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논단] 동문문화가 제대로 정착, 발전하기를 기대하며…
[독자논단] 동문문화가 제대로 정착, 발전하기를 기대하며…
  • 김혜영 / 화공 03
  • 승인 1970.01.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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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의 소위 명문대라고 불리는 대학들의 공통점이 무엇이라고 생각하는가. 일반적으로 우수한 교수진, 수준 높은 강의, 뛰어난 학생들, 쾌적한 환경과 잘 갖추어진 연구 환경 등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필자는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특징이 체계적이고 조직적으로 관리되는 활발한 동문 문화라고 생각한다.

우리대학은 1986년에 개교한 이래 국내 최고의 연구중심대학이 되기 위하여 부단한 노력을 해오고 있다. 특히 올해에는 대학발전위원회가 발족되어 2020년까지 세계 TOP 20에 부상하는 것을 목표로 장기적인 발전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발전 계획 중에 동문 관리에 대한 내용이 얼마나 포함되어 있는지 궁금하다.

대학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동문의 힘이 필수적인 요소이다. 대학이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고 뛰어난 인재를 키워나가기 위해서는 충분한 재정이 뒷받침 되어야 하는데, 동문의 기부금을 통해 그러한 재원이 안정적으로 제공될 수 있기 때문이다.

미국 대학에서는 한 학생이 졸업한 순간부터 일생에 걸쳐 기부금을 얻고자 하는 노력을 부단히 한다. 대학간의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학생 수가 감소하는 현실에서 양질의 교육을 제공하기 위해 재정을 확보하기 위해서 졸업생들의 발전기금이 필수가 된 것이다.

하버드 대학과 스탠퍼드 대학에서는 각각 동문의 30%, 37% 이상이 모교에 기부금을 낸다. 이는 국내 대학의 기부율이 5% 미만인 것과 매우 대조적이다. 특히 하버드 대학의 경우에는 대학 측에서 32만 명의 동문들과 관계를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프린스턴 대학은 대학 예산의 40%가 동문들이 낸 100억 달러가 넘는 기부금에서 나오는 이자로 충당된다.

외국 명문대학이 운영 예산 중의 동문들의 기부금 비율이 높으니, 그만큼 따라가야 우리도 세계 명문대가 된다는 것은 결코 아니다. 다만, 동문들의 기부금 비율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자신의 모교에 관심과 애정, 자부심이 있다는 척도의 하나로 볼 수 있을 것이다.

학교를 졸업했다고 학교와의 인연이 끊기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학교의 발전이 자신의 발전으로 이어지고, 자신의 발전이 학교를 발전시키는 거라고 생각한다. 같은 분야를 공부하고, 공통된 관심사를 갖는 동문들이 커뮤니티를 조성하고 서로의 발전을 꾀하는 것은 매우 긍정적인 효과이다. 이를 우리나라의 고질적인 학연문제로 생각하여 무조건적으로 기피하고, 부정적으로 바라보는 것은 다소 무리가 있다고 본다.

미국의 조지타운대는 졸업을 앞둔 학생이 장차 일하기를 희망하는 기업이나 기관에 근무하고 있는 동문들과 연락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것을 지극히 자연스럽게 생각한다.

일부 사람들은 우리대학이 설립 초기에 비해 열정과 도전의식이 다소 떨어졌다고들 말한다. 어쩌면 우리학교가 성장곡선 중의 정체기에 이르렀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이러한 정체기를 극복하고 한 단계 훌쩍 뛰어넘는 도약을 하기 위해서는 그 단체에 각별한 애정을 갖고 있는 사람이 필요하고, 학교에서 이 역할을 할 수 있는 사람은 학교에서 배우고 자란 동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동문관리를 위해서는 많은 인력과 재원이 필요하다.

필자는 지난 1년 동안 화학공학과 학회장을 맡으면서 동문 선배들의 행적과 학과에서의 동문 관리를 살펴본 적이 있다. 동문관리를 위한 대대적인 데이터 베이스 구축 작업을 했는데, 모든 졸업생 중에 오직 40%정도만 연락이 되었다. 그러나 그것조차 인력부족으로 인해 지속적인 관리와 연락은 힘들었다.

우리대학은 올해에 개교 20주년을 맞이한다. 이제 첫 졸업생을 배출한지 16년이 되어가고, 졸업생들은 사회적, 경제적으로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우리대학 개교 초창기의 선배들은 스스로의 힘으로 자신의 지위를 다져가야 하는 많은 어려움 끝에 안정을 찾았을지라도, 이제는 모교로 관심을 돌려야 한다고 생각한다. 또한 대학도 이들의 관심을 모교로 끌기 위하여 적극적으로 노력할 때이다. 졸업생들이 스스로 모교로 돌아와서 공짜 기부금을 내놓을 것이라는 기대를 해서는 안 될 것이다. 대학은 동문들이 기부를 하면 지역사회와 세계에 어떤 도움이 되고, 모교는 어떻게 발전할 수 있는지, 동문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고 끊임없는 설득을 해야 할 것이다. 또한 액수에 상관없이 기부를 하는 사람이 보람을 느낄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야 한다.

개교 20주년을 맞이하는 올해만큼 동문들의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좋은 기회는 없을 것이다. 대학은 이 기회를 잘 살려서 동문들이 학교에 대한 자부심과 애정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모교에 대한 동문들의 애정을 키워 대학 발전의 근간이 될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한다.

또한 재학생과 졸업생들 모두 학교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함께 win-win하기 위하여 스스로 노력하려는 자세를 보일 때이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이러한 동문관리가 충분한 인력을 두고 시스템을 갖추어 체계적이고 지속적으로 이루어 졌으면 하는 바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