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동산] 영어 강의가 바람직하다
[노벨동산] 영어 강의가 바람직하다
  • 이진옥 / 생명과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07.04.18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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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는 Global Interdependence의 시대가 될 것이다. 현재 지구상에서 전개되고 있는 각 분야의 활동을 보면 과연 Globa
lization 시대라고 할 수 있다. 정치·경제·문화 그리고 스포츠계에서 국가간의 상호 협력과 의존도를 보면 이제는 지구가 한나라인 것 같이 느껴진다. 자기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 인정을 받으려면 자기 나라에서가 아니라 세계적이어야 한다. 한국에서 어느 분야보다 과학과 기술계의 국제화가 절실히 요청되고 있다. 국가의 장래가 과학과 기술의 발전에 달려 있으며, 그 경쟁은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

필자는 지난 3월 3일부터 7일까지 미국 볼티모어에서 열린 ‘Biophysical Society 51st Annual Meeting’에 참석하여 뉴욕시에 있는 록펠러대에서 수행한 연구결과를 발표하였다. 이 학회는 전 세계에서 4~5,000명의 생물물리 학자들이 참석하여 연구결과를 발표한다. 이번 학회에 약 60여명의 한국인이 참석하였다. 이들 대부분이 한국에서 연구를 수행하고 있는 분들이었다. 매년 이 학회에서 한국인들이 모여 자기의 연구분야를 소개하고 친교의 시간을 가진다.

1972년 필자가 박사과정 마지막 해에 이 학회에 처음 참석하였을 때는 한국인을 만나볼 수 없었다. 그 후 필자는 이 학회에 거의 매년 참석하고 있다. 올해에 60여명의 한국인이 참석하였다는 것은 한국의 과학자들이 세계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매우 고무적이다.
이 학회에서 연구결과 발표는 두 가지 형태로 진행된다. 하나는 Platform Session으로, 각 발표자가 15분간 Oral Presentation을 한다. 다른 하나는 Poster Session으로, 발표자가 약 2시간 동안 Poster 앞에서 방문자들에게 연구결과를 소개하고 질문에 답하며 토의하는 것이다. 필자는 이번 발표에서 거의 2시간 동안 쉴 틈 없이 연구결과를 설명하고 질문에 답하며 토론하였다. 그리고 필자는 한국인이 발표하는 Oral과 Poster Presentation을 찾아 관심을 가지고 지켜보았다. 대부분의 한국인이 발표를 잘 하였다. 이들이 학회에 오기 전에 얼마나 열심히 준비하고 발표 연습을 하였는지 상상할 수 있었다.

1972년 필자가 Oral Presentation을 할 때 지도교수가 지켜보는 앞에서 적어도 3번은 연습(Rehearsal)을 했던 것으로 기억한다. 왜냐하면 10분 발표에 5분간 질의응답이란 제한된 시간에, 그리고 서툰 영어에 효율적이면서 실수가 없어야 했기 때문이었다. 35년 전이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무척 떨리고 어려웠던 것으로 기억된다. 영어가 Native Language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따라서 영어를 잘 할 수 있도록 연습에 연습을 거듭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었다.

영어로 말하고 들을 수 있는 능력을 기르는 것은 과학자 그리고 기술자로서 세계로 나아가 꿈을 이루는데 필수적이다. POSTECH은 세계적인 연구중심대학이 되려는 비전을 가지고 있다. 이것을 이루기 위해서는 영어로 연구결과를 발표·소개하고 의견을 제시하며 토론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이런 능력을 기르는 한가지 방법은 강의에 영어를 사용하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필자는 생명과학과에서 생리학 강의를 영어로 진행하고 있다. 1시간 15분 강의에 1시간 5분은 필자가 강의하고, 나머지 약10분은 ‘Student Presentation and Discussion’으로 진행하고 있다. 학생 1명에게 과제를 주어 다음 강의시간에 발표하도록 한다. 학생들이 준비를 잘하고 영어 사용 능력도 좋아서 만족하며 보람을 느끼고 있다. 영어 강의를 하는데 Native Language가 아닌 우리로서는 완전할 수 없다. 영어 사용을 잘하거나 서툴거나가 중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연구결과와 의사를 영어로 전달할 수 있는 능력을 연습과 경험을 통해 배워가는 것이다.

과학자는 자기 분야에서 주된 국제학회에 매년 참석하여 연구결과를 발표한다. 학회에서 주목받는 연구결과를 발표하게 되면 자연히 세계적으로 알려지게 되는 것이다. 또한 자기 분야의 연구자들을 만나 친분을 쌓는 것도 연구활동에 중요하다. 치열한 경쟁에 뒤지지 않고 연구중심대학의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세계로 나아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