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보 수준 과학저널리즘, 막히는 사회와의 커뮤니케이션
초보 수준 과학저널리즘, 막히는 사회와의 커뮤니케이션
  • 정현석 기자
  • 승인 2003.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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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저널리즘은 과학 분야의 정보를 전달하고, 일반인들과 과학자들의 간극을 좁힘과 동시에 과학 이슈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루는 과학과 사회의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다. 일찍이 과학문화가 자생적으로 형성된 외국에서는 과학저널리즘의 가치를 중요하게 인식하고, 과학저널리즘의 성격과 영향, 역할에 대한 다양한 논의가 이루어져 왔다. 이에 반해 우리나라의 과학저널리즘은 상대적으로 일천한 역사와 성장 일변도의 과학 정책으로 인해 아직은 내적 성숙을 이루지 못한 과도기적 형태를 띠고 있다.

과학도서의 현재와 과제

과학 도서들은 일반인들의 과학 분야에 대한 지속적인 관심과 이해를 촉진시킨다는 점에서 과학저널리즘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그동안 과학도서들은 발행부수가 적고, 판매량도 부진해 출판 시장에서 소외되어왔다. 현재 우리나라의 과학도서는 2001년 기준으로 순수과학도서가 68만부 출판되어 출판 시장에서 각 0.58%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순수과학도서가 출판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극히 미미한 수준임을 보여준다.

우리나라의 과학 도서들은 <과학콘서트>처럼 일반인들을 위한 과학 입문서, <링크>, <엘러건트 유니버스>와 같이 한 주제를 심층적으로 다룬 교양과학 도서, 그리고 과학자 전기와 과학 역사서 등으로 나눌 수 있다. 과거에는 전기와 역사서, 과학입문서들이 대다수를 차지했으나 요즈음 교양과학도서들이 점차 그 비중을 높여가고 있다. 그러나 과학입문서들은 게재된 칼럼들을 모아놓은 수준을 벗어나고 있지 못하며, 교양과학도서들은 국내 필자들의 역량 부족으로 외국 과학도서의 번역에 그치고 있는 실정이다.

최근 과학도서들이 과학의 시대적 필요성에 부응하여 점차 판매가 늘어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다. 정재승의 <과학콘서트>는 10만부가 넘게 팔려 과학도서도 성공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었으며, 독자들의 인식도 과거에 비해 많이 개선되고 있다. 그러나 과학적 지식을 소화하여 대중에게 전달해줄 과학저술가들과 과학전문 출판사들의 저변은 여전히 넓지 못한 것이 우리나라 과학도서의 현실이다.

언론 매체의 과학저널리즘

일반인들은 과학도서외에 TV, 신문, 잡지 등의 언론 매체를 통해 과학 분야의 정보와 과학 이슈를 접하게 된다. 과학 기술의 전문적인 성격과 일반인들의 이해 수준에 비해 빠른 발전 속도 때문에 언론 매체의 과학기술 보도는 다른 분야에 비해 그 영향력이 높다.

영국의 경우, 런던 타임스 등 주요 일간지의 10%는 과학기사로 채워져 있으며, BBC는 전체 방송 시간의 10~15%를 과학프로그램으로 배정하고 있다. 또한 유럽에서는 ‘사이언스 셀’이라고 하여 방송이나 신문도 과학기사가 있어야 상품성이 높다고 한다.

그러나 우리나라 일간지의 과학면은 지면이 절대적으로 부족하며, 기자들의 전문성 부족으로 외국의 언론 매체의 기사들을 번역하는 수준에 그치는 경우가 많아 어려운 문장으로 인해 일반인들의 관심을 유도하기가 어렵다. 또한 단기적인 관점에서 과학 기술의 성과에 집착하는 편향적인 보도 관행도 문제이다. 또한 배아복제와 같은 민감한 과학 이슈에서 과학기술의 내용 및 논쟁 사안을 정확히 전달하려는 노력보다는 유명 과학자의 견해를 과도하게 대변하고 있어 다양한 계층이 참여하는 토론의 장이 되지 못하고 있으며,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기 위한 균형적인 시각을 보여주는데 실패하고 있다.

과학저널리즘의 한 축, 과학잡지

과학잡지는 과학 대중화와 과학 저널리즘의 수준을 가늠하는 척도이다. 또한 타 언론 매체에 비해 심층적이고 전문적인 내용을 다룰 수 있으며, 지속성도 비교적 큰 매체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과학잡지인 <과학동아>는 1986년 1월 창간되어 이제는 상업적으로 성공한 과학잡지로 굳건히 자리를 잡았다. <과학동아>외 에 대중을 위한 과학잡지가 3종 정도 간행되고 있지만 모두 외국 과학잡지를 번역해 출판되는 잡지이다.

주간지 뉴스위크는 3회에 한번 정도는 과학이나 의학 분야가 커버스토리라고 한다. 그만큼 외국 잡지들은 과학 분야 기사의 비중이 높다. 그러나 국내 시사잡지에서 과학 기사는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우리나라가 아직 과학에 대한 지적 호기심이 낮고, 언론의 전문성 결여로 고급 과학 컨텐츠를 만들어내고 있지 못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과학기술 홍보

현대 과학기술 정보와 지식의 격차는 사회구성원이 평등하게 참여하는 의사 결정에 장애가 된다. 따라서 과학기술홍보는 최신 과학기술을 대중에게 전달하여 전문가와 일반인들의 인식의 격차를 해소한다는 데 그 의의가 있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최신 과학기술을 대중에 전달하는 과정은 주로 언론의 자발적인 취재 보도 및 중앙 일간지에 보도 자료를 제공하는 과학기술 유관 단체 홍보 담당자들의 활동으로 이루어져 왔다. 그러나 과학기술 연구자들의 홍보 의지가 약하고, 과학 칼럼리스트 및 교양과학도서 저술가들이 극소수이며, 과학홍보에 대한 전문성이 결여되는 등 우리나라의 과학홍보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미국에서 과학관련 학회들이 홍보담당 부서를 두고 과학전문 필자를 채용해 전문적인 보고서를 대중에 맞춰 고쳐 쓰며, ‘사이언스서비스’라는 비영리 단체가 과학 홍보를 주도하고 있는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우리나라 과학저널리즘은 현재까지 부족한 과학문화의 저변 속에서도 많은 역할을 해왔다. 이제 우리나라 과학저널리즘은 과학의 대중화뿐만 아니라 과학과 사회의 커뮤니케이션의 수단이라는 본연의 역할에 더욱 충실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