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제의 새로운 뇌관, 부동산 PF
우리 경제의 새로운 뇌관, 부동산 PF
  • 김윤철 기자
  • 승인 2024.02.03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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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8일 태영건설 워크아웃을 논의하는 4대 금융당국 수장과 관계자들(출처: 이코노믹 리뷰)
▲지난달 8일 태영건설 워크아웃을 논의하는 4대 금융당국 수장과 관계자들(출처: 이코노믹 리뷰)

지난해 말 태영건설이 기업개선작업(이하 워크아웃)을 신청함에 따라 새해 우리 경제의 시선은 온통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이하 PF)에 집중됐다. 시공능력평가순위 16위인 대형 건설사 태영건설이 지난해 하반기부터 자금난에 시달리다 결국 지난 2023년 12월 28일 워크아웃을 신청하며 정부에 공개적으로 도움을 요청했다. 태영건설을 시작으로 건설업계의 유동성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르며 부동산 PF 리스크는 단숨에 올해 우리 경제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금융시장의 불안과 위기설은 꾸준히 제기됐고, 경기 전반의 위축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점차 커졌다.

부동산 PF란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와 이에 따른 향후 수익성을 기반으로 건설사가 금융권에서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이다. 기업금융은 기업 신용에 의존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신용등급이 낮은 기업은 자금을 빌리기 어렵다. 부동산 PF는 이런 기업들이 부동산 개발 프로젝트만을 가지고도 돈을 빌릴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부동산 PF는 크게 브릿지론과 본 PF로 나뉜다. 브릿지론은 착공 전 토지 매입 등 초기 단계에서 필요한 자금을 조달하는 방법을 의미하며, 본 PF는 시행사가 땅을 매입한 후 작업에 돌입하면 토지를 담보로 대출받는 것을 의미한다. 국내 건설사는 대부분 건축 프로젝트를 진행할 때 일부 자금만 직접 투자하고 나머지는 이런 부동산 PF를 통해 조달한다. 이후 분양 수익을 활용해 대출을 상환하는 구조가 일반적이다.

부동산 PF 리스크는 코로나19 사태(이하 코로나19)가 종식되고, 우리 경제가 고금리와 부동산 불황기로 접어들며 수면 위로 떠올랐다. 코로나19 당시 기록적인 저금리 상황에서 부동산 가격 상승이 지속됐으며, 이에 따라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다. 이에 부동산 수요도 덩달아 늘며 부동산 PF는 큰 문제로 여겨지지 않았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종식된 이후 우리 경제가 금리 인상과 경기 위축이라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며 상황이 달라졌다. 원자재 가격과 부동산 PF 금리가 급상승했을 뿐만 아니라, 부동산 경기가 위축되며 분양을 받으려는 수요 자체가 급감했다. 건설업계는 대출 의존도가 높고 다른 업종에 비해 경기 변동성에 민감하게 반응한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부동산 불황기가 시작된 2022년 하반기부터 건설사의 자금 흐름에 빨간불이 켜졌고, 그간 만기 연장으로 연명해 온 문제 상황이 걷잡을 수 없이 불어났다. 이후 태영건설 등 대형 건설사가 휘청이는 모습을 보이자, 그와 협력하고 있는 중소형 건설사, 협력사를 포함해 건설업 전반에 대한 연쇄 부도설이 퍼졌다.

부동산 PF 리스크는 건설업뿐만 아니라 금융권까지 전방위로 번졌다. 지난해 말 한국신용평가가 신용등급이 없는 중소·지방 저축은행 47곳의 부동산 여신을 분석한 결과, 이들 저축은행의 부동산 PF 부실채권 비율이 1년 반 사이 5배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대형 은행과 달리 자본력이 부족하고 위기 대응능력이 부족한 △저축은행 △증권 △캐피탈의 경우, 건설사에 빌려준 돈을 회수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 금융권 전체의 건전성 우려가 증폭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진옥동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연합뉴스와의 신년 인터뷰에서 “올해 경제·금융의 최대 위험 요소는 부동산 PF 부실과 이에 따른 2금융권 리스크 확대 가능성”이라며 “새해에도 고금리 기조로 건설업 경기 개선이 쉽지 않은 만큼 부동산 PF 부실 이슈는 최대 리스크로 상존할 것”이라고 우리 경제를 진단했다.

태영건설을 시작으로 부동산 PF 위기론이 확산하자 정부는 PF 시장의 연착륙을 목표로 빠른 조처에 나섰다. 지난달 4일 기획재정부는 ‘2024년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고 부동산 PF의 연착륙을 위해 크게 △유동성 공급 △PF 사업장 정상화 △부동산 시장 정상화 등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유동성 공급의 경우 85조 원 수준의 유동성 공급 프로그램을 시장 상황에 맞게 조속히 집행하고, 사업성은 있으나 일시적으로 유동성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업장의 경우 LH가 매입해 정상화를 꾀하겠다는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아울러 정부는 올해 첫 부동산 정책으로 ‘1·10 부동산대책’을 발표하고 부동산 PF로 문제가 되는 건설산업 전반에 활력을 회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정부의 대책 마련과 함께 지난달 12일 태영건설은 산업은행 등 채권단 96.1%의 동의를 얻어 워크아웃을 개시했다. 워크아웃 협의 초반에는 태영건설의 자구안이 채권단의 신뢰를 얻지 못하는 등 잡음이 일기도 했으나, 이내 채권단이 부동산 PF 위기 확산을 태영건설에서 끝내야 한다는 데 뜻을 모아 워크아웃 개시가 확정됐다. 태영건설의 워크아웃이 시작되면서, 채권단이 채권행사를 유예해 주는 석 달 동안 태영건설은 구조 조정 방안과 재무 구조 개선 방안 등 자구안을 마련해 채권단에게 제출해야 한다. 정부는 워크아웃이 개시된 지난달 12일 거시 경제·금융 현안 간담회를 열고 “태영건설과 채권단은 후속 절차를 이행하는 과정에서 근로자와 협력 업체, 수분양자 등에게 어려움이 발생하지 않도록 세심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다”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당시 부동산 가격이 수년간 폭등한 이후 우리 사회와 경제에 미치는 부동산의 영향력은 크게 늘었다. 부동산 이슈가 우리 경제 전체를 휘청이게 만드는 만큼 이번 부동산 PF 위기 이후에도 정부는 건설업계와 금융권의 경영 리스크를 꾸준히 점검해야 한다. 나아가 하루빨리 부동산 PF에 대한 시스템적 문제가 해결돼 부동산 시장 전반에 점차 커지는 국민들의 우려가 해소돼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