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동산] 대~한민국!
[노벨동산] 대~한민국!
  • 장태현 / 화학 교수
  • 승인 2006.03.2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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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World Baseball Classic(WBC)에서 들려오는 연이은 승전보가 전세계 우리 민족의 단일 화제가 되어 있다. 그렇잖아도 최근 들어 쇼트 트랙, 골프, 피규어 스케이팅 등 여러 스포츠 종목에서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이토록 전세계에 대한민국의 이미지를 강렬하게 심어주기도 쉬운 일이 아닐뿐더러, 많은 국민들에게 복잡하고 어려운 일들을 잠시라도 잊고, 한 민족으로서 즐거움을 만끽할 수 있는 청량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러한 스포츠는 개인의 능력을 최대한으로 개발해야 하지만, 이들의 능력과 열정을 잘 아우르는 지도력이 합쳐질 때 이루어지는 것이기도 하다.
2002년 월드컵에서 우리나라 축구팀이 거둔 기적적인 성과의 상당 부분을 히딩크 감독의 공으로 돌리는 것에 별로 이의가 없듯이 팀워크를 중요시하는 단체 경기에서 지도자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이번 한국 야구팀의 경우도 김인식 감독을 위시한 코치진의 팀 장악력과 용병술이 매우 높이 평가 받고 있다. 사실 국가, 회사, 학교, 스포츠 팀 등 어떠한 조직 사회도 이들의 발전에 지도자가 미치는 역할은 막중하다. 지도력은 조직의 성격과 상황에 따라 영화 동막골에서와 같이 “뭘 잘 멕여야” 하는 수도 있을 것이고, 야구대표팀과 같이 자율적으로 선수들로부터 열정을 불러낼 수 있어야 되는 경우도 있을 것이나, 조직의 발전을 위한 확고한 철학과 신념을 바탕으로 구성원의 존경과 신뢰를 받을 수 있어야 발휘되는 것이다. 적절한 지도자를 얻지 못한 조직은 경쟁에서 뒤쳐질 수밖에 없다.
스포츠에서 세계 정상 접근의 쾌거를 보면서, 우리나라 과학기술도 스포츠에 못지않은 경쟁력을 갖도록 발전하기를 기대해 본다. 그런데 전세계에서 활동하는 대한민국 국적의 스타 선수들이 모여 단판으로 승부하는 스포츠 경기 능력과 과학기술을 비교하는 것은 옳지 않은 일이다. 이러한 소수의 스타들을 통한 단기 승부의 성과를 원하는 조급함이 지난 연말 연시에 전국을 흔들었던 H 교수건과 같은 스캔들의 원인을 제공한 것이다. 과학기술을 바탕으로 한 국력 배양은 단기전이 아닌 장기전이며, 승부가 한판에 결정된다기 보다는 꾸준히 축적되는 것이며, 소수 스타들의 기여에 덧붙여 다수의 기량이 뒷받침 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H 교수의 스캔들을 적절하게 잘 처리할 수 있도록 되기까지, 우리 대학을 위시한 전국의 젊은 생명과학도들의 역할이 컸다는 것은 대견스러운 일이다. 앞으로 이러한 열정과 정의감이 새로운 것을 탐구하는 방향으로 모아져 좋은 연구성과로 이어지기를 기대해 본다.
2단계 BK사업의 최종 심사와 결과 발표가 곧 있으리라고 한다. 올해로 개교 20주년을 맞는 포항공대는 국내 최고의 교육 및 연구 능력을 가지고 있음이 이번에 공개된 BK 신청서를 통해 다시 한번 확인되었다. 사업단 선정에 있어 다른 요인에 의한 불리함이 있을 것 같다는 우울한 소문도 없는 것은 아니지만, 능력을 도외시하는 선정은 곧바로 우리의 고등교육과 과학기술의 퇴보와 직결된다는 점을 감안할 때, 그러한 우둔한 일은 없을 것으로 믿고 싶다. 그런데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정상에 도달하였다고 안도하고 자만할 때, 바로 퇴보라는 길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번 WBC에서 국제적인 망신을 한 미국이나 30년 불패를 운운하던 일본이 좋은 예라고 할까? 이번에 공개된 BK 신청서에 나타난 몇몇 다른 대학들의 발 빠른 발전 속도는 이제 우리나라 대학의 연구도 본격적인 다자 경쟁시대에 접어들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대한민국 야구팀의 승전보가 계속되기를 기대해 보지만 최선을 다한 후에 결과에는 만족해야 하는 것이 또한 삶의 지혜이며 행복해지는 길이다. 특히 승부를 예측하기 힘든 단기 승부에서는 더욱 그렇다. 단기전에 좋은 성적을 얻는 것 보다는, 언제나 우승 후보로 꼽힐 수 있는 것이 진짜 실력인 것이다. 스포츠나 과학기술이나 이 점은 마찬가지이다. 여하튼 2006년도 3월은 야구대표팀의 연이은 쾌보로 즐거웠던 봄으로 기억될 것이다. 또한 2단계 BK 사업의 시작과 함께 7년 후에는 과학기술에서도 세계 정상에 바짝 접근한 대한민국을 그려본다. 대~한민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