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북아 3국의 암울한 미래
동북아 3국의 암울한 미래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3.12.05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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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출산을 주제로 다룬 쿠르트게작트의 영상 섬네일(출처: 쿠르트게작트)
▲저출산을 주제로 다룬 쿠르트게작트의 영상 섬네일(출처: 쿠르트게작트)

아시아, 더 나아가 세계 경제의 한 축을 담당하는 동북아 3국인 한국·일본·중국의 미래가 암울하다. 중국은 엄청난 인구수로 미국과 함께 국내총생산 1, 2위를 다투는 국가다. 세계 패권을 놓고 미국과 경쟁하고 있으며, △항공우주 △첨단과학 △국방과학의 측면에서도 미국과 견줄 유일한 국가로 점쳐지고 있다. 한국과 일본은 뛰어난 첨단 기술과 제조업으로 아시아 경제의 중심이 됐다. 또한 세계 10위권 이내의 국방력을 가진 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한때 세계 경제 전성기의 중심이었던 동북아에 어째서 어두운 미래가 드리웠을까.

먼저 동북아는 군사적 긴장이 팽배한 지역 중 하나다. 한국과 북한은 1953년 6.25 전쟁에 대한 휴전을 맺으며 전쟁을 중단했다. 하지만 그 뒤로도 수많은 충돌이 있었으며, 최근까지 북한의 미사일 도발 문제와 이에 대응한 한미연합훈련으로 긴장의 수위는 높아지고 있다. 남북 간 갈등 외에도 중국과 대만이라는 양안 관계도 악화 일로를 걷고 있다. 중국은 ‘하나의 중국’을 표방하며 대만이 자국의 일부라는 주장을 하고 있다. 일전에 반분열국가법과 홍콩 범죄인 인도법안으로 이미 홍콩에 대한 일국양제 원칙을 어겼다는 평을 들은 만큼, 대만에 대한 중국의 행보 또한 비슷한 길일 것이라 예측된다. 마크 에스퍼 전 미국 국방장관은 “남북문제를 거론하지 않았음에도 동북아는 지정학적 최대 화약고”라고 말하며 동북아의 불안정한 정세를 평가했다. 지정학적 위기는 경제에도 큰 영향을 미치기에 동북아의 성장은 계속해서 제한받을 수밖에 없다. 고질적인 지정학적 위기는 한국을 향한 투자 감소로 이어지므로 정책적 대응을 펼치고 있지만, 여전히 불안 요소가 남아있다는 것은 한국을 비롯한 동북아 경제에 큰 족쇄로 작용하고 있다. 

이로 인한 국방비 지출의 증가도 문제로 지적된다. 군사적 긴장이 고조되며 국방비 지출이 자연스레 늘어나는 것이다. 국방기술품질원에서 조사한 ‘2019년 국방비 지출 상위 15개국’에서 중국은 세계 2위, 일본과 한국은 나란히 10위권에 들었다. 특히 대한민국은 분단국가라는 특성상 매년 약 50조 원에 달하는 국방비를 지출하고 있다. 지난해 정부는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에 대비해 정부예산이 감소하는 와중에도 국방예산을 전년 대비 4.6% 확대 편성한다는 내용의 보도 자료를 발표한 바 있다. 이처럼 전반적 예산 감축 압박이 거셈에도 국방비에 대한 지출은 쉽사리 내릴 수 없는 고정 비용 성격을 가진다는 것은 국가 운영에 장기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

동북아 3국의 저출산 문제도 심각하다. 일본은 이미 1970년대부터 합계출산율이 꺾이기 시작했고, 2005년에 인구 자연 감소와 고령화 단계에 진입했다. 2004년 일본은 최초로 전체 인구 대비 65세 이상 인구의 비율이 20%를 넘으며 초고령사회에 진입했고, 젊은 노동자의 감소는 노동 경쟁력의 감소로 이어졌다. 과거 제조업 강국의 일본은 저출산·고령화 문제로 무너질 위기에 처했다. 비단 일본만의 문제가 아니다. 한국과 중국도 그 속도가 가파른데, 2020년 기준 노인 비율이 각각 15.7%, 17.8%를 기록하며 고령사회로 진입했다. 이미 두 국가의 일부 지역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했으며, 증가세로 초고령사회 진입은 초읽기라는 해석이 나온다. 대한민국의 출산율은 다소 심각한 상황이다. 기존 통계청에서 발표하던 장래인구추계의 최저치를 매번 경신하며 모든 예측보다 하회하는 일이 벌어졌다. 이와 함께 지난해 7월, 처음으로 인구 감소가 확인됐으며 올해 출산율은 0.7명대를 기록했다. 이처럼 대한민국의 전례 없는 인구 감소세는 해외에서 큰 반응을 불러왔다. 일례로 해외의 유명 교육 채널 ‘쿠르트게작트’는 흘러내리는 태극기를 섬네일로 ‘한국이 죽어가는 이유’라는 제목의 영상을 게재해 큰 화제가 됐다. EBS에서 저출산을 소재로 방영한 다큐멘터리에서는 미국의 유명 교수가 한국의 합계출산율이 0.78명이라는 소식을 듣고 머리를 움켜쥐며 “대한민국 완전히 망했네요. 와!”라며 탄식하는 모습이 나오기도 했다. 이처럼 동북아 3국의 저출산은 다른 선진국과 다른 양상을 보인다는 것이 특징이다.

저출산·고령화 문제는 사회보장 비용의 증가로 이어진다는 점도 주목해 볼 지점이다. 전국경제인연합회의 조사 결과, 한국의 사회보장 비용 부담 증가율은 연평균 3.3%로 다른 국가에 비해 크게 증가했다. 유례없는 저출산 양상으로 볼 때 현재와 같은 추세는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며, 이 추세가 지속된다면 사회보장 비용이 GDP의 20%에 달할 것이란 분석도 덧붙였다. 중국도 한국과 비슷하게 빠른 출산율의 하락을 기록 중이고, 이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여성이 가정으로 복귀해 전통적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라고 말해 논란이 일기도 했다. 

동북아 3국을 둘러싼 다양한 문제들은 성장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하지만 세 국가가 적극적으로 화합을 도모하는 것도 요원해 보인다. 지금, 이 순간까지도 세 국가를 둘러싼 정치적·안보적 갈등은 계속되고 있다. 세 국가가 함께 문제를 타개할 방안을 찾기 위해 협력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