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교육의 종말
대학 교육의 종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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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23.12.05 20: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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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을 기점으로 4차산업혁명이 사회 전체의 관심사가 되어 직업과 교육의 혁명적인 변화가 널리 논의되었다. 이후 코로나19 사태와 최근에 도래한 생성형 AI의 파도는 이런 논의가 실생활을 지배하는 변화로서 우리 곁에 와있음을 실감하게 한다. 2015년 Kevin Carey는 베스트셀러 저서 ‘The End of College’에서 천정부지로 교육비가 치솟은 미국의 대학들이 수요와 시대에 맞는 교육을 제공하지 못하는 반면, 하버드대, MIT 등이 주도한 온라인교육플랫폼들이 저비용으로 엄청난 수의 수요자에게 높은 수준의 교육을 제공함을 주목하였다. 결국 기존의 대학들은 점차 사회적 역할을 잃어갈 것이라 예견하였다. 

대학들이 아직 생존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미국의 대학들과 회사들이 주도한 온라인교육플랫폼은 날로 번창하여 고등교육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되었다. 여기에 더해 생성형 AI는 우리가 상상하지 못한 속도와 폭을 갖고 교육을 바꾸게 될 것이라고 예견된다. 이 문제의 한 축은 기존 대학들이 제공하는 교육이 지난 100년 동안 본질적으로 변화가 없다는 것에 있다. 인터넷과 이동통신이 없던 1980년대 중반에 본인이 경험한 교육 내용과 현재의 교육 내용은 얼마나 변화하였는가? 커리큘럼, 강의 내용과 전달 형식에 거의 변화가 없다. 굳이 변화를 찾자면 당시에 비해 과목 수가 적어졌고, 각 과목에서 배우는 범위도 줄어들었으며, 일부 과목에서 파워포인트와 온라인 강의를 활용하며, 실험장치들이 고급화 되었다는 점 정도이다. 배우는 범위가 줄고 난이도가 쉬워졌을 뿐 교육의 질적 변화가 없으며, 이런 교육 내용은 1960년대의 미국 대학들의 교육 내용과 같다.

그럼, 본인이 새로운 영역으로 연구를 확장할 경우 어떻게 학습하게 되는가? 대학 교과서에 있는 내용은 모두 유튜브에서 자세하고 친절한 설명을 찾아볼 수 있으니 해당 내용들을 찾아서 개략적인 정보를 획득하고, 생성형 AI에게 질문을 해서 인터넷 검색으로 보완하여, 필요한 원전 논문들을 읽게 된다. 굳이 체계적인 강의 형식의 학습이 필요하다면 온라인교육플랫폼에서 제공되는 MIT 교수의 강의를 저렴한 가격으로 장소와 시간 제약 없이 이용할 수 있다.

Kevin Carey가 지적했듯이, 우리가 아직도 대학에 비싼 등록금을 내는 이유는 고액 연봉을 주는 회사에 취직하기 쉬운 졸업장을 원하기 때문일 것이며, 아직도 실력으로 평가받는 시스템이 취약하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회사들이 언제까지나 능력을 증명하지 못하는 대학 졸업장에 의존하지는 않을 것이다. 국내 굴지의 소프트웨어 개발회사의 경우 프로그래밍 실력으로만 직원을 채용하는데, 고등학교에서 프로그래밍을 전공한 학생들이 대학의 컴퓨터공학과 졸업생들보다 월등히 우수하다 한다. 대다수 기업이 대학 졸업자들의 업무능력에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대학원도 마찬가지다. 대학 졸업자이지만 대학원에서 필요로 하는 기본적인 학습과 연구 능력이 부족한 경우가 허다하다. 결국, 작금의 거대한 산업과 커뮤니케이션 혁명하에서 지난 100년간 변하지 않은 대학 교육이 살아남는다는 것 자체가 말이 되지 않는 얘기다. 

만약 우리가 아직도 대학 교육을 필요로 한다면 그것은 완전히 변화해 온라인으로 대체할 수 없는 교육이어야 한다는 것이 자명하다. 온라인으로 대체할 수 없는 교육은 과연 무엇인가? 본인은 프로젝트 중심 교육이 유일한 대안이라고 생각한다. 온라인 교육으로 대체 가능한 기본 교육 후에 단기-장기 프로젝트를 수행하여 종합적인 프로젝트 수행 능력과 문제해결 능력을 갖출 수 있도록 하는 교육이다. 이미 여러 대학에서 시행하고 있다. 본인이 재직하였던 동경대학의 경우 이미 2000년대 중반부터 교양학부 2년과 프로젝트(연구참여) 2년의 교육과정을 운영 중이다.

지금이 바로 대학 교육을 변화의 기회로 바꿀 때다. 우리대학은 국내에서 가장 혁신적인 대학으로 출발해 30여 년간 눈부신 업적을 이루었다. 최근에는 교육부가 추진하는 ‘글로컬대학30’에 최종 선정되었다. 이를 계기로 대학 교육을 혁신적으로 바꾸는 것에 우리대학이 선도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