태가 차라리 낫다고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지식과 정보능력, 창의성이 중요시 되고 있는 지금의 경영환경에서 과거의 리더십 이론은 지금까지 경험하지 못한 도전에 직면하게 되었다. 리더의 탁월하고 창의적인 이슈 제기와 이를 실천할 수 있는 제도적, 문화적, 시스템적인 변화, 그리고 이와 관련된 조직내 관계자들의 지원과 동참의 문제가 더 중요하게 된 것이다. 현재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글로벌 경쟁적 환경은 복잡하고 미묘한 조직내의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많은 시간과 자원을 투자하여 법과 제도를 만들고, 이를 조직 구성원이 합의하고, 그리고 계속적인 갱신을 허용할 만큼 충분한 시간을 주지 않는다. 그 사회, 그 조직 구성원 하나 하나가 의식 속에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가와 어떤 전통, 저변의 큰 흐름이 무엇인가가 조직의 장래에 더 큰 영향을 미칠 것이다.

우리에게는 분명한 목표와 비젼이 있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각자가 자신의 일에 솔선수범해야 한다. ‘나를 따르라(Follow me!)’는 시대는 지났다. 자신의 일 한복판에 서서 ‘가자(Let’s go!)’고 외쳐야 한다.

닷컴(.com)의 시대가 가고 닷넷(.net)의 시대가 열리고 있다. 나 홀로에서 네트워크로 패러다임의 대 전환이 나타나고 있다. 세계인들이 한국의 정보통신에 대해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고 한다. 서울 올림픽 폐막식에서 사람들의 가슴을 두드렸던, 한과 신명이 어우러진 그윽한 정보통신의 소리, 그 다듬이질 소리가 인터넷을 타고 세계인들의 가슴에 파고든 까닭이 아닐까?

정보통신에 강한 조직이 되려면 소리를 들을 줄 알아야 한다. 남들이 우리의 소리에 호기심과 경이로움으로 귀를 세우고 주목하고 있을 때, 정작 우리는 가장 가까운 우리 이웃들의 소리에 귀를 막고 지낸 것은 아니었을까? 나의 고객, 나의 동료가 지금 무슨 소리를 내고 있는지 귀를 귀울이자. 우리가 도달해야 하는 목표는 함께 가야 되는 길이다. 일의 진행 과정 과정마다 서로가 서로를 응원하기 시작하면 우리는 멀지 않아 목표를 더 높게 잡아야 할지도 모른다.

이번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가장 즐거웠던 일은 테스트 과정에서 예상치 못한 프로그램상의 에러에 걸려 여러 날을 고생하던 중, 생각이 미치지 못했던 아주 사소한 작은 곳에서 그 원인을 찾은 직원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던 날이다. 정보화로 가는 쉽지 않은 길에서도 즐거움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