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아프면서도 정직한 고백
가슴 아프면서도 정직한 고백
  • 이재현 기자
  • 승인 2023.03.01 21:2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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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나의 밤을떠나지 않는다1997.04.08 출간작가: 아니 에르노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
1997.04.08 출간
작가: 아니 에르노

프랑스 작가인 아니 에르노(Annie Thérèse Blanche Ernaux)의 소설 ‘나는 나의 밤을 떠나지 않는다’는 한 사람의 인생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는 책이다. 누구나 굴곡진 인생을 살아가기에, 각자의 방식으로 어려움을 헤쳐 나가는 과정은 한편의 긴 서사 영화 같다. 나는 가끔 누군가의 인생을 담백하게 담아낸 책이 있다면 꼭 읽고 싶다고 생각했다. 이런 측면에서 누군가의 인생이 고스란히 담긴 책을 접하는 것만큼 숭고한 경험은 없을 것이다.

이 책은 자전적 성격을 띤다. 누구나 겪을 법한 사랑하는 사람과의 이별을 생생하게 그려내고 있다. 작가는 치매에 걸린 어머니를 돌보는 과정을 일기의 형식으로 써 내려간다.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어머니의 언행은 달라져 가고, 작가는 어머니를 볼 때마다 느끼는 죄의식을 가감 없이 보여준다. 마치 우리가 똑같은 일을 겪은 것처럼, 작가의 인생에 초대된 듯한 느낌을 받았다.

흔히 아름답고 환상적인 것을 볼 때 우리는 이를 ‘낭만적’이라고 표현한다. 하지만 낭만은 도달할 수 없는 것에 대한 동경에서 비롯된다. 그런 측면에서 이 책은 그 누구보다 사랑하는 어머니를 치매와 죽음으로부터 지켜내지 못하는 모습을 보여주며 작가의 낭만을 드러내고 있다. 갈수록 무기력해지는 어머니를 보며, 무기력한 것은 세월로부터 어머니를 지켜낼 수 없는 나 자신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끔 만든다. 일상을 소중히 여기고 싶은 독자들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길 강력하게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