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곡골 목소리] 학생 피해 최소화는 학교의 당연한 의무
[지곡골 목소리] 학생 피해 최소화는 학교의 당연한 의무
  • 이동현 (무학과 1)
  • 승인 2000.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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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우리 학교는 전컴 특차 입학생들의 학과선택 문제로 뜨겁게 달아올랐다. 현재 PosB에서의 토론내용으로 보아 이 문제는 특차 지원생 면접 당시 몇몇 교수님들이 하신 학과선택에 관한 언급 중 해석이 불분명한 부분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문제는 거기서 그치지 않고 앞으로 특차생들의 학과선택 문제, 무학과제도 자체에 대한 토론, 나아가 학생들에 대한 학교측의 태도 등 여러 문제가 파생되어 아직도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간과할 수 없는 몇가지 중대한 문제점들도 포함되어 있다.

우선 무학과제도 자체에 내포된 문제점이다. 학과 선택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인기학과와 비인기 학과의 지원자 수에 격차가 생길 것이고 이 경우 인기학과에서 학생을 뽑는 기준은 1학년 때의 성적일 수밖에 없다. 문제는 경쟁에서 밀려난 학생이 원하지 않는 학과로 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이다. 학문은 여러 분야가 서로 얽혀 있으니 실망하지 말고 계속 공부해 보라고 하는 교수님들과 선배님들의 말씀도 일리가 있다. 그렇지만 과연 그런 일말의 기대를 갖고 원하지 않는 학과에서 공부를 계속할 수 있을지, 한다면 얼마나 열심히 할 수 있을지는 여전히 의문스럽다. 오히려 재수를 하려는 학생들이 대거 자퇴하는 사태가 발생할 수도 있다.

또한, 과연 우리학교에서 무학과제도가 과연 필요한가 하는 점도 지나칠 수 없는 문제점이다. 무학과제도의 장점은 여러 학과에 대해 충분히 알아본 다음에 진로를 택함으로써 고등학교에서의 제한된 정보 때문에 학과를 잘못 선택하는 폐단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 우리 학교에 오는 대부분의 학생들은 학과 선택에 나름의 소신을 갖고 자신이 선택할 학과를 어느 정도 결정한 상태에서 입학한다. 그렇기 때문에 이런 학생들은 대학에 입학한 뒤에 다른 학과에 대하여 알 기회가 주어진다고 해도 그 소신을 크게 바꾸지 않는다. 그렇다면 우리 학교에 과연 무학과제도가 필요했었는지 자체가 의심스럽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우리 학교는 타 대학에 비하여 전과, 복수전공, 부전공 등 다른 분야를 공부 할 기회가 비교적 자유롭다. 이러한 점을 고려할 때, 우리 학교에서 무학과제도는 그 필요성이 거의 없다 할 것이다.

무엇보다 심각하게 문제삼아야 할 것은 이번 전컴 특차생 학과선택문제에 있어 학생의견을 대하는 학교측의 태도이다. 팀즈의 질의/응답 란에는 이 문제에 관해 학교측의 입장을 묻는 글들이 많이 올라왔다. 그러나 학교측은 이 질문들에 침묵으로 일관했다. 학과목 수강신청 포기 문의와 같은 질문 내용에는 답변이 곧 올라왔지만 정작 더 중요한, 바로 아래에 올라와 있는 전컴 특차생 문제에 관한 질문내용은 며칠이 지나도록 답변이 없었다. 이 때문에 급기야 팀즈에 감정적인 글들이 올라오기까지 했다. 이것을 학교측이 고의로 학생들의 의견을 무시한 것으로 받아들이는 학생들이 많다. 결과적으로 학교측이 학생들을 부추긴 셈이 되었으며, 학교측이 학생들을 얼마나 무시하고 있는가를 학생들에게 공개적으로 보여준 꼴이 되고 만 것이다.

한가지 더 언급하고자 하는 것은 신입생을 받는데 있어서의 학교측의 준비가 미비했다는 점이다. 학과선택 등 구체적 세부사항조차 제대로 마련되지 않은 상태였다면 그 상황에서 신입생을 받기부터 한 것은 앞뒤가 완전히 뒤바뀐 일이다. 또 당시에 학교측 나름의 공식 입장이나 방침이 있었다면 그에 대한 충분한 홍보가 이루어졌어야만 한다는 것은 언급할 필요도 없을 정도로 당연한 순서이다. 그런데도 학교측은 그렇지 못했다. 오히려 현재로서는 그것을 숨기려 했다는 인상을 강하게 풍기고 있다.

학교측은 지금이라도 전컴 특차생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 물론 학생들 간의 경쟁은 피할 수 없는 일이다. 그러나 그 과정에서 여러 학생들이 받을 피해는 가능한 줄이는 것이 학교측의 의무일 것이다. 이를 위해서는 당사자들인 학생들의 생각을 가능한 많이 참고해야만 할 것이다. 더이상 학교가 잘 되기를 바라는 학생들의 목소리가 학교에 의해 묵살당하는 일은 없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