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투고] 우리학교 남학생은 홀아비 신세?
[독자투고] 우리학교 남학생은 홀아비 신세?
  • 김재민 / 화공 04
  • 승인 2005.05.0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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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공대에는 남학생이 여학생보다 훨씬 많다. 남녀 신입생의 비율은 03·04·05학번 모두 각각 83%, 17%로, 4.9:1이다. 그래서 남학생들이 교내에서 여자친구 만들기는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그래서 일부 학생들은 ‘솔로인생 이십년’이라든지 ‘솔로 팔천일’이라는 얘기를 하며 일종의 서러운 상황을 반어적으로 웃어넘기기도 한다. 그런데 이들이 이성교제 한번 못해본 것에는 물론 개인 탓도 있겠지만 불균형한 성비와 고립된 지역이라는 점은 포항공대라는 ‘사회’가 지닌 특성이므로 이를 사회적인 관점에서 봐야한다고 생각한다.

남초(男超)현상은 대학 외에도 직업 사회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그런데 그곳에서의 남초현상은 분명한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직업사회는 위계적 관계이고, 승진과 봉급이라는 부분이기 때문에 소수인 여성은 차별적인 대우를 받을 수 있다. 그러나 대학이란 곳은 물론 선·후배라는 질서가 있기는 하지만 대체로 학생들 간의 관계는 평등하다. 또한 연애를 많이 하는 대학생이라는 시기적 관점으로 봤을 때, 이곳에서의 소수인 여성은 오히려 남성들에 비해 우월한 지위를 지닐 수 있다.

이성관계 문제는 상당히 민감한 문제이다. 한 번에 단 한 명만의 애인을 갖는다는 관계의 특성상, 삼각관계 등과 같은 문제 때문에 타인에게는 배타적인 관계이다. 한 사람이 여러 명 중에서 단 하나의 이성 친구를 선택해야 하기 때문에, 선택받지 못한 사람에게는 심리적으로 커다란 상처를 줄 수 있는 관계이다. 또한 이성 친구의 문제는 비단 개인의 흥미 요소에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학교생활에의 만족, 학업에 임하는 자세에까지도 영향을 주기도하고, 멀리 내다봤을 때는 인생의 반려자를 고르는 과정일 수도 있다. 그런데 우리대학에서는 이런 점에 있어서 남성들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위치에 있다. 자신을 가꾸고 사랑과 낭만을 알아가는 시기이기도 한 대학생활에 있어서, 연애라는 기회가 불공평하게 주어지는 점은 사회적인 ‘기회 불균형’이라고 생각한다.

이성교제가 힘든 대학 현실은 더 큰 문제를 유발할 수도 있다. 바로 우수학생 유치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자신이 진학하고자 하는 학교를 선택할 때, 공부할 수 있는 여건 못지않게 중요한 요소는 생활 여건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점에 대해서 불편을 느끼는 사람이 있다면, 그 점은 학교 선택에 있어서 부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지방 대학이라는 점과 더불어 이성교제가 어려운 상황은, 특히 결혼 적년기인 20대 후반의 대학원 진학생들에게 있어서 기피 요인이 될 수 있다. 그러므로 이 때문에 대학원을 수도권 등지로 가려는 학생들이 많아진다면, 연구중심대학인 우리대학으로서는 커다란 손실이 아닐 수 없다. 또한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우리대학과 사정이 비슷한 카이스트와 더불어 학생들의 이공계 기피 현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렇다면 해결책은 있는가? 알다시피 이 문제는 어느 한 사람이 쉽게 해결할 수 있는 성질의 문제가 아니다. 왜냐하면 남성의 성비가 월등히 높고 타 대학이나 외부와의 교류가 적은 ‘포항공대라는 사회’의 구조적 모순에서 생기는 이른바 ‘사회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설문조사를 통해 학생들의 의견을 모아보고 해결책을 찾아보는 등의 학교 구성원 전체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또한 사람들도 이런 현실을 무관심과 조소의 대상으로 삼을 것이 아니라, 관심과 고려의 대상으로 봐야 한다. 연애는 개인이 알아서 할 일로 치부할 것이 아니라, 한두 사람에게 해당되는 이야기가 아닌 만큼, 하나의 사회문제로 인식하고 해결책을 찾아 나서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현재 우리대학은 단 세 개 대학과만 계절학기 교류를 하지만, 카이스트의 경우에만도 대전의 2개 대학(충남대, ICU)를 비롯해서 전국의 14개 대학과 교류하고 있다.

우리학교 학생들이 이공계 기피현상 속에서도, 또 지방 소재 대학이라는 점도 무릅쓰고, 자연과 과학의 진정한 탐구를 위해서 지원했다. 그들의 ‘솔로’ 현실을 비웃지 말고, 공부·연구 여건 못지않게 학생들의 생활 여건에도 관심을 갖는 등 따뜻하게 감싸주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