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정성을 가지는 자연현상의 구조를 수학적으로 분석하기
안정성을 가지는 자연현상의 구조를 수학적으로 분석하기
  • 김진수 / 수학 조교수
  • 승인 2024.03.22 1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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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1. 생화학반응의 구조를 이용해 제작한 컨트롤러가 부착되면 특정 단백질의 농도가 외부 반응에 방해를 받더라도 원래 농도로 돌아가도록 할 수 있다
▲그림1. 생화학반응의 구조를 이용해 제작한 컨트롤러가 부착되면 특정 단백질의 농도가 외부 반응에 방해를 받더라도 원래 농도로 돌아가도록 할 수 있다

그림1은 세포 속에 신호가 전달되는 현상을 그림으로 도식화한 것이다. 그림1의 오른쪽 그래프로 표현된 시뮬레이션에서는 F라는 단백질이 15초경부터 5초간 많이 공급되는 방해를 받았음에도, F와 상호작용하는 다른 단백질 그림1(a)의 양은 방해를 받기 전 농도로 다시 돌아오는 현상을 보인다. 이처럼 그림1(a)의 농도가 방해에도 변하지 않는 ‘안정성’은 이 생명현상에 부착한 컨트롤러가 가지는 구조적인 특성에서 야기된다. 이번 글에서는 안정성을 보장하는 자연현상의 구조적 특성을 수학적으로 찾는 연구, 반응네트워크 이론(Reaction Network Theory)의 한 방향에 대해 간략히 이야기하고자 한다.

시간에 따라 개체들의 수가 변하는 많은 자연현상은 상미분방정식과 같은 동역학 시스템으로 표현할 수 있다. 이때 개체수나 농도를 의미하는 변수가 시간에 따라 고정된 값, 즉 평형 상태에 수렴한다면 우리는 그 ‘시스템이 안정하다’라고 이야기한다. 자연현상의 안정성과 같은 동역학적 특성을 찾는 데 있어 우리가 주로 관심을 가지는 부분은 그 현상에 관여한 화학반응이나 개체들 상호작용의 속도를 나타내는 온도, 입력 등의 매개변수다. 또한 이런 매개변수들을 높은 정확도로 추정 혹은 측정하기 위해 기계학습, 통계학 등 다양한 방법이 이용되고 있다. 하지만 매개변수와 무관하게, 그 자연현상이 가지고 있는 구조적 특성이 시스템의 안정성을 결정하는 경우가 있다.

▲그림2. 안정성을 가지는 반응네트워크의 예시. 두 반응네트워크의 안정성을 구조적 특성으로 증명할 수 있다
▲그림2. 안정성을 가지는 반응네트워크의 예시. 두 반응네트워크의 안정성을 구조적 특성으로 증명할 수 있다

자연현상을 묘사하는 반응네트워크를 수학적으로 바라보기

△화학반응 △단백질의 생성과 소멸 △바이러스의 번식 △생태계의 변화 등 자연현상은 개체들의 상호작용으로 볼 수 있는데, 이러한 상호작용은 그림1(b)와 같은 화학반응식을 활용해 시각화할 수 있다. 이와 같은 반응들이 모이면 그림2와 같은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우리는 이것을 반응네트워크(Reaction Network)라고 부른다. 예를 들어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자 수를 분석하기 위해 사용된 SIR(Susceptible, Infection, Recovered) 모델은 사람들의 감염과 회복을 나타내는 두 반응을 네트워크로 그림1(c)와 같이 정리한다. 다른 예로 우리 몸속의 단백질이 생성되는 과정을 간단하게 표현한 DNA-mRNA-Protein 반응식도 그림1(d)와 같은 화학 반응네트워크로 나타낼 수 있다. (여기서 그림1(e)는 주어진 시스템의 외부를 의미한다. 즉 그림1(f)는 그림1(g)가 사라지는 반응을 의미한다)

반응네트워크 내 개체들의 농도 변화는 상미분방정식을 이용해 나타낼 수 있다. 가령 그림2(1)의 경우에 대한 반응네트워크를 줬다고 하자. 여기서 2 또는 1.5와 같이 화살표 위나 아래에 표시된 수는 반응의 속도를 의미하는 반응 매개변수다. 이때 개체들의 농도를 다음과 같은 상미분 방정식으로 표현할 수 있다. 그림1(h) 여기서 그림1(i)는 시간 t에서 A와 B의 농도를 의미한다. 그림 2에는 두 가지 자연현상을 각각 네트워크로 표현한 예시가 나오는데, 두 현상은 같은 모양의 네트워크로 표현되지만 반응 매개변수는 다르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두 시스템은 모두 안정하다. 이는 그림 2의 그래프에 나타나듯이 A의 농도를 나타내는 그림1(j)를 서로 다른 초기 농도부터 시각화한 5개의 곡선이 모두 하나의 값으로 수렴하는 것에서 확인할 수 있다. 매개변수가 다른 두 모델이 모두 안정한 이유는 반응네트워크가 가진 구조적 특성으로 설명할 수 있다. 여기서 구조적 특성이란 네트워크의 마디 점(Node)들의 개수, 연결체의 개수와 같이 네트워크 모양이 주는 매개변수와 무관한 특성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그림3. 반응네트워크를 유클리드 공간에 넣어 그 구조적 특성을 분석할 수 있다
▲그림3. 반응네트워크를 유클리드 공간에 넣어 그 구조적 특성을 분석할 수 있다

수학적으로 표현된 구조적 특징과 Deficiency 0 이론

반응네트워크의 구조적 특징을 수학적으로 엄밀하게 표현하기 위해서는 그림3과 같이 반응네트워크의 마디 점(Node)들을 유클리드공간에 넣은(Embed) 후, 각 마디 점에 해당하는 좌표와 반응을 이용하는 화살표를 활용하면 된다. 그림 3은 좌표와 화살표를 가지고 이번 글에서 소개하려는 안정성을 보장해 주는 구조적 특징을 표현한 자료이며, 이를 활용해 Deficiency 0 이론을 소개하고자 한다. 이 이론의 대략적인 명제는 아래와 같다. ‘잘 연결된 반응네트워크가 Deficiency = (마디 점의 개수)-(연결체의 개수)-(반응 벡터들로 만든 행렬의 Rank)=0을 만족한다고 가정하자. 그러면 주어진 반응 매개변수들과는 무관하게 해당 시스템을 표현하는 질량 작용역학(Mass-Action Kinetics)을 따르는 상미분방정식 시스템은 안정적이다’ 

이 이론에 등장하는 용어의 자세한 의미보다는 이론이 가지는 핵심을 중점적으로 설명해 보겠다. Deficiency를 정의하는 3가지 수는 △마디 점의 개수 △연결체의 개수 △반응 벡터들로 만든 행렬의 Rank인데 이 모든 수는 네트워크의 모양, 즉 구조만으로 쉽게 판별할 수 있다. 예를 들어 그림3의 네트워크를 보면 총 네 개의 마디 점 △(1,0) △(2,0) △(1,1) △(0,2)가 있고, 2개의 연결체((1,0)과 (2,0)를 포함하는 연결체와 (1,1)과 (0,2)를 포함하는 연결체)가 있다. 마지막으로 유클리드 공간에 있는 화살표를 벡터라고 생각하고, 이 벡터들을 열로 가지는 행렬을 만들어 그 Rank를 계산하면 2가 된다. 즉 그림1에 등장하는 네트워크의 Deficiency는 (마디 점의 개수)-(연결체의 개수)-(반응 벡터들로 만든 행렬의 Rank)=4-2-2=0이다. 결과적으로 Deficiency 0 이론에 따르면 어떤 반응 매개변수를 선택하더라도 이 네트워크로 표현된 시스템은 안정하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Deficiency 0 이론을 사용하면 반응 매개변수의 정확한 값을 알 필요도 없이 그 네트워크의 구조만을 가지고 안정성을 바로 입증할 수 있다. 어떤 자연현상에 대해 우리가 만일 안정성에만 관심을 가지는 상황이라면, 매개변수 추론에 방대한 데이터나 시간을 들이지 않고 그 자연현상의 ‘모양’만 가지고 안정성에 관한 결론을 낼 수 있는 것이다.

Deficiency의 의미는 여러 가지로 해석할 수 있는데 대략적으로만 설명을 한다면 ‘n개의 마디 점과 m개의 연결체를 가진 일반 네트워크 그리고 그 네트워크에 화학반응의 개념을 넣은 네트워크가 가지는 차원(Dimension)의 차이’라고 볼 수 있다. 즉 화학반응의 개념이 들어가면서 생긴 네트워크의 차원에 일어나는 결핍을 의미하는 것이 말 그대로 Deficiency다. 

구조적 특징에서 야기된 안정성의 응용과 앞으로의 연구

Deficiency 0과 같이 시스템의 안정성을 보장해 주는 구조적 특징은 다양하게 응용할 수 있다. 특히 그림1에서 나온 예시처럼 어떤 시스템이 방해로부터 일정하게 그 특성을 유지할 수 있도록 컨트롤러를 제작해 시스템에 부착할 수 있는데, 이때 매개변수들의 값을 하나하나 다 파악하지 않더라도 안정성을 보장해 주는 구조적인 특성을 알고 있다면 그 구조적 특성을 가져올 수 있는 컨트롤러를 제작하면 된다. 이렇게 자연현상의 동역학적 특징을 보장해 주는 수학적으로 정의된 구조적 특징들을 이용하는 연구는 많은 잠재성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구조적 특징과 동역학적 특징을 연결 짓는 반응네트워크 이론에서는 ‘모든 마디 점이 평형을 가진다면 그 시스템은 전체적으로 안정하다’ 그리고 ‘잘 연결된 반응네트워크는 확률적으로 안정하다’ 등과 같이 오랜 시간 풀리지 않는 난제들이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