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요금발 인상에 체감 물가 24년 만에 최고치
공공요금발 인상에 체감 물가 24년 만에 최고치
  • 고평강, 탁영채 기자
  • 승인 2023.02.17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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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및 가스 가격 상승률 추이(출처: 연합뉴스)
▲전기 및 가스 가격 상승률 추이(출처: 연합뉴스)

새해부터 △전기 △가스 △대중교통 등 공공요금 인상이 예고됐다. 작년부터 고물가 상황이 이어진 데다 체감 물가에 큰 영향을 미치는 공공요금 인상까지 겹치며 소비자들의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작년 전기요금이 재작년 대비 20% 이상 오른 데 이어 올해 1분기 9.5%가 인상되며 1년 새 30%가량 증가했다. 이는 4인 가구 기준 4,000여 원 인상된 분량으로 4인 가구 월평균 전기요금은 부가세를 포함해 5만 7,000원대에 이르게 됐다. 고물가 부담에도 불구하고 정부가 올해 1분기 전기요금을 대폭 인상하기로 한 것은 기존 대응만으로는 한국전력공사(이하 한전)와 한국가스공사 등의 경영난을 극복하기에 역부족이라는 판단에서다. 

전기요금은 작년 4·7·10월 세 차례에 걸쳐 1kWh당 19.3원(약 20%) 올랐다. 그러나 액화천연가스(LNG) 등 연료비 급등 탓에 한전이 발전회사에서 구매하는 전력 구매단가가 전기요금을 크게 넘어섰다. 그로 인해 작년 한전의 연간 영업이익 적자는 약 30조 원으로 추산된다. 이번 요금 인상으로 한전이 올릴 추가 수익은 7조 원 정도지만 30조 원대 적자를 털어내기엔 부족하다. 산업통상자원부는 한전 적자를 메우려면 전기요금을 1kWh당 51.6원 인상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올해 1분기 인상분을 제외하더라도 1kWh당 30원 이상의 요금을 올려야 하는 만큼, 전기요금 인상이 올해 2분기 이후에도 이어질 수 있다. 정부는 2026년까지 4년간 전기 및 가스요금을 단계적으로 인상해 한전 누적 적자와 한국가스공사 미수금을 해소할 방침이다. 가스요금은 지난해 네 차례에 걸쳐 총 38% 인상됐으며, 올해 1분기에는 겨울철 난방비 부담을 이유로 동결됐다. 그러나 한국가스공사도 경영 정상화를 위해 누적된 미수금을 조기에 회수할 필요가 있어 2분기 이후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

폭등한 전기요금과 가스요금에 이어 대중교통 요금까지 인상된다. 지난달 2일, 서울특별시는 홈페이지를 통해 8년 만에 대중교통 요금을 인상하게 됐다고 밝혔다. 교통 시스템 효율화, 광고 사업 진행 등 큰 노력에도 8년째 동결해온 요금 수준으론 대중교통 운영이 더 이상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서울특별시는 2015년 6월, 지하철과 버스의 기본요금을 각각 200원과 150원씩 인상한 이래로 만 7년 6개월째 이를 유지했다. 하지만 △물가 상승 △인건비 상승 △코로나19 사태 등에 의한 철도 수요 변화와 같은 악재로 최근 5년간 연평균 9,200억 원 수준의 적자가 발생했다. 버스 역시 최근 5년간 평균 5,400억 원 수준의 적자를 기록하며 경영 악화가 지속됐다. 이와 더불어 △인구 및 이용객 감소 △무임승차 대상 고령 인구 증가 △GTX 개통 등 사회적 변화로 인해 경영 전망은 더욱 악화할 것으로 예측된다. 실제 서울특별시가 예측한 ‘2025년 서울특별시 인구 전망’에 따르면 서울 총인구는 작년 11월 기준 944만 명에서 921만 명으로 감소하며 65세 이상의 고령 인구 비율은 17.5%에서 20.1%로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한편, 정부 차원에서 무인 수송 지원 관련 예산안이 무산된 것도 요금 인상에 한몫했다. 정부 예산안은 지방자치단체 도시철도 공익 서비스에 따른 손실 보전 지원(이하 PSO) 예산을 포함한다. 작년 12월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각 자치단체의 도시철도 손실 보전을 반영한 PSO 예산안을 발의했으나, 본회의에서 한국철도공사의 손실만 반영된 원안이 통과돼 서울특별시 스스로 무인 수송 손실로 인한 적자를 감당해야 한다. 무인 수송 손실이란 1984년 발의된 노인복지법에 따라 만 65세 이상의 고령인이 수도권 전철을 무료로 이용하며 발생하는 손실을 뜻한다. 

상기한 문제 이외에도 현재 서울 철도 시설의 노후화율이 66.2%에 달하는 만큼, 서울 철도는 시설 수리 및 안전 확보가 시급하다. 버스 역시 친환경 차량 전환 요구가 높아짐에 따라 추가적인 재원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를 위해 서울특별시는 오는 4월 말까지 버스와 지하철 요금을 각각 300원씩 인상하기로 했다. 지난 인상으로 운송원가에 대한 평균 운임 비율을 나타내는 요금 현실화율이 80~85%로 호전된 것을 고려하면 적자 해결을 위해 지하철과 버스요금을 각각 700, 500원씩 인상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서울특별시는 현재 물가 상승 등에 의한 시민들의 경제적 부담을 고려해 낮은 요금 인상을 결정했다고 밝혔다. 

소비재 물가에 더해 공공요금까지 올라 물가 부담이 한층 가중될 것으로 보인다. 산업용 전기요금도 차등 인상해 철강·자동차 등 에너지 다소비 업종의 생산비용이 늘어나는 등 기업 부담 또한 커질 전망이다. 작년 한국의 연간 소비자물가가 재작년에 견줘 5% 넘게 뛰며 외환위기 이후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작년 12월 물가 상승률도 5%에 이르며 당분간 공공요금 중시의 물가 고공 행진이 이어질 전망이다. 

자산 가격의 하락, 경기 침체와 함께 물가가 상승하고 있는 와중 △전기요금 △가스요금 △대중교통 요금의 인상은 소비자들에게 큰 부담일 수밖에 없다. 하루빨리 물가 상승을 잡고 공공요금 인상에 대한 대책을 마련해 시민들의 불안이 해소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