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논단] 우리대학 건물의 환기 문제
[독자논단] 우리대학 건물의 환기 문제
  • 이진원 / 기계 교수
  • 승인 1970.01.01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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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선한 공기가 건강에 필수적임은 다 알지만, 대부분의 시간을 건물 내에서 보내는 현대인들은 효과적으로 신선한 공기를 공급받지 못한 상태에서 생활을 하기 쉽고, 그 결과 심각한 만성질환에 빠질 수 있다.

건강을 위해 요구되는 공기의 질은 여러 가지 다른 방법으로 정의될 수 있지만, 이산화탄소나 일산화탄소의 농도는 낮고 산소의 농도가 높은 것이 일차적인 조건이고, 다음으로는 불필요한 유기물질이나 병원균, 그리고 분진 등의 오염물질 농도가 낮아야 하며, 마지막으로 온도와 습도가 적절해야 한다. 이산화탄소의 농도를 적절한 수준으로 유지하는데 필요한 환기량만도 대략 1인당 30m3/h로 추천되는데, 우리의 강의실(유리창 3개가 연결된 좌석수 30석 정도) 부피가 150m3임을 상기하면, 30명이 1시간 수업을 들었을 경우 강의실을 6번 뒤엎을 정도의 환기가 필요하다는 얘기이다. 카펫이 있는 방이나 여러 오염물질의 배출을 위한 환기량을 고려하면 이 수치는 더 올라가게 된다. 오염물질 농도가 높은 환경에서 오래 생활하면 기관지의 끝에 있는 소기도가 망가지기 시작하면서 소기도질환(small airway disease; SAD)이나 만성폐쇄성폐질환(chronicle obstructive pulmonary disease; COPD) 같은 질환이 생기고, 더 나아가서는 기관지염이나 천식같은 질환으로 진행한다. 냉방이 되는 여름철에는 FCU의 응축수 위에 번식한 곰팡이나 병원균 때문에 감기나 기관지염 등에 감염될 가능성이 높다.

폐와 관련된 이러한 질환의 무서운 점은 매우 서서히 긴 시간(10-20년)에 걸쳐 아무런 자각증상 없이 진행되면서, 일단 진행되면 절대로 회복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현재 폐질환의 위험도는 나라에 따라 다르기는 하지만 1-3위를 다투고 있고, 미국을 비롯한 선진국에서도 다른 질환에 의한 사망률은 감소하기 시작했지만 폐 관련 질환의 발생빈도와 사망률은 급속히 증가하는 추세에 있는데, 이는 대기오염과 실내생활 패턴 등에 직접적으로 연관된 것이다. 그리고 폐기능의 약화는 필연적으로 면역력 약화로 이어져서 다른 질병의 발생가능성을 크게 증대시킨다. COPD와 천식은 향후 20년 이내에 인류를 가장 괴롭히는(직접 죽음을 일으키지는 않으면서 계속 괴로움을 주다가 결국 면역저하로 인해 다른 치명적 질병에 감염되게 하여 사망을 간접적으로 일으키는 형식으로) 질병이 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우리대학의 건물을 보면 냉방과 난방 등 온도조절 기능은 고려되어 있지만 환기기능은 거의 완전히 배제되어 있다. 먼지와 오염물질이 가득한 실내공기를 계속 순환시키면서 온도만 경우에 따라 맞추어 살고 있다는 이야기이다. 창문을 여는 것이 유일한 환기방법인데, 창문을 열어 환기시키는 사람은 거의 없고, 창틈으로 새들어오는 공기량(infiltration)도 우수한 창호구조 때문에 너무 적다. 그러니 세미나실이나 강의실에 들어가면 졸음이 오게 된다. 그래도 지상층의 방은 좀 나은 편인데, 지하의 방은 문제가 심각하고, 특히 지하에 카펫이 깔려있는 방은 죽음의 방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전에는 그나마 복도의 현관문들이 낮 동안 열려있어서 복도의 공기는 순환이 되었지만, 도난의 위험으로 카드 개폐식으로 바뀐 후에는 이런 원시적인 환기효과도 기대하기 어렵게 되었다.

우리 학생들이 만약 다른 대학의 학생들보다 감기에 자주 걸린다면(이건 확인해 봐야 하겠지만) 두 가지가 문제일 것이다. 하나는 환기부족으로 인한 체질ㄴ면역의 약화 및 열악한 실내공기질(indoor air quality; IAQ) 문제이고 다른 하나는 기숙사의 난방시설의 구조적 문제이다. 우리 기숙사는 FCU를 이용한 공기난방을 택하고 있는데, 공기난방은 공기와 벽의 얇은 층 안에 열에너지를 저장하고 이용하는 것으로서, 전체적인 열관성(thermal mass)이 너무 작아 온도변화가 크기 때문에 연속적인 난방에 적합한 것이고, 하루 저녁에 몇 번 간헐적으로 가열을 하는 간헐식 난방에서는 필요한 총열량을 공급하기 위해서 가열을 심하게 해야 하기 때문에 가열 시에는 너무 덥고 난방이 꺼지면 급속히 추워지는 단점이 있다.

냉난방시스템은 돈이 많이 드는 시설로서, 위생시설까지를 포함할 때 경우에 따라서는 전체 시설비의 1/3 정도를 차지하기도 한다. 지금에 와서 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하느냐는 어려운 숙제이지만, 일단 현황부터 파악하고 적절한 대책으로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훗날 큰 짐이 될 질환의 씨앗을 여기서 잉태할 수도 있다. 세계적인 수준의 대학을 목표로 한다면 지금이라도 인간적인 환경여건의 가장 기본이 되는 환기문제만큼은 효과적인 개선이 시급히 이루어지도록 대학 구성원 모두가 관심을 가지고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