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일 수익 500% 보장’, 투자 리딩방 사기 주의보
‘당일 수익 500% 보장’, 투자 리딩방 사기 주의보
  • 김윤철, 이이수 기자
  • 승인 2024.01.01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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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 리딩방 사기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출처: 연합뉴스)
▲투자 리딩방 사기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출처: 연합뉴스)

최근 고수익을 미끼로 투자금을 가로채는 리딩방 사기가 활개를 치고 있다. 투자 리딩방은 전문성이 검증되지 않은 개인도 당국에 ‘유사투자자문업자’로 신고만 하면 얼마든지 영업할 수 있는 단체 대화방이다. 사기꾼들은 이런 허점을 노려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환심을 산 후 더 큰 투자금을 유치하면 잠적하는 방식으로 사기행각을 벌여왔다. 최근 증권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주식 및 가상자산에 관심이 많은 개인 투자자가 부쩍 늘어나 이들을 노린 리딩방 사기 피해가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다. 

경찰청 국가수사본부가 더불어민주당 홍기원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작년 7월까지 경찰이 집계한 리딩방 투자 피해 건수만 940건에 이른다. 피해자 숫자는 1만 명에 육박하고 피해 액수는 2,412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집계됐다. 경찰은 아직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사건을 포함한다면 피해 액수가 최대 1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했다. 주식시장에 뛰어든 20·30세대 주식 초보자를 노린 사기 피해 규모도 점차 늘어났다. 한국 소비자원에 따르면 불법 리딩방으로 피해를 봤다고 신고한 이들 가운데 20·3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2020년 17%에 그쳤지만, 작년 32%로 2배 가까이 늘어났다. 투자 경험이 부족한 젊은 투자자들이 높은 수익률이라는 문구에 혹해 무작정 투자하는 일이 빈번해지는 것이다.

투자 리딩방 사기는 ‘당일 500% 수익보장’, ‘7,000만 원으로 1억 벌었다’ 등의 문구로 SNS나 오픈채팅방 등에 투자자들을 모집하는 데서 출발한다. 자칭 투자 전문가라고 불리는 리딩방 운영진은 허위 수익률과 종목 적중률을 비롯한 근거 없는 실적을 내세우며 투자자들의 환심을 산다. 이들은 처음 방문한 투자자들에게 수익금을 돌려주며 투자자들을 안심하게 만든다. 이후 더 큰 투자 금액을 유도하거나 유료 회원이 되기 위해서는 수백만 원에 달하는 이용료가 필요하다고 유인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소액 투자로 작은 수익을 내주고 더 큰 돈을 투자받으면, 채팅방을 없애고 잠적하는 식이다. 리딩방 운영진은 바람잡이 계정을 만들어 자신들에 동조하는 세력을 만들고, 의문을 제기하는 이용자는 차단하거나 협박하는 식으로 치밀하게 범죄를 저질러왔다. 또 다른 사기 수법으로는 △종목 △매도매수 가격 △시점을 특정하는 ‘선행매매’가 있다. 리딩방 운영자가 특정 주식 종목을 매수한 뒤 회원들에게 따라 사도록 하고, 허위사실 유포를 통해 주가를 끌어올린 후 운영자는 자신의 주식을 매도해 수익을 챙기는 수법이다. 최근에는 가격 변동성이 큰 코인의 시세를 조작해 이득을 챙기는 경우도 늘고 있다. 하지만 피해자들은 단지 추천대로 종목을 매매했다가 자신도 모르는 사이 주가 조작과 같은 중대 형사사건에 연루되기도 한다. 

최근 정부 규제당국의 여러 조치에도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 SNS상에서 유명인을 사칭한 광고도 기승이다. 투자로 큰 부를 이룬 사람들이나 유명 기업인들을 사칭한 불법 광고로 사람들을 리딩방에 유입해 특정 종목의 투자를 유도한다. 사칭 당한 것으로 확인되는 인물은 △황현희(개그맨) △김범수(카카오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 △백종원(더본코리아 대표) △이부진(신라호텔 사장) △안유화(성균관대 중국대학원 교수) 등으로 다양하다. 김범수 센터장을 사칭한 계정은 ‘저는 가난한 소년이었지만 주식 투자를 통해 대한민국 최고의 부자가 됐다. 무료 주식 커뮤니티를 만들었으니, 기회를 놓치지 말라’라고 리딩방 유입을 유도하고 있다.

유명인을 사칭한 리딩방 사기와 관련해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개인정보보호위원회(이하 개보위)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이하 방심위)가 대응에 나섰다. 방통위는 지난해 10월 31일 구글, 메타 등 SNS 및 광고 기업에 공문을 보내 유명인의 명의를 도용하는 것에 관한 규제 강화를 요청했으며, 개보위는 지난해 10월 25일 ‘유명인 사칭 불법 광고 행위에 대해 엄중히 대응하겠다’라고 메타 등에 게시물 삭제를 요청했다. 방심위는 해당 게시글에 대해 경찰 수사를 의뢰하고 연말까지 유명인 사칭 광고에 대해 중점적으로 모니터링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경찰청 국가수사본부는 리딩방의 근본적인 피해 확산을 막기 위해 오는 3월까지 불법 리딩방 사기 특별단속을 실시한다. 단속 대상은 △허위 정보를 제공해 금품을 편취하는 행위 △피해자의 투자금을 횡령하는 행위 △불공정거래(시세조종 및 미공개정보 이용) △미신고 불법영업 등이다. 단속 결과에 따라 점차 단속 대상과 범위를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국회에서도 리딩방 사기 피해를 막기 위한 입법 노력이 진행 중이다. 지난해 6월 27일 국회 정무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원회에서 유사투자자문업자의 허위과장광고에 대한 처벌 규정을 마련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에 통합해 통과시켰다. 유사투자자문업자의 불건전 영업행위 및 허위과장광고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겨 이를 위반할 시 1억원 이하의 과태료를 내야 한다.

현재 리딩방은 단순 신고만으로 운영할 수 있고 범죄가 온라인상에서 이뤄지기에 문제 해결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따라서 개인 투자자들은 고수익, 원금 보장 등의 문구에 현혹되지 말고 유사투자자문업자의 권유를 항시 의심해야 한다. 또한 정부와 금융당국은 리딩방 근절에 앞장서 제도를 보완하고 단속을 강화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