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공대 ‘제2의 건학’을 기대하며
포항공대 ‘제2의 건학’을 기대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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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4.02.29 19: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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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학기가 시작됐다. 겨울을 묵묵히 잘 견뎌온 나무의 잎에서 봄이 오고 있음을 느낄 수 있다. 이렇게 봄은 오고 있지만 최근의 여러 상황은 봄이 아닌 깊은 겨울 속에 머물러 있는 느낌이다. 출산율 저하로 인한 인구 감소 현상과 이에 따른 학교들의 폐교가 급속히 증가하고 있다. “벚꽃 피는 순서대로 망한다”라는 말처럼 수도권에서 먼 남쪽 지역의 대학들부터 문을 닫게 될 것이라는 경고의 말들이 횡행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이 수도권에서 매우 먼 거리에 있는 우리대학에도 영향을 미치리라는 것은 분명하다. 최근 정부의 의대 증원 발표도 고려의 대상이다. 우리대학에는 여전히 우수한 학생들이 지원하고 있지만, 우수한 인재들이 의료계에 쏠려 우리나라 과학의 미래를 선도할 대학의 지원자들은 줄어들 것이요, 기존 학생들마저 이공계로부터 눈을 돌리게 될까 염려스럽다.

이러한 위기의 상황에서 ‘포스텍 2.0’으로 불리는 제2 건학 추진 계획이 올해부터 시행될 예정이라니 반가운 소식이 아닐 수 없다. 2033년까지 총 10년간 1조 2천억 원이라는 사업예산이 혁신적인 방안으로 우리대학의 여러 분야에 투입돼 새로운 도약을 위해 쓰일 예정이라 하니 큰 기대를 하게 만든다.

그렇다면 우리가 자주 듣는 혁신이란 무엇일까? 사전적 정의로는 ‘묵은 풍속·관습·조직·방법 등을 바꿔 새롭게 하는 것’이라 한다. 그렇다면 혁신이란 ‘아주 새롭게’ 하는 것이 핵심인 듯한데 얼마나 바꿔야 혁신이라고 할 수 있을까? 하버드대 교수 클레이튼 크리스텐슨(Clayton Christensen)은 ‘혁신기업의 딜레마(The Innovator’s Dilemma)’라는 책에서 혁신을 크게 존속적 혁신과 파괴적 혁신으로 나눠 설명했다. 존속적 혁신은 기존의 제품이나 프로세스를 개선하거나 확장하는 정도의 혁신을 의미하지만, 파괴적 혁신은 기존의 시장을 완전히 뒤바꿀 정도의 혁신을 의미한다. ‘파괴적 혁신’에 소홀해 무너진 전형적 사례로 자주 언급되는 기업이 코닥이다. 1881년에 설립된 이 회사는 필름 카메라와 필름을 제조했던 회사로 설립 당시부터 가장 혁신적인 기업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디지털카메라가 필름 카메라를 대체하는 상황 속, 고수익의 기존 시장 잠식을 우려한 코닥은 사업 전환에 늦어졌다. 코닥은 가장 먼저 디지털 카메라를 개발하고도 쇠퇴를 거듭하다 2012년 파산보호신청을 했다.

필자는 코닥이라는 회사의 사례가 우리대학과 상당 부분 닮아있다고 생각한다. 1986년 개교 이래 대한민국 최초의 연구중심대학을 표방하면서 국내 어느 대학도 하지 못했던 과감한 투자와 선진적 운영을 하며 가장 혁신적인 대학으로 우뚝 선 대학이 바로 우리대학이다. 2010년에는 ‘더 타임스’의 대학평가에서 세계 28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고, 국내외 많은 대학이 우리대학을 벤치마킹하며 따라 했다. 하지만 우리대학이 새로운 변화에 소홀했던 사이에 많은 대학은 과감한 투자와 혁신을 통해 발전하면서 점점 우리의 위치를 위협하는 상황으로 전락해 왔다. 과거의 우리대학은 First Mover였으나 어느샌가 Follower로 전락했다. 코닥이라는 기업이 기존의 시장에서의 수익에 만족해 새로운 혁신에 뒤처져 있던 사이에 다른 혁신 기업에 밀리듯, 우리대학도 새로운 혁신에 소홀한 사이에 경쟁대학에 점점 밀리고 있는 듯하다.

2023년에 새 총장이 취임했고 올해부터 포스텍 2.0이 시작돼 매우 기대된다. 필자는 ‘포항공대 제2의 건학’은 일부의 보수공사가 아닌 많은 낡은 것들을 완전히 부수고 새로 짓는 전면 재공사 수준이 되길 기대한다. 앞에서 언급한 ‘파괴적 혁신’ 수준에 걸맞는, 아니 오히려 넘어서는 대학 재건 사업이 돼야 한다. 
스티브 잡스는 혁신을 ‘변화를 위협으로 보지 않고 기회로 보는 능력’으로 정의했다. 우리대학 운영진은 철저한 설계도를 그리고 확실하게 공사를 진두지휘 해주기를 바란다. 그리고 우리대학 구성원들은 올해부터 이뤄질 대학의 변화에 큰 기대와 협력의 마음으로 동참하기를 기원한다. 그것이야말로 어쩌면 우리대학이 다시 최고의 대학으로 비상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일 지도 모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