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왜 책을 읽는가
나는 왜 책을 읽는가
  • 이주형 기자
  • 승인 2024.03.22 18: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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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보문고 광화문점을 방문하고자 길을 걷고 있던 나는 한 글귀 앞에서 걸음을 멈췄다. 

‘사람은 책을 만들고 책은 사람을 만든다’

이 문장을 마주치자 고등학교 시절 스스로 던졌던 질문 하나가 생각났다.

우리는 부모님과 전문가들로부터 책의 장점에 대해 들어왔다. 하지만 나는 자동차가 기능을 하기 위해선 연료가 있어야 하는 것처럼 책을 읽고자 하는 의지가 있어야 비로소 책의 가치를 느낄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렇다면 그 의지는 어디에서 비롯하는가? 나아가 우리는 왜 책을 읽는가? 그리고 나는 왜 책을 읽는가? 이것이 바로 내가 스스로 던졌던, 독서를 대하는 태도에 큰 변화를 줬던 질문이었다.

어릴 때 부모님을 따라 읽기 시작했던 책은 시간이 흐르며 인생의 큰 부분을 차지해 갔다. 중고등학교 쉬는 시간이면 도서관에서 책을 빌리고 자습 시간마다 책을 읽곤 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고전 문학을 읽어도 책의 주제를 파악하지 못하고, 과학 서적을 봐도 시간이 지나면 잊어버리는 나 자신을 보며 내가 정말 책을 통해 얻는 것이 있는가라는 불안감에 빠져들게 됐다. 사실 고전 문학을 분석하며, 책의 많은 내용을 기억하기란 쉽지 않은 일이다. 하지만 당시 나는 책을 많이 읽으면서 아는 것이 없다는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고 정보를 얻는 것에 더욱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어느새 나에게 책은 재미를 주는 존재가 아닌 정보를 줘야만 하는 존재가 돼 버렸다. 책을 읽으며 재미를 느끼지 못하자 독서에 회의감이 들었다. 그렇게 나는 책을 읽는 것이 싫어서가 아닌, 다시 즐거운 마음으로 책을 읽고 싶기에 ‘왜 책을 읽는가?’라는 질문을 던지기 시작했다. 

그러다 우연히 읽게 된 조지 오웰의 ‘나는 왜 쓰는가’라는 에세이를 통해 해답의 실마리를 찾을 수 있었다. 조지 오웰은 작가가 글을 쓰는 이유로 △순전한 이기심과 허영심 △미학적 열정 △역사적 충동 △정치적 목적을 제시했다. 에세이를 읽으며 작가가 허영심과 미학적 열정에 의해서 글을 쓰기도 한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이 글은 작가의 생각을 찾으려 애쓰고 스스로를 옭아매던 나에게 큰 감명을 줬다. 작가가 순전히 자신의 욕심으로 글을 쓰기도 하듯 독자도 그저 재밌게 즐기며 책을 읽으면 된다. 에세이를 통해 책은 재밌어서 읽는다는 아주 단순한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상상하지 못했던 전개와 반전, 묘사가 주는 즐거움을 느끼기 위해 나는 책을 읽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나는 전문적인 지식을 담은 책보단 SF나 판타지 소설을 찾게 된다. 최근에도 ‘드래곤 라자’라는 판타지 소설을 읽으며 전율을 느꼈고 그 감정을 마음속의 연료처럼 저장해놨다. 독자라면 누구나 한 번쯤은 자신이 왜 책을 읽기 시작했는지에 대한 질문을 던져볼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서 자신만의 해답을 찾는다면 비로소 책의 가치를 느끼고 독서에 빠져들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