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전세사기, 피해자의 눈물은 언제 멈추나
계속되는 전세사기, 피해자의 눈물은 언제 멈추나
  • 김윤철 기자
  • 승인 2024.03.22 1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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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기자회견에서 피해 구제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출처: 뉴스1)
▲전세사기 피해자들이 기자회견에서 피해 구제책 마련을 촉구하고 있다(출처: 뉴스1)

지난 2022년 조직적인 전세 사기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른 후 약 2년의 세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전세 사기 피해 사례는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2022년 ‘빌라왕’ 사건 직후 곧바로 전세 사기 관련 구제 대책을 내놓았고, 지난해 6월부터는 ‘전세사기피해자지원 및 주거안정에 관한 특별법(이하 전세 사기 특별법)’이 시행됐지만, 전세 사기 피해자들은 여전히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지난달 22일 국토교통부 전세사기피해지원위원회가 심의한 바를 종합하면, 공식적으로 인정된 전세 사기 피해자가 12,928명에 달한다. 비공식 피해자까지 합치면 피해 규모는 더욱 클 것으로 예상되며, 지금도 매달 수백 명의 새로운 피해자가 생겨나고 있다. 2022년 첫 대규모 전세 사기 사건 이후 5명의 전세 사기 피해자가 고통 속에 극단적 선택을 했고, 피해자의 70% 이상이 2, 30대 청년인 만큼 더욱 강력한 예방책과 구제책이 요구되고 있다. 

전세 사기란 임대인이 세입자를 속여 전세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돌려주지 않는 행위를 말한다. 대표적인 범죄 수법으로는 이른바 깡통 전세 주택(이하 깡통 주택)이 있다. 깡통 주택이란 집주인의 주택담보대출 금액과 전세금의 합계가 주택의 가격을 초과해 세입자가 전세금을 반환받지 못할 위험이 있는 주택을 의미한다. 깡통 주택을 이용한 전세 사기는 정확한 시세를 알기 어려운 신축 빌라에서 일어나며, 피해자 대다수는 경제적 여유가 없는 청년이나 신혼부부에 해당한다. 집주인이 전세 보증금을 높여 깡통 주택을 전세 계약한 후, 전세금을 돌려줄 만한 경제력이 없는 사람에게 명의를 넘겨 세입자에게 경제적 손해를 끼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이 경우 해당 주택은 경매로 넘어가게 되는데, 세입자는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비싼 가격에 빌라를 사들이거나, 전세 보증금을 되돌려 받지 못하고 내쫓기는 상황에 직면한다. 

우리 사회에 전세 사기 위험의 경종을 울린 시발점은 이른바 ‘빌라왕’ 사건으로, 지난 2022년 수도권에서 1천 채가 넘는 신축 빌라와 오피스텔을 임대한 빌라왕 김 모 씨가 숨지며 수백 세대의 전세 임차인이 전세 보증금을 잃는 일이 발생했다. 김 씨가 집값과 비슷하거나 더 비싼 가격에 임차인들과 전세 계약을 맺은 뒤, 이 보증금을 활용해 다른 집을 사들여 무자본 갭투자를 벌인 것이 화근이었다. 빌라왕 사건 이후 전세 사기에 대한 단속이 강화되고 여러 예방책이 등장했지만, 여전히 전세 사기 피해자는 전국 곳곳에서 속출하고 있다. 지난달 부산에서는 100억 원대 전세 사기 의혹 사건이 발생했다. 건물 16채를 소유한 집주인이 투자에 실패했다며 보증금을 돌려줄 수 없다고 잠적해 100여 세대가 보증금 170억 원을 돌려받지 못했다. 해당 건물은 공동담보대출을 이용해 40억 원가량을 쪼개기 대출한 상황이었고, 전세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들은 억울한 상황에 놓였다. 이어 이번 달 대전에서는 피해 금액 300억 원 규모의 전세 사기를 당했다는 임차인들의 고소장이 접수돼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 현재까지 피해자는 최소 200명 이상으로 추정되며, 임대인 일당이 보유한 다가구 주택 대부분이 경매로 넘어간 상황이기에 조직적인 전세 사기가 의심되는 상황이다. 

전세 사기 피해 규모가 점차 커지자 정부는 전세사기특별법에 따라 구제 정책을 펼치고 있으나, 피해자들은 체감이 되지 않는다며 실질적인 지원책을 요구하고 나섰다. 특별법상 요건에 따라 피해자로 인정된 이들은 △우선 매수권 부여 △경공매 유예 △기존 임차주택 구입자금 대출 등의 혜택을 받는다. 그러나 지금까지 정부 지원은 대부분 긴급복지지원과 전세 대환대출 등으로 피해자가 바라는 피해금 구제와는 거리가 멀었다. 또한 지난해 11월 한국도시연구소와 주거권네트워크가 발표한 전세 사기깡통 전세 피해 가구 실태조사에 따르면,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 대책을 이용한 가구는 전체 조사 대상의 17.5%에 불과했다. 정부의 피해자 선정 요건이 까다롭고 피해 지원을 받는 과정이 복잡하다 보니, 실질적으로 도움을 받은 피해자가 적다는 게 전세 사기 피해자들의 주장이다.

주택도시보증공사(이하 HUG) 전세사기예방센터는 세 가지 전세 사기 피해 예방책을 제시했다. 예비 임차인의 경우 전세 계약 전 주택의 상태를 꼼꼼히 살피고, 적정 전세가율을 확인해 깡통 주택 매물인지 여러 차례 확인해야 한다. 다음으로 보증금 미반환 위험을 확인하기 위해 주택의 선순위 권리관계와 임대인의 세금 체납 여부를 확인하는 것도 중요하다. 마지막으로는 HUG의 전세보증금반환보증에 가입해 보증금 미반환 위험을 예방해야 한다. 전세 사기 방식이 점차 고도화됨에 따라 임차인의 신중한 거래 결정이 중요해지고 있다. 전세 사기는 개인의 피해 규모가 수억까지 치솟는 만큼 임차인은 여러 차례 신중히 살피고 거래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