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곡골목소리] 도난사건 상당수는 개인 부주의잠시 비우더라도 문단속 철저히
[지곡골목소리] 도난사건 상당수는 개인 부주의잠시 비우더라도 문단속 철저히
  • 박병재 / 기계 01
  • 승인 2004.09.0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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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공대의 특징으로 전원 기숙사 생활이 있다. 항상 개방되어 있는 기숙사는 통학 시간을 아낄 수 있고 언제나 공부할 수 있는 환경이라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기숙사에서 마음 놓고 생활 하기에는 도난사건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도난문제에 대하여 학교측의 제도적인 대처가 부실하다는 것은 오래 전부터 이야기 되고 있어 논외로 하고 싶다. 내가 지적하고 싶은 것은 학교측의 대처보다 학생들의 의식이 부실하다는 것이다. 포스비에 올라오는 도난사건의 대부분은 피해자의 실수에서 비롯되는 경우가 많다. 4년째 학교를 다니고 있지만 대부분의 도난사건은 문을 부수고 침입한 경우가 아닌 잠깐 문을 잠그지 않고 나간 사이에 발생한 일이다. 그 잠깐이란 시간은 ‘친구 방에 잠시 들린 사이에’ 아니면 ‘샤워하고 온 사이에’ 정도의 시간이다. 이효리가 ‘내것이 되는데는 10분이면 된다’고 했는데 방의 구조가 유사한 기숙사에서 무언가 훔치는 데는 10분도 필요하지 않다. 말 그대로 열어보고 집어 들고 나오면 그만이다.
나는 예전에 ‘범죄 없는 마을’로 여행을 갈 기회가 있었다. 그 마을은 하루에 한번 버스가 올 만큼 외부와 고립되어 있고, 주민들이 농사를 짓기 때문에 딱히 훔쳐갈 물건도, 훔쳐갈 사람도 없어서 도난 사고에 대한 걱정을 하지 않고 문을 열어놓고 외출한다. 하지만 기숙사에는 고가의 물품이 상당히 많다. 컴퓨터는 물론이고 카메라, PDA 등의 전자제품부터 학생들이 미처 입금하지 못한 과외비까지 훔치고 싶은 유혹을 받을 수 있는 것들이 너무 많다. 따라서 빈 방이라는 상황이 조성되고 양심의 가책만 눈 질끈 감는다면 누구나 다른 사람의 물건을 훔칠 수 있는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면 잠시의 외출에도 항상 문을 잠그고 다니고 고가의 물품은 눈에 안 뛰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 각박한 것 같지만 누군가를 도둑으로 의심하지 않고, 훔치고 싶은 유혹을 받지 않도록 예방하는 것이 오히려 ‘서로 믿고 사는 기숙사’를 만들 수 있는 길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