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곡골 목소리] 그래도 학생대표는 필요하다
[지곡골 목소리] 그래도 학생대표는 필요하다
  • 양해운 / 산업 4
  • 승인 2000.04.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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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로 14대가 되어야할 포항공대 총학생회가 그 구성에 실패했다. 지난 과거에도 이런 경우가 없었던 것은 아니나, 요즘 학생들의 여론을 보면 그 아쉬움은 더욱 커진다. 교내 BBS인 PosB에도 얼마 전, 학생 대표의 부재에 대한 논란이 있었다. 꼭 총학생회가 아니더라도 사정은 비슷하다. 다른 자치단체인 동아리연합회도 2000학년도 1학기가 개강한지 1개월이나 지난 이 시점에야 겨우 회장을 선출하였으나 아직도 갈피를 못 잡고 있는 듯한 인상을 보이고 있다.

일부 학생들은 과거 자치단체에 대한 불만을 들어 총학생회, 동아리연합회, 기숙사자치회 등의 학생 자치단체가 꼭 구성되어야 하는가 의문을 표하면서, 학생들이 때에 따라 필요에 의해 모여 정치권의 이익단체처럼 활동하면 된다고 생각하기도 한다.
하지만 나는 조금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 지금까지 우리의 자치단체들이 학생들의 요구와 바램에 못 미치는 활동을 보여주었던 것이 사실이지만, 일단 ‘그들이 과연 학우들의 대표로서 일할 자격과 능력이 있는가’하는 의문을 떠나서, 그들의 존재에 대한 필요는 상당하다고 생각한다.

지난 4월 3일 인상된 식비문제 또한 이러한 맥락에서 벗어나지 않는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식비인상에 대해 알고 있지 못했으며, 이것은 순전히 학교 본위의 결정이었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본래 명목이었던 식질개선이 과연 만족할 만한 수준으로 이루어졌는가에 대해서도 학생들의 의견이 분분한 실정이다. 그러나 대부분의 여론과 논란이 공식적인 형태로 이루어지지 않기 때문에, 이러한 논란이 과연 학교행정에 반영될 것인지는 미지수이다. 아무리 학생들이 자신들끼리 시비를 가리고 논의해 여론을 형성한다고 하더라도 반영되지 않는다면, 이러한 여론형성은 헛수고에 불과한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학생 자치단체는 꼭 구성되어야 한다. 우리 학교의 경우 보다 효율적인 토의와 여론 형성과정이 이루어지도록 돕고, 이를 공식적으로 학교행정에 요구하는 역할을 해야할 것은 바로 학생자치단체이기 때문이다.

기존 정치권에 대한 불신 때문에 각종 시민단체와 이익단체의 역할이 증대되고 있는 것이 요즘의 패러다임이라고는 하지만, 아직 이러한 모습을 우리 학교에 적용시키기에는 무리라고 생각한다. 이번 식비인상 문제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이다. PosB에 글을 올리고 불만을 토로하거나 의견을 제시하는 학생은 많지만, 이에 비해서 공식 창구인 TIMS에 건의하거나 의문사항을 문의하는 학생은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사실은 이를 여실히 증명해 준다. 식비인상 후의 식질을 조금 더 겪어본 후에 평가하자는 여론에 PosB는 다시 조용해졌지만, 이후에 학생들의 여론이 형성되면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의문이다. 이전의 우리가 보았듯이 만약 식비 인상에 대해 부정적인 결과가 나왔다 하더라도 잠시 논의되었다가 불만을 묻어두는 수준에서 벗어나지 않을까 우려된다.

다른 대학교에 비해 학생자치단체의 힘이 미약한 실정에서 올해처럼 그 구성 자체가 불투명하다면 과거 자치단체들이 쌓아왔던 역량과 노력은 물거품이 되어버리고 말 것이다. 자치단체의 구성을 강제로 할 수는 없는 노릇이지만, 보다 적극적인 관심을 갖고 참여하는 학생들의 분위기만 형성된다면, 이러한 실패는 없으리라 생각한다. 자신의 생각을 보다 넓게 갖고 행동해야 하지 않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