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장 식사
총장 식사
  • 총장 김성근
  • 승인 2024.02.03 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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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근 / 총장
김성근 / 총장

졸업생 여러분 축하합니다.

이 자리의 주인공으로서 그간 어려운 학업을 완수한 데 대해 축하와 환영의 인사를 드립니다. 또한 따뜻한 사랑과 지지를 아끼지 않으셨던 학부모님들과 가족 여러분께도 감사드립니다. 이들을 가르치고 이끄신 교수님들께도 치하의 말씀을 드립니다. 그리고 이 축하와 격려의 자리에 함께해 주신 내외빈 여러분께도 감사를 전합니다.

역사적으로 1,000년 전 근대 대학이 태동한 이래 대학은 늘 사회의 발전과 함께해 왔습니다. 새로운 사상과 문화, 과학과 예술이 대학으로부터 흘러나와 사회의 변화를 이끌어 왔습니다. 반면 대학 자체도 사회의 변화와 함께해 왔습니다. 중세 수도원 같은 분위기의 대학들은 19~20세기를 거치며 완전히 사회의 일부가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대학도 사회적 성공의 잣대로 평가하는 시대가 되었습니다. 

진리의 탐구와 인격의 도야라는 대학 본연의 존재 가치는 마치 시효가 다 된 듯하고 이제는 우수한 연구논문과 특허, 뛰어난 취업률, 높은 대학 랭킹 등이 대학의 얼굴을 규정하는 시대가 된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주인공들이 대학의 문을 열고 나갈 때 저는 지나치게 성공과 실패의 이분법에 빠지지 않기를 바랍니다. 그런 배경에서 저는 오늘 다른 의미의 성공을 얘기하고자 합니다.

얼마 전 외국 소셜미디어에서 유행했던 밈이 있습니다. 지금도 ‘bumblebee NASA poster’로 검색하면 나오는 포스터입니다. 이 포스터를 미항공우주국이 만들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지만 bumblebee, 즉 호박벌에 관한 이 얘기 자체는 꽤 의미가 있습니다. 호박벌은 그 몸집에 비해 유난히 날개가 작은 곤충입니다. 그래서 공기역학적으로는 호박벌의 비행은 불가능하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호박벌은 실제로 날 수 있을까요? 이 포스터에 따르면 그것은 호박벌이 공기역학을 모르기 때문이라는 겁니다. 자신의 원천적 한계를 모르기 때문에 무모하게도 그 미약한 날개를 퍼덕거리며 날려고 하다가 무수히 실패와 좌절 끝에 결국 날 수 있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저는 여기서 이 주장의 과학적 진위를 가리기보다는 여기에 담긴 메시지를 우리 졸업생들에게 꼭 전해주고 싶습니다. 우리는 흔히 외적 조건만 보고 포기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젊음은 패기와 도전뿐 아니라 두려움과 소심함도 가지고 있는 두 얼굴의 모습입니다. 

학부에서 저조한 시험성적과 학점으로 인해 좌절하였던 우리 졸업생 여러분. 대학원에서 끝이 보이지 않는 연구의 미로에 갇혀 평생 헤어 나올 수 없을 것 같은 두려움을 겪었던 우리 졸업생 여러분. 여러분이 오늘 비록 멋진 학위복을 입고 자랑스러운 졸업장을 들고 축하와 격려를 받고 있지만 아직 마음 한구석에는 스스로에 대한 확신도 없고 미래에 대한 걱정도 떨치지 못하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오늘 저는 그런 여러분에게 자신의 부족한 모습을 자꾸 쳐다보지 않기를 권합니다. 우리의 외형을 비추는 거울은 늘 우리의 몸집에 비해 유달리 초라한 날개만 보여줄 것입니다. 특히 남들과의 비교는 우리를 더 낙담하게 할 것입니다. 이제 여러분은 이런 비교의 거울은 내려놓고 열심히 날개를 퍼덕여 보기 바랍니다. 스티브 잡스의 2005년 스탠퍼드대학 졸업식 연설 중 어릴 때 보던 잡지에서 인용한 “Stay Hungry, Stay Foolish”라는 메시지를 기억하기 바랍니다. ‘Stay Foolish’, 즉 자신의 초라한 날개로는 날 수 없을 거라는 판단을 하는 영리함을 버리고 오로지 우직하게 날갯짓에만 집중하라는 얘기입니다. 우직함이 열쇠입니다. 

진정한 성공은 남들보다 돈 많이 벌고 높은 지위에 올라가고 권력을 쥐는 것이 아니라, 날 수 있는 조건을 채 못 갖춘 미미한 존재가 자신의 한계를 넘어 언젠가 날게 되는 것입니다. 

여러분의 앞날이 지금은 힘겹게 날개를 퍼덕이는 호박벌 같은 모습으로 시작하지만 언젠가는 하늘로 솟구치는 독수리같이 뻗어 나가기를 기대합니다. 

다시 한번 여러분의 성취를 치하하고 장도를 응원합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