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곡골목소리] 기숙사 길목에 벤치 있었으면
[지곡골목소리] 기숙사 길목에 벤치 있었으면
  • 권혜연 / 생명 03
  • 승인 2004.05.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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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전 친한 선배와 상담할 일이 있어 13동 앞 자판기에서 커피를 뽑아들고 보니 난처하였다. 딱히 앉아 담소를 나눌 곳이 없었던 것이다. 일단 바닥의 화단 블록에 걸터앉자 지나가는 사람들이 우리를 부담스러운 듯 쳐다보았다. 그 곳에 적당한 벤치 하나가 참 아쉬웠다.

사실, 깔끔한 조경을 자랑하는 우리학교에는 공학관 사이사이와 도서관 주변, 연못주위에 꽤 많은 벤치가 놓여져 있다. 그러나 학생들이 별로 오가지 않는 공학관 사이 길이나 도서관 옆 공터보다는 기숙사 길목 길목에 벤치가 있었다면 더 유용하지 않았을까.

기숙사 가까이에서 이용할 수 있는 벤치로는 연못주위와 뽀뽀동산이 있지만 이 곳들은 모두 CC의 전유물이 된지 오래이다. 편히 오가다 쉴 수 있는 위치에 있지 않기 때문에 접근성이 떨어져 단둘만이 앉아 있을 장소가 필요한 커플들이 아니면 별로 유용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커플들이나 외부인들을 위한 벤치가 아니라 학생들이 쉬어 머물 수 있는 벤치들이 기숙사 지역에 추가로 설치되었으면 한다. 걸어가서 앉는 곳이 아니라 걸어가다가 앉을 수 있는 위치였으면 더욱 좋겠다. 그렇다면 이성기숙사 앞에서의 머쓱한 서성임도, 하늘보고 바람맞으며 음료수 한 캔 마실 공간에 대한 아쉬움도 덜어지지 않을까. 무거운 책가방 잠시 벗어놓고 땀 닦을 공간도 친한 이성선배와 기분 좋게 대화 나눌 곳도 한가로이 시집 한 권 읽을 공간도 우리 사는 기숙사 가까이의 적절한 벤치 하나가 제공해 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