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곡골목소리]포카전 교내 현수막 문구 유감 ‘War’라는 표현 꼭 써야하나
[지곡골목소리]포카전 교내 현수막 문구 유감 ‘War’라는 표현 꼭 써야하나
  • 김응삼 / 생명공학연구센터
  • 승인 2004.09.22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17, 18일에는 ‘포카전’이 양교 학우들의 많은 관심과 참여속에 막을 내렸다.

이 축제의 정식 명칭은 ‘2004년 포항공대-카이스트 학생 대제전’인데 이것을 줄여서 일명 ‘포카전’으로 부르고 있다. 여러 개의 단어를 말하기 보다 각 단어의 처음 글자를 따서 축약된 표현을 한다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새로운 단어를 만들어 그것을 사용하는 사람들이 그 약속을 따른다면 우선 새로운 단어로 받아들일 수 있다. 여기서 ‘대제전’은 한자로 大祭典으로 쓰는 것으로 알고 있다. 국어 사전에서 제전이라는 단어의 뜻을 찾아보면 ‘성대히 열리는 예술, 문화, 체육 등의 행사’로 설명되어 있다. 그러나 포카전을 알리는 지곡회관 입구에 걸려있는 현수막에는 영어로 ‘Science War’라고 표시해 둔 것을 보았다. 혹시 이 현수막을 주문한 학교 측에서 ‘大祭典’을 ‘大諸戰’으로 인식하고 있지는 않은지 의문이 생겼다. 우선 영어 표기를 처음 보면서 느낀 점은 과학기술 영재들의 기발한 놀이 혹은 축제라기 보다는 과학기술을 이용한 심각한 경쟁이었다. 학교에 대한 자부심이 강한 두 학교 학생들의 심리를 고려한다면 ‘war’라는 단어에 공감할 수 있다. 하지만, 만약 포카전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일반인들이 영문 표기를 읽었다면 무슨 생각을 할지를 고려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포카전은 단순한 두 학교의 경쟁이 아니라는 것이다. 물론 승자와 패자가 있는 경기에서 경쟁을 뺀다는 것은 어불성설이지만 단순히 승패를 겨루는 것이 포카전이 추구하는 목표가 아니다. 바로 두 학교의 주체들이 서로 만나 서로의 장점을 배우면서 경쟁과 협력을 함께 도모해 갈 수 있는 발판을 만드는 것이다.

포카전(典)은 승자와 패자를 나누는 전쟁(戰)이 아니라 다 함께 승리하는 축제(祭)이다. 이번 포카전은 끝났지만 다음부터는 현수막 내용과 표기가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