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에서 찾는 존재의 의미
관계에서 찾는 존재의 의미
  • 오유진 기자
  • 승인 2024.02.29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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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에 대한 의욕을 잃어버릴 때면 내 존재의 의미를 찾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나의 지난 1년 또한 그랬다. 수시 원서 접수 직전이 돼서야 눈에 들어온 우리대학에 다니게 됐다. 수능을 치르고 대학 입시를 1년 더 준비해야 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나에게 ‘합격’은 일종의 안심이자 구속이었다. 어릴 때부터 언제나 막연하게 공학도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사실은 과거의 내가 정한 길에 현재의 내가 갇혀 새로운 꿈을 펼치지 못하게 될까 두려웠기 때문이다. 실제로 ‘공대생’이 되자 내가 무엇을 해야 할지에 대한 막막함을 느꼈다. 그래서 일단은 가능한 선에서 원하는 것을 하고, 사람들을 많이 만나봐야겠다고 다짐했다. 그렇게 지난 1년간 포항공대신문사와 연극동아리에서 활동했고, 겨울방학에는 2024 새내기새로배움터준비위원회에서 신입생들이 우리대학에서 경험하게 될 첫 행사를 준비했다.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좋아하지만, 솔직히 말해 나의 자아정체성이 형성될 무렵부터 지난해 여름까지 나는 ‘인간은 언제나 혼자다’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그 어떤 사람에게도 있는 그대로의 나를 보여줄 수는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 특히 대학에 진학하고 나서는 고등학교 때보다 더 깊은 인간관계를 맺을 일은 절대 없을 것이라 멋대로 단정지었다.

그러나 2학기가 되고, 처음으로 본가와는 멀리 떨어진 곳에서 심리적으로 무너지는 경험을 하면서 타인의 걱정과 위로에 얼마나 많은 도움을 받을 수 있는지 알게 됐다. 내가 생각보다 강한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모든 것을 내려놓자 사방에서 선배와 동기들이 내게 손을 뻗어왔다. 포항에도 가족이라 부를 수 있을 만한 사람들이 생겼다. 나의 스물은 어쩌면 고통스러운 적응의 시간이었지만, 동시에 좋은 사람들과 정말 많이 친해질 수 있는 축복받은 시간이기도 했다. ‘따뜻한 겨울’이었다.

이제 나는 안다. 사람은 혼자서는 살아갈 수 없다. 타인이 있기에 내가 있으며, 타인과의 의사소통을 통해 내가 살아갈 자격이 있는 존재임을 느끼기도 한다. 그렇게 언제나 스스로에게서만 찾으려던 존재의 의미를, 지금부터는 타인과의 관계 속에서도 찾아보려 한다. 그 어떤 누구라도 나를 통해 잠시 동안 미소 지을 수 있다면 그것이 그 순간 내 존재의 의미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그렇게 작은 의미들이 전부 모인다면 나는 살아갈 힘을 되찾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