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원 현미경 기술, 페로브스카이트의 비밀을 파헤치다
4차원 현미경 기술, 페로브스카이트의 비밀을 파헤치다
  • 조창순 / 신소재 조교수
  • 승인 2023.09.27 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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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 미래의 에너지원이 될까?

햇빛을 전기 에너지로 변환하는 태양광 발전의 확대는 거스를 수 없는 세계적 추세로 자리 잡았다. 태양광 발전의 경제성이 이미 화력발전 등 기존의 에너지원들을 따라잡은 가운데, 전 세계 전기 생산에서 태양광 발전이 차지하는 비중은 10년 전만 해도 거의 0%에 가까웠으나, 이후 가파른 확장세를 나타내며 2030년에 10%, 2050년에 20%를 상회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DNV GL’s Energy Transition Outlook)

우리가 일상에서 접할 수 있는 태양광 패널은 거의 모두 결정질 실리콘 반도체에 기반한다. 반면 연구개발에 있어서 지난 10년간 가장 뜨거웠던 태양전지 소재는 단연 페로브스카이트(Perovskite)라 할 수 있다. 페로브스카이트는 ABX3 결정구조를 가진 물질들을 일컫는 용어로, 결정의 각 부분에 다양한 이온들을 도입해 광 특성 및 전기적 특성들을 손쉽게 제어할 수 있다. 태양 에너지 변환 소재로써 페로브스카이트의 응용 가능성은 2009년에 처음 실증된 이래 2010년대 들어 집중적인 관심을 받기 시작했다. 그 결과 불과 십수 년 만에 26%대의 높은 에너지 변환 효율을 기록했으며, 70년 역사의 실리콘 태양전지 효율을 따라잡는 괄목할만한 성과를 이뤄냈다. 또한 페로브스카이트와 실리콘을 적층한 다중접합 태양전지의 경우 이를 훌쩍 넘어 34%에 달하는 고효율을 보이고 있다. 페로브스카이트는 뛰어난 광-전기 특성을 바탕으로 태양전지 외에도 △디스플레이 △조명 △레이저 △센서 등 다양한 분야로 그 응용이 확대돼 가는 추세다.

▲페로브스카이트 결정구조(좌) 및 연도별로 보고된 태양전지 최고효율 상승 추이(우)
▲페로브스카이트 결정구조(좌) 및 연도별로 보고된 태양전지 최고효율 상승 추이(우)

최초의 4차원 (x, y, z, t) 전하 추적 이미징 기술

이와 같은 연구 관심에도 불구하고 페로브스카이트의 광물리적 특성은 여전히 많은 것이 베일에 싸여 있다.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뛰어난 전하 수송 원리가 그중 하나이다. 페로브스카이트 필름의 한 점에 광학 렌즈를 이용해 펄스 레이저를 쏘아주면 초점 부근의 전하들이 에너지를 얻고 들뜬 뒤 새로운 빛을 방출한다. 이 같은 광발광(Photoluminescence) 현상은 처음에는 초점 근처에서만 관찰되지만, 시간이 흐르면 광발광 영역이 점점 넓어져 가는 것을 시간분해능을 가진 현미경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는 전하들이 주변으로 확산됨에 따라 나타나는 현상으로, 광발광 영역이 넓어지는 속도로부터 전하들의 확산 계수와 전기 이동도를 계산할 수 있다. 이런 광발광 현미경 기술을 통해 기존에 밝혀진 페로브스카이트의 전하 확산 계수는 약 10-2 cm2s-1 수준이었다. 문제는 해당 값이 실리콘 등 다른 태양전지 소재들에서 알려진 확산 계수에 비해 현저히 낮다는 점이다. 빛을 흡수해서 들뜬 전자들을 전극까지 전달해야 하는 태양전지의 구동 과정을 생각해볼 때, 이처럼 느린 전하 수송으로는 높은 에너지 변환 효율을 도출하기 어렵다. 즉, 기존에 측정한 전하 확산 계수는 현재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들이 보고하고 있는 높은 에너지 변환 효율을 설명하지 못하는 것이다.
실제 소자와 분광분석에서 나타난 이 같은 격차를 필자는 평면 방향에 국한된 기존 기술의 공간분해능의 한계 때문으로 봤다. 박막 필름을 현미경으로 관찰하면 xy평면에서의 거동은 관찰할 수 있지만 수직(z축) 방향의 움직임은 알 수 없다. 반면 실제 태양전지 소자는 전극과 박막을 수직으로 적층하기 때문에 소자의 전기적 특성을 결정짓는 것은 수평이 아닌 수직 방향으로의 전하 수송이다. 
수직 방향의 전하 거동을 관찰하기 위해 필자가 제시한 아이디어는 빛의 스펙트럼을 이용하는 것이다. 페로브스카이트는 자신이 방출한 빛을 스스로 흡수하는 재흡광 특성이 있는데, 이는 장파장보다 단파장 영역에서 더욱 많이 일어난다. 따라서 현미경으로 박막층을 관찰할 때 박막의 표면 근처에서 생성된 빛은 원래의 스펙트럼을 그대로 유지하지만, 박막의 아래쪽 깊은 곳에서 만들어진 빛은 밖으로 빠져나오는 과정에서 단파장 성분을 재흡수로 손실한다. 즉 빛이 생성된 깊이에 따라 외부에서 관찰하는 발광 스펙트럼 모양이 달라지는 것이다. 필자와 연구진들은 이와 같은 아이디어=에 기반해 외부 발광 스펙트럼과 발광 깊이 분포 사이의 관계를 정량적으로 도출했고, 시간에 따른 스펙트럼의 변화로부터 전하들의 깊이(z축) 방향 확산 양상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를 기존의 현미경 기술과 결합함으로써 반도체 박막 내부 전하들의 공간 분포를 시간에 따라 입체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4차원 (x, y, z, t) 전하 확산 추적 기술을 최초로 발표했다.(Nature Materials 21, 1388 (2022))

▲평면공간 및 시간 분해능을 가진 (x, y, t) 발광 확산 추적기술과 여기에 깊이 방향 분해능을 추가한 4차원 (x, y, z, t) 전하 확산 추적 기술
▲평면공간 및 시간 분해능을 가진 (x, y, t) 발광 확산 추적기술과 여기에 깊이 방향 분해능을 추가한 4차원 (x, y, z, t) 전하 확산 추적 기술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다: 고효율 태양전지의 원리 규명

기존의 연구들은 전하 확산 계수와 전하 이동도는 주어진 반도체 물질의 내부에서 항상 균일하고(Homogeneous) 어느 방향이든 동일하다고(Isotropic) 가정해왔다. 그러나 이번에 새롭게 발표된 4차원 전하 추적 영상은 이 같은 기존의 가정들이 페로브스카이트와 같은 다결정 나노박막에서는 더 이상 유효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준다. 페로브스카이트 박막에서 4차원 영상을 통해 확인한 수직 방향 전하 확산 계수는 위치에 따라 약 30배가량 차이가 나타난다. 이는 전하들이 수송되는 과정에서 원활한 흐름을 방해하는 결정립계(Grain Boundary)의 존재 여부에 따라 달라지는데, 잘 만든 태양전지용 페로브스카이트 나노박막의 경우 페로브스카이트 결정이 박막층의 두께보다 평균적으로 크기 때문에 수직 방향의 전하 수송 역시 결정립계를 지나지 않는 결정 내부(Intragrain) 전하 확산이 결정립계를 지나는 결정 내부 전하 확산보다 훨씬 우세한 양상을 나타낸다. 반면에 수평 방향으로 전하 확산을 측정하는 경우에는 광학현미경의 공간분해능 한계 때문에 측정 범위에 항상 많은 결정립계들이 포함될 수밖에 없고, 상대적으로 낮은 확산 계수를 나타낸다. 본 연구에서 관찰한 수직 방향 전하 확산 계수는 약 0.3 cm2s-1 수준으로, 수평 방향으로 측정한 경우에 비해 10배 이상 높다. 또한 4차원 영상의 분석을 통해 분석한 결과, 수직 방향으로 전하들이 수송될 때 설령 결정립계가 존재한다 하더라도 전하들이 이를 우회해서 확산될 수 있기 때문에 실제 태양전지 내에서의 전하 수송은 더욱 효과적으로 일어날 수 있음을 확인했다. 이 같은 결과들은 실제로 제작한 태양전지에서의 뛰어난 전기적 특성과 잘 부합하는 것으로, 기존 기술들이 설명하지 못했던 페로브스카이트 태양전지의 뛰어난 전기적 특성의 원리를 잘 나타낸다.

 

4차원 전하 추적 기술은 기존에 우리 눈과 현미경만으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영역을 관찰할 수 있게 해준다. 이는 페로브스카이트에 국한되지 않고, 대부분의 빛을 내는 반도체 물질들에 적용될 수 있어 앞으로 그 활용 범위가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새로운 눈으로 바라보는 새로운 세상에는 어떤 흥미로운 과학적 발견들이 기다리고 있을지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