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곡골목소리] 어찌보면 당연하다 할 이공계 위기
[지곡골목소리] 어찌보면 당연하다 할 이공계 위기
  • 홍의현 / 생명 01
  • 승인 2004.03.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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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13일, 평소와 다름없이 조용한 아침을 맞이한 우리 ‘꼴통’ 언론과는 대조적으로 세계의 언론은 황우석 교수의 업적을 화두로 들끓었다. 황우석 교수의 이번 배아줄기세포 연구는 원래 Science지 표지 논문으로 나갈 예정이었다. 하지만 2월 12일 중앙일보 인터넷 홈페이지에 슬그머니 올라왔다가 이내 사라진 한 기사가 표지 논문을 온라인 게재로 전락시키고 말았다. 학계의 관례인 엠바고를 어기고 인기를 위해-오해이지만-언론에 먼저 알렸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한 명의 몰지각한 기자가 몇 년간의 연구결과에 먹칠을 하고 우리 과학자들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려 놓은 것이다. 또한 세계에서는 노벨상감이라며 떠들썩한 반면 우리 언론은 이승연 누드에나 초점을 맞출 뿐 황 교수의 연구에 대해서는 언급만 했다. 엠바고 파기에 대해서는 적반하장 격으로 국민의 알 권리를 우선시했는데 무엇이 잘못되었냐 라는 식으로 나오기까지 했다. “이공계가 위기라고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으니 이공계로 가자”라고 매일 보도하면 뭐하나, 정작 이공계에 희망을 줄 수 있는 일도 제대로 모른 채 국민들을 자극할만한 기사만 쓰려고 하는데 말이다.

이러한 행태도 행태지만, 소위 과학의 미래를 주도할 학교 학생들의 미적지근한 반응도 안타깝다. 누드 토론에 정신이 팔려 있을 뿐 분통을 터뜨리는 사람은 없었다. 이공계를 이끌어 가야 할 사람들조차 무관심한 판국에 누가 관심 가질지. 언제 이런 일이 자신의 일이 될 지 모른다. 이번 사태와 같은 부당한 처사에는 맞서 싸우고 누려야 할 권리라면 앞장서서 권리를 찾는 공대생의 모습을 보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