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옴부즈맨] 207호 ‘대학원생 총학생회 설립 난항’을 읽고
[옴부즈맨] 207호 ‘대학원생 총학생회 설립 난항’을 읽고
  • 장문수 / 전자 박사과정
  • 승인 2004.06.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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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기사의 설득력 위해 깊이있는 현실분석 바탕돼야
설문결과 단순 분석 대신 심층토론 통한 상황인식 필요
지난 207호 기획기사 “대학원생 총학생회 설립 난항”은 설문조사 결과와는 달리 실제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대학원생 총학생회 설립 문제에 대해서 학내의 다른 여론 형성 매체인 posis나 posb와는 달리 포항공대신문이 할 수 있는 역할을 잘 살린 경우라고 생각된다. 하지만 더 잘 이용할 수 있는 기회였다는 면에서 약간의 아쉬움과 함께 이런 글을 쓰게 되었다.

기획기사는 통계결과를 기자의 분석을 통해서, 대학원생 총학생회 문제의 주된 어려움으로 대학원생들의 적극성 부족을 지적하고 있다. 이것은 부정할 수 없는 가장 실질적이면서 큰 이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너무 직접적이라서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야기라고 말할 수 있기도 하다. 이런 단순한 자료 분석을 통해서 기사에서 말하고자 했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호소하기는 좀 어렵다고 느껴진다.

우선 필요를 느끼지만 공동체 의식이 부족하다는 기사의 지적에서는 대학원의 구성이 과보다는 연구실 단위이고 그나마 포항공대보다는 다양한 학교에서 학부를 마친 사람들이 더 많은 상황이라는 전제를 비중있게 다루지 않았다.

더욱이 기사의 주제인 대학원생 총학생회가 존재하지 않는 현 상황에서 이런 다양한 사람들에게서 어떤 동기부여나 전체적인 모임도 없이 소속감이나 공동체를 기대하는 것은 구성원 개인의 문제보다 조직 구성에서 생기는 문제라고 하겠다. 동시에 다른 학교와는 대조적이라는 것도 이런 환경적 요소를 배제한 단순 비교라고 하겠다.

또한 복지가 최고 요구사항안으로 선택된 것은 실제로 복지문제가 무척이나 절실한 경우라고 분석할 수도 있지만, 앞서 지적한 구성원의 소속감 문제와 연결지어 본다면, 단지 복지는 받기만 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기사에서 지적하고자 했던 소극적인 태도와 소속감 결여에서 오는 개인적 이익요구의 발현이라고도 볼 수 있다.

만약 이런 부분이 지배적이라면 최소한의 요구를 위한 단일 창구조차 없는 현 상황에는 비할 바가 아니겠지만, 단순히 총학생회 출범이 문제가 아니라 그 이후에 방향성에도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많다.

학생에 대한 문제점만을 지적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고 본다. 당장 대학원생 총학생회 구성에서 가장 큰 문제는 연구실과 교수님과의 관계에서 생긴다고 본다.

대부분의 대학원생이 총학생회에 참여한다고 말한다면 곧바로 “시간이 많이 남나보지?”라는 대답을 예상하고 있는 상황에서 아무리 개인적으로 참여할 적극성을 가지고 있다고 해도 쉽게 나서기 힘든 상황이다.

구조적인 문제에 대해 보다 구체적인 지적이 없는 기사는 피상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학생뿐만이 아니라 교수님들에게도 총학생회 문제를 조사해보는 것도 좋았을 것이고 실제로 KAIST 초기에 대학원생 총학생회를 맡아보신 서의호 교수의 인터뷰 정도도 좋지 않을까 했다.

포항공대신문이 사실 전달의 기능을 넘어 차별화된 여론 매체로서 여론 형성의 기능을 하기 위해서는 이런 기획기사와 같은 기사가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설득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문제 상황에 대한 근본적인 분석이 뒤따라야 한다.

복지를 우선시하는 다양한 곳에서 모인 제한적인 의사소통만 이루어지는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에게 적극성이 나타나려면 필요성이 개개인의 한계치를 넘어서거나 공동체 내부의 여론 형성을 통해서 의사표출이 적극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207호 신문에서 기획기사의 의도를 충분히 전달하려고 했다면, 단순한 설문조사 결과 분석보다는 신문사 내부에서의 결과 토론이나 실제 대학원생들이 토론과 같이 구체적인 의견과 현실적인 상황인식을 가진 상태에서 하나의 기획기사보다는 더 많은 지면을 할애해서 다양한 기사들이 기획되었더라면 더 효과적이지 않았을까.

더 나은 모습의 학교 신문으로서, 여론을 전달하고 이끌어나가는 모습과 다수이면서도 의견에 있어서 소수인 대학원생들의 목소리까지 잘 반영하는 포항공대신문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