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콘텐츠 사업도 피해 가지 못한 인플레이션
미디어·콘텐츠 사업도 피해 가지 못한 인플레이션
  • 조원준, 이주형 기자
  • 승인 2023.11.07 2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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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속적으로 상승한 영화관람료(출처: 오마이뉴스)
▲지속적으로 상승한 영화관람료(출처: 오마이뉴스)

지금은 인플레이션의 시대다. 코로나19 사태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맞닥뜨린 이후로 국내외의 수요 및 공급이 타격을 입어 많은 분야에서 물가가 상승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현재 물가 상승의 영향은 사회에서 광범위하게 퍼져나가 미디어·콘텐츠 사업에도 영향을 끼쳐 이들의 가격을 상승시키고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주고 있다.

이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대표적인 예로 ‘스트림플레이션’ 현상이 있다. 스트림플레이션은 지난 8월에 더 월스트리트 저널에서 처음 언급된 단어로, 스트리밍 서비스를 의미하는 스트리밍(streaming)과 가격 상승을 의미하는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친 합성어다. 이는 최근 1년 동안 스트리밍 서비스 가격이 약 30% 가까이 오른 현상을 나타낸 말이다. OTT 산업의 선두를 달리고 있는 넷플릭스는 지난 7월 광고 없이 시청할 수 있는 요금제 중 월 9.99달러인 ‘베이직 멤버십’을 폐지하고 월 15.49달러인 ‘스탠다드 멤버십’을 도입했다. 다른 유명 OTT인 아마존 프라임 비디오와 디즈니플러스도 모두 요금제를 상향하기 시작했다. 이러한 글로벌 OTT 기업들의 가격 상향 정책은 경영 실적을 올리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 OTT 업체들은 지금까지 저렴한 요금제를 앞세워 시장에 빠르게 안착하는 방법을 선택해 왔다. 하지만 OTT 업체가 다양해지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이용자 수는 쉽게 늘지 않았고, 콘텐츠 제작비용이 상승하기 시작하자 기업들은 재정적 부담을 느끼기 시작했다. 코로나19 사태의 여파가 줄어들면서 야외에서 활동하는 인구가 늘어나 콘텐츠의 이용률이 줄어든 것도 실적 감소의 원인으로 지적된다. 몇 년 전까지는 광고 요금제 신설과 계정 공유 방지 등의 정책으로 경영 실적을 올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이제는 비 광고 요금제의 가격을 올리며 실적 방어에 나섰다. 이러한 정책이 가능한 데는 가격 인상이 소비자들의 이탈과 무관할 것이라는 예측도 주효하게 작용했다. 지난해 8월 디즈니플러스가 요금제를 3달러 인상했을 때 가입자의 94%는 요금제를 유지했던 이력이 이 예측을 뒷받침한다.

출판계에도 인플레이션이 들이닥쳤다. 지난 1월 한국출판문화산업진흥원은 지난해에 정가가 변경된 책 7,732종 중에서 가격이 오른 책은 6,222종이라고 밝혔다. 이는 2021년에 정가를 인상한 책 수에 비해 2배에 달하는 숫자다. 출판업계는 책을 읽는 사람들이 줄어드는 시국에 가격을 올리면 책을 외면할 것을 우려해 책값 인상을 미뤄왔다. 하지만 종잇값과 잉크값이 폭등하면서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게 됐다. 펄프는 종이를 만드는 데에 쓰이는 원자재로, 산업통상자원부의 원자재 가격정보에 의하면 지난해 펄프 가격은 1월에 1톤당 675달러였지만 8월부터 12월에는 1톤당 1,030달러를 기록하며 역대 최고가를 경신했다. 온라인 서점에서는 배송 비용의 인상도 이뤄지며 소비자들의 부담이 두 배로 가중됐다. 지난 2월, 대형 온라인 서점 YES24는 무료배송 기준을 구매 가격 10,000원에서 15,000원으로 인상했다. 대형 온라인 서점 3사 모두 배송비도 2,000원에서 2,500원으로 500원 인상하기도 했다. 이는 인건비가 상승하면서 나타난 불가피한 현상으로 분석된다. 고용노동부에 의하면 2018년과 2019년 사이에 급격한 인건비 상승이 이뤄졌으며, 그 여파가 아직 이어지고 있다.

△공연 △영화 △전시회와 같은 관람 업계도 지속되는 티켓의 가격 상승, 이른바 ‘티켓플레이션’이 한창이다. 그중 각종 유튜브 콘텐츠와 OTT가 활성화되기 전 사람들이 자주 방문했던 영화관의 티켓 가격은 코로나19 사태를 겪으며 큰 폭으로 변화했다. 영화진흥위원회의 자료에 따르면 평균 관람가격이 크게 상승한 시기는 2010년, 2014년, 2018년, 2021~2022년이었다. 비교적 최근인 2018년부터 관람 가격 인상은 눈에 띄게 잦아졌다. 멀티플렉스 체인 3사인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기준, 2016년 평일에 9,000~10,000원대였던 티켓 가격은 2018년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개봉 전후로 1,000원 가까이 인상됐다. 2019년 코로나19 사태가 발생한 후부터 2022년까지 매년 1,000~2,000원씩 가격 인상이 이뤄졌다. 2023년 현재 기준 멀티플렉스 3사의 평일 일반 좌석 가격은 14,000원에 육박한다. 이런 영화 가격 인상 요인으로는 코로나19 사태를 거치며 생긴 관람객 수 감소를 말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 시기에 이뤄졌던 △영업시간 제한 △좌석 띄워 앉기 △외출 자제 등의 여파로 급감한 관람 수가 현재까지 이어지면서 영화 업계의 수입에 타격을 준 것이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코로나19 사태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20년 관객 수는 2019년 대비 73.7% 감소했다. 2023년도에 접어들며 코로나19 사태가 종식됐지만 2023년 상반기의 전체 관객 수는 2017~2019년 같은 기간 평균의 57.8% 수준으로 부진을 겪었다. 관객 수 감소로 인한 매출 감소가 이어지자, 영화관 측은 티켓 가격을 올리는 방안을 선택하게 됐다. 하지만 도리어 티켓값 상승으로 영화관을 찾지 않는 사람들도 생기면서 역효과를 낳는다는 분석도 있다.

그칠 줄 모르고 계속되는 콘텐츠 가격 상승에 소비자들의 반응은 부정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앞으로 나올 미디어·콘텐츠 사업들은 오른 가격만큼이나 보장된 퀄리티를 통해 소비자들을 만족시켜야 할 것이다. 상승하는 비용에 걸맞은 가치를 지닌 콘텐츠들의 등장으로 소비자가 기꺼이 금액을 지불하는 시기가 오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