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에세이] 봉사‘활동’ 아닌 ‘봉사’활동을
[독자에세이] 봉사‘활동’ 아닌 ‘봉사’활동을
  • 장성훈 / 생명 04
  • 승인 2005.03.2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5학년도 새내기 새배움터(이하 새터) 행사의 하나로 봉사활동이 있었다. 신입생들은 한 분반, 또는 두 분반이 함께 포항 인근의 중증장애인, 노인 보호시설을 방문하여 이틀간 봉사활동을 하였다. 나는 신입생과 함께 봉사활동에 참여하여 경산 신천동에 위치한 중증장애인 보호시설인 성락원을 방문했다. 이 곳은 2004학년도 새터 행사 때 왔던 곳이어서 이번에 신입생들과 다시 찾게 되어 감회가 남달랐다.

봉사활동 첫째 날, 신입생들은 이른 아침을 먹고 버스에 올라 다들 피곤한 모습이었다. 버스를 타고 한 시간 반 정도 가야했기 때문에 다들 모자란 아침잠을 보충하려는 듯 좌석에 앉아 잠을 청하는 모습이었다. 성락원에 도착해서는 두세 명씩 짝을 지어 장애우들이 있는 방에 배치되었다. 각 방에서는 그 방의 특성에 따라 장애우들의 식사나 놀이, 방 청소 등을 도왔다. 방마다 ‘엄마’라고 불리는 사회복지사가 어려운 점은 도와주시고 장애우들과 친해지는 데도 많은 도움을 주셨다. 그리고 그 날은 외부에서 오셔서 하는 구연동화 및 그림 그리기 프로그램이 있어 우리도 함께 참여하여 장애우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다. 오후 4시경 내일 다시 올 것을 약속하며 발걸음을 학교로 옮겼다. 저녁에는 다음날 성락원에서 보여줄 춤이나 노래와 같은 장기자랑과 가벼운 레크리에이션을 준비하였다. 신입생들은 어떻게 하면 장애우들이 즐거워할지 고민하며 서로 아이디어를 짜내고, 밤늦도록 연습을 하는 등 모두 멋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둘째 날, 아침 8시에 모두 버스에 올라 다시 성락원으로 향했다. 성락원에 도착한 신입생들은 자신이 배정되었던 방으로 다시 들어가서 어제와 마찬가지로 장애우들과 함께 시간을 보냈다. 점심을 먹은 후 성락원 놀이방에서 장기자랑 시간을 가졌다. 신입생들은 몇 조로 나뉘어 백설공주를 짧게 줄인 연극을 보여주고, 올챙이 송을 부르며 춤을 보여주기도 했다. 한 시간 정도의 장기자랑시간을 통해 장애우들과 함께 웃고 즐기며 좀더 가까워질 수 있었다. 장애우와 정상인이 아닌 한 인간으로서 서로를 느끼고 생각을 나눌 수 있었던 좋은 시간이었다. 장기자랑 시간이 끝나고 떠날 시간이 되자 모두들 못내 아쉬운 표정이었다. 이틀간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서로의 온기를 느끼며 인간미 넘치는 정을 나눌 수 있었던 것 같다. 돌아오는 길에 나는 작년 봉사활동을 회상해 보았다. 그리고 이번 봉사활동을 거기에 비추어 보며 앞으로 계속될 봉사활동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았다. 마치 다듬어져 가는 조각처럼 차차 나아지는 봉사활동을 보며 봉사활동 기획자의 일원으로서 뿌듯한 마음을 가질 수 있었다. 그뿐 아니라 지난번 봉사활동에 직접 참여했을 때 느꼈던 가슴 가득한 사랑을 이번에도 느낄 수 있었다. 이는 나뿐 아니라 봉사활동에 참여한 모든 신입생이 느꼈으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이번 봉사활동이 모든 이의 마음속에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았기를 기대한다.

성락원에서는 1년에 4회 소식지를 발행하는데, 이번 봄호에 신입생들의 봉사활동 후기를 싣고 싶다는 연락을 받게 되었다. 그래서 신입생 대표 신소재공학과 윤호진 학우의 봉사활동 후기를 받아 성락원 측에 전달하기 위해 3월 5일 재방문하였다. 성락원 측에서는 2년연속봉사활동을 와 준 데 대해서 그 취지를 매우 높게 평가해 주셨다. 봉사활동의 시작은 이런 행사에 이끌려 첫 발을 내딛게 되었어도 그 다음부터는 각자의 마음에서 우러나와 봉사‘활동’이 아닌 ‘봉사’활동이 되기를 기대한다는 당부의 말씀도 들을 수 있었다. 이번 봉사활동에 참여한 신입생들도 이를 이미 인식했으리라 생각한다.

우리가 방문한 성락원은 거창하게 장애우들의 손발이 되어 주겠다든지, 그들의 아픔을 함께 나눈다는 그런 의미가 아니라 가볍게 초등학교의 일일 교사 도우미처럼, 유치원의 놀이 도우미처럼 활동할 수 있는 곳이었다. 앞으로 우리가 추구해야 할 봉사활동도 이런 것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는 전문 사회복지사가 아니므로 봉사활동이라는 것에 엄청난 중압감이나 책임감을 가지고 힘들게 또는 귀찮게 생각할 것이 아니라 가볍게 즐기면 되는 것이다. 도우미의 자세로 장애우와 동화되어 그들과 함께 정을 나누고 친구처럼 지낼 수 있는, 그런 봉사활동을 해야 할 것이다.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계획할 때 지속성을 염두에 두고 하지만 우리 학교 학생으로서는 학기 중에 규칙적으로 봉사활동을 하러 가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매 학기마다 ‘넓세바’나 봉사동아리에서 봉사활동 프로그램을 적잖게 준비하고 실시하고 있다. 여기에 학생들이 조금만 적극적으로 참여한다면 지속성은 크게 문제가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봉사활동을 다녀온 학생들의 마음속에 봉사활동을 다녀왔다는 자부심과 함께 다른 사람의 입장에서 고려해 볼 줄 아는 마음, 그리고 위에서 언급한 봉사활동의 자세가 갖추어져 있어야 할 것이다. 이 것이 우리 학교 봉사활동 프로그램의 최종 목표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