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블랙홀에 빠진 대한민국
서울 블랙홀에 빠진 대한민국
  • 김윤철 기자
  • 승인 2024.01.01 1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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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0월 김포시가 서울 편입을 요청하며 ‘메가시티 서울’(이하 메가 서울)이 정치권의 가장 큰 화두로 떠올랐다. 경기도를 남도와 북도로 분리하는 논의 과정에서 김포시가 남도와 북도 양자택일을 포기하고 차라리 서울시에 편입하겠다고 선언한 것이다. 김포시에 이어 △광명시 △하남시 △구리시 등 서울 인접 도시에서도 서울로 편입하자는 논의가 본격화되며 메가 서울 논쟁이 전국으로 번졌다.

정권이 바뀌어도 공통으로 내거는 국정과제는 ‘국가균형발전’과 ‘지방시대’다. 메가 서울은 두 가치에 정면으로 반하는 정책으로, 이제껏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쌓아 올린 공든 탑을 무너뜨리고 있다. 통계청의 2022년 인구주택총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국 면적의 12%에 해당하는 수도권에 전체 인구 50% 이상이 거주하고 있다. 수도권 집중의 핵심은 단연코 서울이며, 비대해진 서울은 국토 활용의 비효율과 지방소멸을 야기한다. 따라서 지난 수십 년간 정부는 수도 서울의 인구 과밀을 해소하고 지방 도시의 자생력을 기르기 위해 여러 자구책을 마련해 왔다. 

대표적 사업으로는 행정중심 복합도시 세종시가 있다. 세종시는 수도에 집중된 △정치 △행정 △경제 등 사회적 기능을 분산하기 위해 지난 2012년 출범했다. 현재 정부 부처 대부분이 입주한 세종시는 국가 행정의 중심축을 맡고 있으며, 향후 대통령 제2 집무실 설치와 국회 세종의사당 건립이 예정돼 있다. 세종시는 국가균형발전의 가치를 톡톡히 지켜왔으며, 수도권 집중화 현상을 타개할 ‘행정수도’로 발돋움하고 있다. 이제껏 국토 발전에 있어 우리 정부의 주된 정책 기조는 수도 서울의 거대화를 줄여가는 방향이었다. 하지만 이번 메가 서울 구상은 이러한 장기적인 국가전략을 거스르는 포퓰리즘성 제안에 불과하다.

또한 메가 서울은 논의의 출발점인 경기도의 △교통난 △초과밀 학급 △문화시설 부족 문제에 대한 본질적 해결책이 되지 못한다. 경기대 김진유(도시·교통공학) 교수, 중앙대 마강래(도시계획부동산) 교수 등 도시계획전문가들은 행정 구역은 그대로 두되, 생활권이 같은 지역끼리 다양한 인프라를 함께 논의해 구축하고 공동관리하는 행정 개편이 중요하다고 강조한다. 경기도민을 위한 기존 정책의 결론도 짓지 못한 채 행정 주소만 바꾼다고 달라질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경기도민과 서울시민의 입장에서도 메가 서울의 득과 실이 불분명한 지점이 많다. 경기도민의 경우 과밀억제권역인 서울시로 편입되면 규제는 강화되고 세제 혜택은 축소된다. 서울시민의 경우 서울이 외곽으로 팽창되며 상대적으로 낙후된 도심 지역이 투자 우선순위에서 밀릴 가능성이 있다. 메가 서울로 인한 주민의 실익을 명확히 결론짓지 못한 상태에서 메가 서울 타이틀만 가타부타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이미 서울은 메가시티다. 지방소멸이 가속화되는 현재, 포화 상태인 서울에 더 많은 인구를 유입시키는 구상은 공감을 얻기 어렵다. 메가 서울은 전국적 균형발전의 큰 그림을 그린 뒤 서울시민과 경기도민의 실익을 고려한 측면에서 논의함이 합리적이다. 서울 옆 도시를 서울로 편입한다는 미시적 논의보다 수도권 과밀과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균형발전 전략의 큰 그림으로 논의가 전환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