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업계의 해외 진출, 마냥 기뻐할 일일까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 진출, 마냥 기뻐할 일일까
  • 오유진, 조원준 기자
  • 승인 2024.04.22 1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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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건설현장의 모습(출처: 이코노믹리뷰)
▲한 건설현장의 모습(출처: 이코노믹리뷰)

최근 건설업계는 해외에서 큰 성과를 보이는 듯하다. 지난 3일, 삼성E&A는 사우디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로부터 역대 국내 건설사의 사우디 수주 공사 금액 중 최대 규모인 60억 달러(약 8조 원)가량의 공사를 수주했다고 밝혔다. GS건설 또한 아람코로부터 12억 2천만 달러(약 1조 6천억 원) 규모의 공사를 수주받으며 지난 2일까지 올해 해외 건설 수주액은 127억 2천만 달러(약 17조 원)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배를 넘은 금액이다. 그러나 현재 건설업계가 순항 중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지난달 13일, 국토교통부는 올해 1, 2월 해외 건설 수주 실적이 21억 5천만 달러(약 2조 8천억 원)로, 작년에 같은 기간 동안 41억 6천만 달러(약 5조 5천억 원)를 기록했던 것에 비해 48% 감소했다고 밝히며 국내 건설업계의 위기를 경고했다. 정부가 설정한 올해 목표 수주 금액인 약 53조 달성에 빨간불이 켜진 것이 아니냐는 의심들도 제기되고 있다.

국내 건설업계들은 국내의 열악한 조건으로 인해 해외 시장으로 눈을 돌렸다. 최근 국내 건설업계는 △국내 부동산 PF 부실 △건설·부동산 경기 하락 △공사 원가율 급등과 같은 악조건들을 마주한 상황이다. 이에 따라 건설업의 신용이 경색되고, 코로나19 여파로 이어지는 고금리 부담까지 더해져 국내에서는 자금조달마저 힘든 상황인 것으로 밝혀졌다. 실제로 대우건설은 지난 2월 쿠웨이트 대형 은행 4곳으로부터 약 3,300억 원의 대출 약정을 맺은 바 있으며, 한국건설사업연구원이 발표한 ‘2023년 건설업 외부자금 조달 시장 여건 점검’ 보고서에서는 국내의 높은 자금조달 비용이 한동안 유지될 것으로 전망했다. 또한 도급 기준 순위로 10대 건설사들의 실적이 전년에 비해 국내 정비사업에서 46.9% 급감한 것과 같이 국내 수주가 줄어든 통계가 발표되며 열악한 국내 건설 시황이 드러나고 있다.

힘든 시기를 겪고 있는 국내 상황에 비해 건설업계의 해외 실적은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 연도별 해외 건설 수주 실적은 호황기였던 2020년 이후 2021년에 한풀 꺾였다가 지난해까지 약진하고 있다. 특히 2020년부터 300억 달러(약 40조 원) 이상을 기록해 왔으며, 해외 건설 누적 수주액은 올해 안에 1조 달러(약 1,000조 원)를 넘어설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또한 해외 건설 수주에 대한 긍정적 평가와 함께 전폭적 지원을 하는 실정이다. 정부는 지난해 해외 수주 목표인 350억 달러를 달성하지 못했지만, 올해 해외 건설 수주 목표를 400억 달러로 더 높게 책정했다. 나아가 ‘원팀 코리아’를 표방하며 최근 대형 프로젝트가 활발하게 발주되고 있는 중동에 기업인들과 함께 방문해 범정부 차원에서 힘을 실어주려는 행보를 보이기도 했다. 

그러나 이런 장밋빛 상황 속에서도 ‘부실 수주’에 대한 근본적인 우려는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국내 건설사들과 해외 발주자·기업들 간의 부실 수주 분쟁이 발생할 수 있으며, 이를 해결하려면 국제적인 중재 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섣부른 해외 진출은 건설사에 독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국내 건설사가 △시장 조사 △계약 관리 △클레임 통지 등을 체계적으로 진행하지 않거나 해외 기업과의 이해관계를 분명히 하지 못함에 따라 분쟁을 겪는 경우가 다수 발생한다. 이는 심각할 경우 외교 문제로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정부 차원에서의 적절한 개입이 필요하다. 최근 우리 정부는 베트남에서 몇 년째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못한 롯데건설·포스코이앤씨를 대신해 베트남 외교부 등에 협조를 요청했다. 그러나 베트남 정부는 이에 대해 중재판정문에 대한 영사 인증을 거부하는 등의 비협조적인 입장을 취하고 있다. 한화건설은 이라크의 ‘비스마야 신도시 사업’ 관련 공사대금을 지급받지 못해 공사를 중단했다가 지난해 12월, 미수금 중 일부만을 받고 부분적으로 공사를 재개했다. 이렇듯 해외 수주에는 다양한 리스크가 뒤따르며, 대기업이라 해도 해외 사업 관련 소송을 진행하면 소송비용 면에서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국내 건설사들의 해외 진출에 대한 전망과 그들이 취해야 할 전략은 무엇일까. 박상우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14일 서울에서 열린 ‘한경 밀레니엄포럼’에서 “국내 건설업계가 단순 도급이 아니라 투자개발형 사업으로 해외 건설 시장에 진출해야 한다”라며 투자개발형 사업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지난해 국내 건설사의 해외 수주액 중 도급형 사업과 투자개발형 사업의 비율이 각각 95.6%와 4.4%였음을 고려하면, 수주가 어렵고 수익성이 낮은 단순 도급형 방식을 줄이고 투자개발형 사업을 확대함으로써 수주액을 크게 증가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현재 해외 건설 사업은 대부분 대형 건설사 위주로 진행되기 때문에, 대기업에 비해 자금 조달이 비교적 어려운 중소 건설사들도 해외에 진출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 기업 차원에서 정부·종합건설사와의 네트워크를 적극 활용해 해외리스크 관리 능력을 향상하고 수익성 확보가 가능한 사업 모델을 추진하는 한편, 정부가 여러 방면에서 이들의 해외 건설 시장 진출을 지원해야 한다.

해외 건설 시장 진출은 우리나라 건설업계의 새 미래를 열고 국내 건설 산업이 발전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따라서 △정부 △금융기관 △수출입은행이 협력해 국내 대형·중소 건설사들의 해외 진출을 활성화하고자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