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켓 예매의 사각지대에 선 노년층
티켓 예매의 사각지대에 선 노년층
  • 김윤철, 오유진 기자
  • 승인 2023.12.05 2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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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년층 디지털 소외를 조명한 모습(출처: 게티이미지뱅크)
▲노년층 디지털 소외를 조명한 모습(출처: 게티이미지뱅크)

“인터넷에서만 전부 다 100% 예매하니까 나같이 나이 칠십이 다 된 사람들은 못 사는 거 아니야. MBC 청룡서부터 팬인데 못 들어가는 거예요.” 지난달 7일부터 13일까지 2023 KBO 한국시리즈가 열린 야구장에는 노년층 팬들의 볼멘소리가 이어졌다. 이번 한국시리즈 경기는 모두 온라인에서만 사전예매를 받았는데, 취소된 표조차도 온라인에 먼저 풀리며 현장 예매자는 뒷전인 탓이었다. 현장에서 티켓을 구매하기는 실질적으로 불가능했고, 온라인 예매가 익숙지 않은 노인들은 아쉬움을 뒤로한 채 경기장을 떠나야만 했다. 매진 소식에 속상해하는 할아버지, 할머니 야구팬의 모습이 온라인을 통해 빠르게 공유되며 노년층의 ‘디지털 소외’ 문제가 심각하다는 사회적 공감대가 형성되고 있다.

디지털 사회가 자리를 잡고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비대면 상거래가 활성화됨에 따라 △스포츠 경기 △문화공연 △KTX 및 시외버스 등 티켓 예매 대부분은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예매로 주요 예매처를 옮겼다. 문제는 변화된 예매 방식이 온라인 환경에 익숙한 젊은 세대의 편의에만 맞춰졌다는 점이다. 데이터 분석 기업 와이즈앱에서 2022년 8월 티켓 예매 앱의 연령대별 사용자 비중을 조사한 결과, 주요 앱 4개 모두 50대 이상 사용자 비중이 10% 근처를 벗어나지 못했다. 이에 반해 30대 이하 사용자 비중은 80%에 달하며 전체 사용자 비중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편의성만 고려한 채 100% 온라인 예매 방식을 택하는 경우가 늘어남에 따라 고령 예매자의 피로도는 점차 커지는 상황이다. 일례로 코로나19 사태 당시 KTX, SRT 운영사는 군중 밀집을 예방하기 위해 ‘명절 연휴 100% 온라인 예매’ 정책을 도입했고, 이는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된 지금도 유지되고 있다. 올 추석 잔여석 현장 예매를 시도하기 위해 서울 주요 역사에 모인 노인들은 온라인 예매 방식에 불만을 쏟아내며 현장 예매 방식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포스트시즌, 올스타전과 같은 주요 프로야구 경기 또한 전량 온라인 예매로 우선 판매되다 보니 현장에서 판매되는 잔여분은 거의 없었다. 경기 티켓은 대부분 선착순 온라인 예매에 능숙한 젊은 팬들의 차지였고, 자식과 손주의 힘을 빌리지 못한 노인들은 일찌감치 예매를 포기한 경우가 다반사였다. 

이런 노년층 디지털 소외 문제는 노년층 디지털 교육과 예매 방식의 다양화를 통해 해결할 수 있다. 먼저 노년층을 대상으로 디지털 교육을 진행함으로써 그들이 직접 예매할 수 있는 여건을 마련해야 한다. 일례로 서울시는 용산역 내 여행센터에서 스마트폰 앱을 활용한 예매 교육을 진행 중이다. 한편으로는 예매 방식 다양화를 통해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문화 취약 계층을 위해 전화 예매, 현장 예매 등의 비율을 늘려 더 다양한 구성원이 문화생활을 향유할 수 있게 도와야 할 것이다. 실제로 이번 KBO 한국시리즈 중 노인들의 안타까운 사연이 이어지자 “어르신들을 위해서라도 10%는 현장 예매를 할 수 있게 비워놔야 한다”라며 예매 방식의 다양화를 촉구하는 네티즌의 의견이 많은 공감을 얻기도 했다.

한편 노년층이 겪는 디지털 격차는 비단 티켓 예매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노년층은 △키오스크를 통한 다양한 서비스 이용 △대중교통 탑승 시 카드 사용 △인터넷 뱅킹을 통한 자산 관리 △택시 호출 앱 이용 △웨이팅 앱 및 SNS를 통한 줄서기 등 모바일이 필수적인 일상생활에 고충을 토로한다. 특히 키오스크가 자영업자들의 인건비 부담 감소 및 소비자의 편리함 등을 이유로 △음식점 △카페 △병원 △주민센터를 비롯한 거의 모든 곳에서 보편화되면서 노년층은 생활 전반에 걸친 디지털 격차를 겪게 됐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 배치돼 운영되는 키오스크의 수는 2019년 18만 9,951대에서 2022년 45만 4,741대로 급격하게 늘어났다. 그러나 노년층 대다수는 디지털 역량 부족으로 인해 키오스크나 스마트폰 앱 사용의 편리함을 누리지 못하는 상황이다. 서울디지털재단이 작년 서울 거주자들을 대상으로 조사하고 발표한 ‘디지털 역량 실태 조사’에 따르면 키오스크를 이용해 봤다고 응답한 사람의 비율이 연령층이 높아짐에 따라 현저하게 감소했다. 응답자 중 △55세 미만 94.1% △55~64세 68.9% △65~74세 29.4% △75세 이상 13.8%가 키오스크를 이용해 봤다고 답했으며, 키오스크를 이용하지 않은 이유로는 ‘사용 방법을 모르거나 어려워서’가 33.8%로 가장 높았다.

시대의 흐름에 맞춰 더 빠르고 편리한 방식으로 시스템을 변화시키는 것도 좋지만, 때로는 잠시 멈춰 뒤늦게 따라오는 사람들을 끌어주는 것도 중요하다. 노년층의 티켓 예매를 돕는 것은 여타 문화 취약 계층의 문화생활 참여를 활성화하는 시발점이 될 것이다. 이외에도 연령층 간 디지털 격차를 해결하기 위해 △음성 안내 키오스크 도입 △지방 자치단체가 주최하는 디지털 교육 활성화 △키오스크 사용을 돕는 ‘디지털 안내사’ 배치 △디지털 약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 개선 등이 더욱 활발히 이뤄져야 한다. 앞으로 과학기술이 더욱 발전할 우리 사회에서 노년층 디지털 격차 문제가 점차 해결되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