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곡골 목소리] 겨울학교 강사가 되어
[지곡골 목소리] 겨울학교 강사가 되어
  • 이민영 / 화공 2
  • 승인 2000.02.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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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10일부터 21일까지의 생활을 돌아보는 나의 심정은 참으로 복잡하다. 바로 2주간 겨울학교 강사가 되어 중학교 1~2학년 아이들과의 많은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다. 첫날부터 나의 수난(?)은 시작되었다.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며 우리 반 아이들에게 이름표를 나누어주던 중, 맨 앞에 있는 한 여자 아이가 이름표를 받지 못한 것을 발견했다. “이름이 뭐니?” 그런데 반응이...나를 조용히 째려보더니 내 손에 있던 이름표를 확 낚아채는 것이 아닌가? 난 정말 충격 받았다. 요즘 애들은 다 이런가. 레크리에이션 시간에도 한 남자아이가 우리 반의 첫 대표가 되어 반 구호와 동작을 일어나서 하라고 하는 순간 하는 말이 “왜 나만 이런 것을 해야되요?” 이렇게 아이들에 대한 두려움은 커져만 갔다. 주변의 다른 강사들도 나와 비슷한 경험을 하고 아이들을 무서워하는 분위기가 조성되었다.

아이들의 버릇없는 행동들에 대한 걱정들도 많았고 우리가 그런 행동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아무런 대책도 없었다. 나는 당장 다음 날부터 아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 걱정이 되었다. 다음 날에는 내 수업 시간이 있었다. 2교시, 4교시였다. 2교시는 점심시간 바로 전이라서 수업을 끝내고 뒷정리를 하느라 아이들과 같이 밥 먹으러 가지 못했다. 내가 식당에 들어설 때 밥을 다 먹고 나오는 아이들과 마주쳤다. “쌘님 왜 이제 와요? 정말 미워!” 이 말 한마디에 나의 걱정은 다 사라졌다. 아이들이 강사를 무시하는 줄만 알았는데 사실은 좋아서 그러는 거였구나. 내가 없다고 찾는 아이들이 갑자기 너무 귀여워 보였다.

이때부터 또 다른 수난이 시작되었는데 바로 게임이었다. 아이들이 친해지기 시작하니까 시간만 있으면 제로나 ABCD같은 게임을 해서 팔이나 손등 때리기 같은 것을 하자고 졸라댔다. 아이들과 친해질 것 같아서 시작했는데 결국엔 양쪽 팔뚝에 피멍이 들어서 끝났다. 하지만 나도 즐거웠고 아이들과 많이 친해지는 계기가 되었다. 그 다음부터는 즐겁게 보냈던 일이 많다. 아이들도 잘 따라주고 계란 떨어뜨리기 대회도 우리 조가 1등을 해버렸다. 체육대회에서 다른 반 아이들도 알게되었고 일요일엔 2반과 우리 반이 함께 오어사로 소풍을 가기도 했다. 한 주가 지나자 그동안 아이들의 행동이 버릇없어 보였지만 속마음은 그렇지 않았다는걸 깨닫게 되었다. 두 번째 주는 정말 잘 지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두 번째 주는 거의 연극연습을 하며 보냈다. 아이들은 힘들텐데 잘 따라주었다. 마지막 날엔 각 반 연극 발표와 물로켓 발사가 있었다. 우리 조는 물로켓도 가장 멀리 날렸다.

2주 동안 정말 몸도 많이 피곤했고 아이들의 행동에 놀라기도 했지만 아이들이 “이쁜 선생님~~~” 이라고 부르며 게임하자고 졸라대고 마지막 날 작은 선물을 받던 순간의 기억들은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이 되었다. 겨울학교는 학생과 강사 모두를 위한 프로그램이라는 교장선생님의 말도 이해할 수 있었다. 내가 아이들에게 배운 가장 큰 것은 바로 ‘순수한 마음’ 이다.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을 오해했던 일들을 깊이 반성하게 되었다. 중학생과 2주간 유치하게 놀아보는 것도 정말 해 볼만 한 일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