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직면한 한국 영화계, 되살아날 수 있을까
위기에 직면한 한국 영화계, 되살아날 수 있을까
  • 오유진, 이주형 기자
  • 승인 2024.02.03 1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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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봄’의 포스터가 게시된 한 영화관(출처: 뉴스원)
▲’서울의 봄’의 포스터가 게시된 한 영화관(출처: 뉴스원)

지난해 11월 22일, 1979년 12월에 발발한 12·12 군사반란을 소재로 한 한국 영화 ‘서울의 봄’이 개봉했다. 개봉 첫날 관람객 수 203,813명으로 시작했던 영화는 입소문을 타 연일 높은 관람객 수를 유지했고 당해 12월 24일 천만 관객을 돌파하며 한국 영화계의 31번째 천만 관객 돌파 영화이자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천만 관객을 돌파한 단독 영화가 됐다. 지난달 1일에는 41일 연속 일일 관객 10만 명 이상을 돌파하며 ‘7번방의 선물’(40일)을 제치고 한국 영화 중 최다 연속 일일 관객 10만 명 이상이라는 기록도 세우게 됐다. 2023년 겨울부터 무서운 상승세를 보여준 ‘서울의 봄’을 기점으로 한국 영화계에도 봄이 찾아올지 기대가 되고 있다.

그간 한국 영화계는 봄이 오기 전 겨울과도 같은 시기를 보냈다. 코로나19 사태(이하 코로나19) 동안 지속됐던 외출 자제, 사회적 거리두기와 같은 상황들로 한국 영화시장은 큰 타격을 입었다.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시작됐던 2020년에는 한국의 극장 매출액이 2019년 대비 73.3% 감소했고 2021년, 2022년에 이어 지난해까지도 관객 수는 코로나19 발생 이전에 비해 절반가량에 불과했다. 코로나19가 종식된 지난해부터 한국 영화 시장의 귀추가 주목됐지만 높게 책정된 관람료 가격과 OTT 시장의 확장이라는 벽에 가로막혀 기대만큼의 성장은 일어나지 못했다. 지난 5년간 약 4,000원 정도의 높은 폭으로 상승한 영화표 가격이 관람객들에게 부담을 줌과 동시에, OTT 시장이 대체제로 부상하면서 극장을 찾는 관람객들이 줄어들었다는 평가다. OTT는 △쉬운 접근성 △다양한 콘텐츠 △편리성이라는 장점을 바탕으로 빠르게 시장을 확장해 나갔고 한국의 주류 문화가 되고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8년간 OTT의 연평균성장률은 28%에 달했으며 지난해 12월을 기준으로 활성 이용자 수는 △넷플릭스(1,164만 명) △쿠팡플레이(664만 명) △티빙(521만 명)에 육박했다. 극장에 가지 않더라도 집에서 편하게 영화를 보는 사람이 늘어난 것이다. 반면 ‘스즈메의 문단속’이나 ‘더 퍼스트 슬램덩크’, ‘엘리멘탈’과 같은 해외 제작 애니메이션 및 영화는 큰 성공을 거두며 관람가격과 OTT의 성장이 아닌 한국 영화의 수준이 관람객을 만족시키지 못했던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왔다. 
실제로 2023년에는 ‘범죄도시3’과 ‘서울의 봄’이 천만 영화로 등극하며 매력 있는 한국 영화는 여전히 흥행에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두 작품은 침체된 한국 영화계에 희망을 불어넣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특히 ‘서울의 봄’은 12·12 군사반란이라는 역사적 사건을 밀도 있게 재구성하면서 작품성과 대중성 모두를 잡았다는 극찬을 받았다. 영화진흥위원회(이하 영진위)에 따르면 지난 2023년은 영화관입장권 통합전산망이 가동돼 영화 매출액이 집계된 이래 12월 기준 역대 2위의 매출액과 관객 수를 기록했다. 

그러나 이후 개봉된 ‘노량: 죽음의 바다’와 ‘외계+인 2부’가 흥행 부진을 겪으며 한국 영화계가 다시금 위기를 맞고 있다는 우려를 낳기도 했다. 또한 지난 1년간 중소 규모로 제작돼 300만에서 500만여 명의 관객을 불러 모은 일명 ‘중박 영화’를 찾기 어려웠다는 지적 또한 존재한다. 영진위는 이에 대해 “영화 관람 가격 인상과 OTT 성장으로 영화관에서 관람해야 하는 영화와 그렇지 않은 영화를 관객이 구분하는 경향이 강화하면서 흥행 영화로의 관객 쏠림 현상이 심화한 탓”이라며 그 원인을 분석하기도 했다. 결과적으로 지난해 한국 영화 누적 매출액 및 누적 관객 수는 각각 전년 대비 5.2%, 3.3% 감소했다. 

한편 여러 기대작 또한 올해 개봉을 앞두고 있다. ‘검은 사제들’과 ‘사바하’ 등으로 오컬트 장르에 두각을 드러냈던 장재현 감독의 ‘파묘’는 2월 중으로 개봉을 앞두고 제74회 베를린영화제에 초청되는 영예를 안았다. 또한 2019년 개봉한 ‘기생충’의 성공 이후 세계적인 거장으로 거듭난 봉준호 감독의 ‘미키 17’이 오는 3월 공개될 예정이다. 이외에도 ‘범죄도시4’, ‘베테랑2’와 같은 프랜차이즈 영화들이 올해 안에 관객들을 찾는다. ‘신과함께’나 ‘아바타’ 시리즈와 같이 다수의 프랜차이즈 천만 영화들이 후속작까지 성공시켰다는 전례가 있어 해당 작품들의 흥행을 기대할 만하다. 

최근 영화 관람객들의 행보를 살피면, 결국 대중의 눈을 사로잡는 것은 재미있고 완성도 높은 작품임을 알 수 있다. 정덕현 문화평론가·칼럼니스트는 이에 대해 “결국은 극장으로 관객들이 올 만큼의 결과물을 만들어야 한다”라며 “변화된 영화 시장의 환경을 깊이 있게 들여다보고 과거의 관성들을 버리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라고 앞으로의 한국 영화 관계자들이 가져야 할 변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좋은 작품들의 지속적인 제작과 한국 영화에 대한 일반 대중의 관심 증가를 통해 한국 영화계가 하루빨리 코로나19 이전 수준으로 정상화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