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가정신, 누구에게나 필요한 역량
기업가정신, 누구에게나 필요한 역량
  • 손유민 기자
  • 승인 2024.03.22 18: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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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덕종(산경) 교수
▲정덕종(산경) 교수

기업가정신은 학자마다 다르게 정의되며, 그 예로 피터 드러커(Peter Ferdinand Drucker)는 '위험을 무릅쓰고 포착한 기회를 사업화하려는 모험과 도전의 정신'으로 정의했다. 교수로서 기업가정신을 어떻게 정의하고 싶은가

대학원생 때부터 주로 금융경제학, 금융공학 분야를 연구해왔다. 반면 비교적 최근부터 기업가정신 관련 수업을 맡게 돼, 나 또한 기업가정신에 관해 공부하면서 수업을 준비진행하고 있다. 경제학자들로부터 정의된 기업가정신은 다양한데, 한 예시로 21세기의 경제학자 조지프 슘페터(Joseph Schumpeter)는 ‘일상적인 사업 과정에서 일반적으로 행해지지 않던 일들을 하는 것’이 기업가정신을 구성한다고 말했다. 덧붙여 이런 기술혁신을 통한 창조적 파괴에 앞장서는 기업가를 ‘창조적 파괴자’라고 일컬었다. 한편 기업가정신 교과서의 저자인 도날드 F. 쿠랏코(Donald F. Kuratko) 교수는 창업가정신(기업가정신)을 ‘새로운 아이디어와 창의적인 솔루션의 개발실행에 대한 에너지와 열정의 적용을 요구하는 △비전 △변화 △창조의 역동적인 프로세스’라고 정리했다. 여기까지가 기업가정신을 다루는 연구자들의 학문적인 정의다. 기업가정신은 다소 추상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이를 보다 쉬운 단어인 △혁신성 △위험감수성(Risk-taking) △진취성 △경쟁적 적극성 △자율성 등으로 대체해 설명하기도 한다.

내가 생각하는 기업가정신이란 간단히 ‘창의적인 문제해결’과 ‘버티는 것’으로 정의되며, 두 요소 모두 몇 가지 예시를 들어 살펴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첫째로, 기존의 우주 발사체는 한 번 발사하는 데 너무 큰 비용이 소요되고, 발사체가 대기권 밖으로 나가면서 분리되는 로켓이 쓰레기화된다는 문제가 있다. 많은 사람이 정석적인 해결책으로 기술을 개발해 비용을 절감하려고 시도하던 와중에, 일론 머스크는 약간 생각을 바꿔 로켓을 재사용하는 방향으로 상용화까지 이끌어가고 있다. 즉 기존에 보편적으로 떠올리던 해결안과 조금씩 다른 방식을 제안함으로써 문제를 해결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물론 새로운 생각은 단시간에 현실이 되기 어렵지만, 일론 머스크의 경우 10년여 간의 실패를 버티면서 지금의 스페이스X를 만들었다.

둘째로, 수업에서 자주 언급하는 사례 중 하나로 불가사리 친환경 제설제가 있다. 눈이 많이 내리는 겨울에는 제설 작업을 위해 주로 염화칼슘을 도로에 뿌리는데, 차량 하부가 장기적으로 염화칼슘에 노출될 경우 부식될 수 있다. 여기서 뜬금없이 불가사리가 등장한다. 기존 불가사리는 어패류를 먹어 치우는 골칫거리로 여겨져 어민들로부터 수집되고, 비용을 들여 소각해야만 했다. 그런데 불가사리에서 유래한 친환경 제설제가 개발되면서 비용도 훨씬 저렴해지고, 차량 하부를 부식시키는 부작용도 줄어들었다. 우리가 당연하게 사용하던 기존 제설제로부터 새로운 접근을 통해 문제를 해결한 것이다.

이외에도 수많은 창업 사례를 통해서 내 나름대로 기업가정신을 정의했지만, 질문에서 언급했듯 기업가정신이 도대체 무엇이냐는 물론 사람마다 조금씩 다르게 생각할 수 있다.

기업가정신 역량 중에서 강조하고 싶은 것은

기업가정신은 흔히 무언가에 위험을 무릅쓰고 도전하는 것으로 여겨진다. 이외에도 기업가정신을 쉽게 설명할 수 있는 역량으로 ‘버티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수많은 역사적 사례를 통해 그 중요성을 엿볼 수 있다. 혁신의 아이콘으로 일컬어지는 스티브 잡스도 세계 최초로 PC를 만들고 애플을 창업했지만, 자신이 창업한 회사에서 쫓겨났다가 나중에야 복귀해 아이폰, 아이팟 등 제품을 성공시켰다. 운영체제로 유명한 MS의 윈도우도 1.0, 2.0 버전은 실패를 겪었지만 3.0부터 흥행하며 세계적인 기업으로 거듭나게 됐다. 우리가 매일 사용하는 카카오톡도 김범수 창업자가 카카오톡 이전에 위지아, 브루 등 서비스 운영에 실패하면서 만들 수 있었다. 심지어 국민 MC 유재석 씨도 긴 무명시절을 거쳐왔다고 하며, 역주행 문화로 뒤늦게야 유명세를 타는 노래도 많다. 이외에도 수많은 사례가 견디고 버텨내는 자세의 중요성을 말해준다. 프로게이머 데프트로 인해 유명해진 문구인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이를 변형한 박명수 씨의 ‘중요한 것은 꺾여도 그냥 하는 것’ 등도 모두 같은 맥락인 것 같다.

학생들이 기업가정신을 배움으로써 무엇을 얻길 원하는가

후안 호세 구에메스 IE스쿨 기업가정신&혁신센터장은 “우리 인생이 곧 기업가정신”이라고 말했다. 창업에 국한하지 않고 무엇이든 ‘문제를 인식하고 창의적인 해결 방법을 제안하는 것’, 그리고 될 때까지 ‘버티는 것’을 배우기를 바란다.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아직도 해결해야 할 문제투성이다. 대학원에 진학해 연구자로서 R&D 분야에 종사하며 기업가정신을 발휘해 문제를 해결할 수도 있고, 새로운 제품서비스로 상용화해 사람들에게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기업가가 됨으로써 기업가정신을 발휘할 수도 있다. 그러니 기업가정신은 어떤 조직의 대표에게만 필요한 것이 아니라 누구에게나 필요한 삶의 기술(Life Skill)이라고 본다.

창업 및 스타트업을 준비하는 학생 대부분이 기업가정신에 큰 관심을 가진다. 창업하기 위해서 얼마나 많은 전문 지식과 기술이 필요하며, 언제가 가장 적절하다고 생각하는가

우리대학에서 열리는 기업가정신 세미나, 실전창업특강 등 수업을 비롯해 테크 토크 등 특강을 통해 다양한 △기업가 △창업가 △혁신가분들을 만날 수 있었다. 이런 많은 기업가가 공통적으로 ‘아이템은 얼마든지 바뀔 수 있으므로 사람이 더 중요하다’라고 말한다. 창업가 또는 대표 본인이 전문지식과 기술에 대해 가장 잘 알면 좋지만, 그렇지 않더라도 비즈니스 아이템과 관련한 전문지식과 기술에 대해 일정 수준 이상의 이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으로 △학사 △석사 △박사 후 창업 중 어떤 시기가 적절한지에 대해서, 학위를 어디까지 취득하고 창업하는 것이 가장 좋다는 법칙 같은 건 당연히 없으며 각각 장단점이 있다고 말해주고 싶다. 학부생 때 창업을 경험해보는 것이 기회비용이 가장 낮다는 점에서 장려한다는 기업가도 있었고, 학부를 마친 후 곧바로 창업하기보다는 관련 기업산업에 종사하며 산업에 대한 이해와 네트워크를 쌓은 후 그 경험을 바탕으로 창업에 뛰어들 것을 더 장려하는 기업가도 많았다. 우리대학 동문 창업가들의 경우에도 너무나 다양한 시기에 창업 및 스타트업을 시작하기 때문에 ‘언제가 가장 좋다’라는 일반화는 어렵다.

반대로 창업에 관심이 적은 학생들은 대부분 기업가정신에 대한 관심이 적다. 창업 외 영역에서는 기업가정신이 어떤 관점에서 중요한가

나도 학부생 때 했던 고민으로, 여전히 많은 학생이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 △좋아하는지 △잘하는지에 대해 고민한다. 그 답을 생각해 보면 너무나 당연하게도, 해본 것이 없으면 알 수 없는 문제다. 그래서 학부생 때는 수업을 들으며 공부하는 것과 더불어, △동아리 △교환학생단기유학 △인턴십 △연구참여 등 최대한 다양하게 경험해봐야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잘하는지 알 수 있다. 직접 모든 것을 해볼 수는 없으므로, 먼저 인생을 산 분들의 책을 읽는 등 간접 경험을 통해 판단할 수도 있다.

현대의 기업가정신은 단순히 창업에만 국한된 것이 아닌 광범위한 측면에서 다뤄지고 있다. 연구에서도, 창업에서도, 심지어는 직장에서 평범한 회사원으로 살더라도 기업가정신을 발휘할 수 있다. 한때 기업가정신 과목을 맡으면서 스스로 했던 고민 중 하나로 ‘기업가정신을 과연 가르칠 수 있는가’하는 의문을 가졌다. 창업에 있어서 반드시 성공하는 법칙은 없지만 그래도 최소한 알아야 할 포인트는 있는데, 우리대학 학생들의 경우 수업 및 특강을 들으면서 기업가정신에 대한 갈피를 잡을 수 있겠다고 결론내릴 수 있었다. 기업가정신 융합부전공에 포함되는 다양한 교과목을 수강하면서 기업가정신 관련 수업을 몇 번 듣는다고 바로 창업에 성공하기는 어렵겠지만, 그렇지 않았을 때보다 실패 확률은 줄일 수 있을 것이다. 창업에 관심이 없더라도 다양한 분야에 종사하고 있는 동문 창업가기업가 선배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전혀 몰랐던 세계를 알게 될 수도 있고, 반대로 어떤 분야는 앞으로 전혀 관심 갖지 말아야겠다고 생각된다면 확신을 갖게 된 것만으로도 의의가 있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