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은 교과서를 믿는 것이 아니라 다시 쓰는 것”
“과학은 교과서를 믿는 것이 아니라 다시 쓰는 것”
  • 안윤겸, 조원준 기자
  • 승인 2022.09.14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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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1년, 단 셰흐트만(Dan Shechtman) 교수는 준결정 구조를 발견한 공로로 노벨 화학상을 받았다. 준결정의 존재를 세상에 알렸던 당시 기성 학계로부터 ‘준(準)과학자’라며 비아냥거림을 받았던 그는 울프상에 이어 노벨상까지 받으며 그동안의 논란을 일단락했다. 기존 학계의 배척에도 굴하지 않은 그의 소신은 끝내 수십 년간 과학자들이 믿어온 통설을 무너뜨리고 신소재 산업에 새로운 길을 개척했다.
지난 7월 20일, 본지는 한국과 이스라엘의 수교 60주년을 기념해 우리대학을 찾은 노벨상 수상자 단 셰흐트만 교수를 만나 그의 삶에 대해 들어봤다.

 연구자의 길

과학자의 길을 걷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어렸을 때 쥘 베른의 책 ‘신비의 섬’을 여러 번 인상 깊게 읽었고, 여기에서 내 목표가 시작됐다. 이 책은 무인도에 갇힌 다섯 명의 미국인들이 공학자 리더를 필두로 살아남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무엇이든 만들 수 있는 그 공학자의 매력적인 모습에 빠졌고, 그는 내 우상이 됐다. 그때부터 “나는 커서 공학, 특히 기계공학을 공부해야겠다”라고 결심했다. 그렇게 테크니온-이스라엘 공과대(이하 테크니온)에 입학하고 기계공학 공부를 시작했다. 당시에는 자연 현상과 그 원리에 관심은 많았지만, 과학자가 돼야겠다고 생각하진 않았다. 그래서 졸업 후 이스라엘에 불황이 왔을 때도, 가정의 경제를 책임지기 위해 석사 과정으로 학교에 들어가서 조교 활동 월급으로 생활하며 일자리를 구해볼 계획이었다. 계획대로 2년 후 취직에는 성공했지만, 석사 학위를 따는 2년 사이에 과학과 사랑에 빠져버리고 말았다. 실험이 더없이 즐거웠고, 내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싶었다. 이 감정을 깨달은 순간, 취직한 직장에 연락해 직장을 그만뒀고 박사 과정으로 입학했다. 결국 투과전자현미경학으로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연구자의 삶을 살게 됐다.

열정적으로 끊임없는 연구를 해온 원동력은 무엇인가
내가 가장 좋아하는 것 두 가지를 말하자면, 첫 번째는 가족, 두 번째는 투과전자현미경이다. 처음 연구를 시작할 당시 전자현미경을 보려면 온통 깜깜한 방에 있어야 했음에도 식사도 거르며 온종일 연구실에 있을 정도로 전자현미경으로 보는 모든 것들이 흥미로웠다. 시간이 지나며 전자현미경을 다루는 데 더 능숙해지자 작동 원리가 완벽히 이해되기 시작했고, 실험과 분석을 훨씬 전문적으로 해낼 수 있었다. 그리고 이 과정을 반복할수록 과학과 연구에는 더욱더 빠져들게 됐다.

 단 셰흐트만

대학생활 동안 단 셰흐트만은 어떤 사람이었는가
학부 시절을 포함해 석사, 박사까지 총 10년을 테크니온에서 보냈다. 테크니온에 있는 동안 오락이나 휴식 활동 없이 오직 공부에만 집중했다. 2주에 한 번 정도 영화를 보러 나갔던 것 같고 그 외에는 항상 공부하는 학생이었다. 학교 밖으로 놀러 가지 않아 테크니온이 위치한 하이파에 있는 주점이나 놀 곳을 단 한 곳도 모를 정도다. 10년간 맥주 한 잔도 마시지 않았으니 말이다.
학문에만 정진한 데에는 공부하기 위해 대학에 입학한 것이라는 단순한 이유도 있지만, 과학자나 공학자가 되겠다는 목표에 대해 막대한 책임감을 느꼈다는 것이 가장 중요한 차별점이라고 생각한다. 이스라엘에서는 고등학교 졸업 후 군 복무를 한 뒤에 대학에 입학하기 때문에, 18살에 병역으로 입대해 4년간 복무하고 22살에 대학에 간다. 군 복무 기간 동안 직위가 생기고, 사람들의 삶을 지키는 막중한 사명을 가지면서 매우 책임감이 강한 사람이 됐다. 덧붙이자면, 군 복무를 하면서 아내를 만났고 대학생 시절 결혼해 가정이 생기면서 더 진지한 사람이 된 영향도 있다. 당시 아내도 성실히 공부하고 있었기에 서로의 끊임없는 공부와 발전을 격려했다.
어떤 취미를 가졌는지, 공부나 연구 외에는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하다
예전부터 수영을 좋아했다. 다른 취미들도 있는데 학위 과정 동안 공부를 하며 아이들도 길러야 했기에 대부분이 공부가 끝난 후에 취미를 붙인 것들이다. 가령 지중해에서 요트 항해를 하거나 아내를 위한 보석 장신구를 만드는 것이다. 그리고 책 읽는 것도 굉장히 좋아한다. 요즘은 다른 행성에서의 삶에 물음을 던지는 과학책을 읽고 있다. 우주에서의 삶에 관한 천문학, 화학, 생물학적 가능성을 논하는데, 이 책을 읽으면서 여러 주제에 호기심을 가지고 인터넷을 통해 더 탐구하고 이해한다. 내용이 흥미로울 뿐만 아니라 과학자로서 호기심을 충족시킬 수 있어서 즐겁다.

삶에서 중요하게 여기는 덕목이 있는가
사람을 대하고 행동하는 면에 있어서, 항상 상대방을 이해하고자 한다. 마치 심리학자처럼 상대가 어디에서 왔고 어떤 삶을 살았는지 관찰하고, 그것을 대인관계와 관련지으려 노력한다. 그래서 나는 누군가와 이야기할 때 상대가 대사관이든 학생이든 상관없이 항상 그들을 동등하게 존중한다. 모두의 인생은 매우 감사한 것이기 때문이다. 태어나는 것은 유일한 기회이기에 인생은 매우 귀하고 웅장한 선물이다. 이 환상적인 선물인 자기 삶의 진가를 느끼며 다른 이의 삶의 값어치 또한 똑같은 신성함으로 인정해야 한다. 그렇기에 실제로 타인의 삶에 대해 귀중함을 느끼고 있고 그 태도대로 상대를 대할 뿐이다.

 훌륭한 학자를 기르는 교육

다양한 나라에 멘토 연구자로 방문하고 한국의 서울대에서 수업을 열기도 했다.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보유한 이스라엘의 저명한 학자이자 교육자, 또 한 명의 노벨상 수상자로서 한국의 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은 무엇이라 생각하는가
한국과 이스라엘 모두 성공한 나라라고 생각하지만, 둘은 문화적으로 상당히 다르다. 한국은 상관의 말에 순종하는 문화기에 많은 인적 자원의 협력으로 다양한 대형 산업을 성공적으로 이룩했다. 반면 이스라엘에서는 상관의 말을 따르지 않는다. 그래서 많은 이들이 자기만의 생각을 펼치기 위해 창업했고 이스라엘은 중동의 실리콘밸리로 성장했다.
이런 차이는 교육적인 부분에서도 나타난다. 이스라엘에서는 학생들에게 외우라고 가르치지 않는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이해하는 것이다. 그리고 이건 끊임없는 질문을 통해 이룰 수 있다. 무조건 이의를 제기하고 대립해야 한다는 것이 아니라, 잘 이해하지 못했을 때 질문을 통해 문제의 기반과 근거를 들출 수 있어야 한다는 말이다. 상관에게 복종만 하는 자세를 취하게 되면 질문하기가 쉽지 않을뿐더러 좋은 생각이나 의견을 나누기도 어려워진다.
이스라엘에서는, 특히 대부분의 성공한 창업자들은 조직 구성원이 자기와 약속을 잡고 싶을 때 비서에게 연락하는 것을 이해하지 못한다. 애초에 굳이 다른 사람을 통해 연락할 필요가 없기도 하고, 직접 연락하면 훨씬 쉽게 좋은 생각을 공유하고 발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즉, 교육과 학습에 있어서 누가 더 권위 있고 중요한 인물인지 정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그렇기에 학생들에게 질문할 수 있도록 허락하는 걸 넘어 항상 질문하는 것을 장려하며 가르치는 것, 이것이 본질이라 생각한다.

지난 강연에서 하신 말이 떠오른다. “책만을 믿는 것은 종교다. 과학자의 목표는 책을 고쳐 쓰는 것이다”라는 말이 꽤 인상 깊었다
예시로 내 작은 아들 이야기를 들려줄 수 있을 것 같다. 아들이 5살일 적, 아들에게 어떤 과학적 사실에 관해 설명해준 적이 있다. 그러자 아들이 “아빠, 그건 불가능해요”라고 말했다. 아들이 가지고 있는 지식만으로는 당연히 완벽하게 맞춰지지 않는 퍼즐이었기에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지금 아들은 테크니온의 교수가 됐고, 여전히 들은 것이 맞는지 증명하려 하고 항상 질문한다. 나 또한 마찬가지며 그게 바로 과학자다. 과학자는 누군가 말한 것을 그냥 받아들이지 않고 항상 의심하고 질문해야 한다.
언급한 문장에서 ‘책’이란 것은 현존하는 지식과 근거를 일컬은 것이다. 지난 100년간 우리는 많은 발전을 이룩했고 과학은 점점 더 빠르게 성장한다. 이렇게 존재하는 지식의 근간들 틈에서 우리는 거의 모든 것을 발견했고 이해한다고 착각하기도, 무뎌지기도 한다. 그러나 아인슈타인이 우리가 밝혀냈다고 생각한 세상의 원리를 한순간에 완전히 뒤집었듯, 우리는 여전히 세상을 이해할 수는 없다. 현대 과학이 등장했고, 미래에는 양자역학과 양자컴퓨팅도 훨씬 발전할 것이다. 과학자들이 할 일은 무궁무진해 아마 오늘날의 우리는 상상도 못 할 것을 훗날 논의할 수 있을 것이다.

▲학생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는 단 셰흐트만 교수
▲학생 기자들과 인터뷰하고 있는 단 셰흐트만 교수

마지막으로 단 셰흐트만 씨를 존경하는 이공학도들에게 한 말씀 부탁한다
학생들에게 한 가지 조언을 드리자면, 스스로를 파고들어 호기심을 가질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한다. 물론 내 방식과 똑같이 오락 없이 공부만 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은 것은 아니다. 학생들은 충분히 어리기에 재밌게 놀 수 있다. 다만 좋아하는 어떤 과목이든 선택하되, 그 과목에서 최고가 되도록 노력하길 바란다. 컴퓨터 공학이든 색소폰 연주든, 원하는 것이 무엇이건 상관없다. 그 분야에서 정상에 오르겠다는 마음으로 최선을 다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