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출 챌린지, 고물가 시대 MZ세대의 생존법
무지출 챌린지, 고물가 시대 MZ세대의 생존법
  • 소예린 기자
  • 승인 2022.09.14 20: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고물가로 인해 절약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출처: 이데일리)
▲고물가로 인해 절약 소비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출처: 이데일리)

지난달 통계청이 발표한 7월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소비자물가 지수가 전년 동월 대비 6.3% 상승했다. 이는 외환위기였던 1998년 11월의 6.8% 이후 최대 상승 폭이다. 지난해 사회적 거리두기 방역 지침을 완화하면서 소비 회복이 기대됐으나, 최근 급격한 물가 상승으로 인해 오히려 소비가 침체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기존의 욜로(YOLO), 플렉스(Flex) 위주의 소비문화가 위축되고 새로운 트렌드가 급부상 중이다.
스티커 쇼크(Sticker Shock)라는 말을 들어본 적 있는가? 제품의 가격표(Sticker)를 본 소비자들이 충격(Shock)을 받을 정도로 물가가 올라 지출 하지 않는 현상을 뜻한다. 스티커 쇼크의 영향으로, 최근 MZ세대 사이에서는 지출을 줄이는 소비 형태가 유행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무지출 챌린지’와 ‘짠테크’를 들 수 있다. 무지출 챌린지는 말 그대로 불가피한 고정 지출을 제외한 모든 지출을 극단적으로 줄이는 도전이다. 주로 SNS나 커뮤니티에 가계부 사진을 올리며 ‘하루 지출 0원’을 인증한다. 교통비 절약을 위해 자전거로 출퇴근하거나 도시락으로 점심을 해결하는 등 다양한 방법을 사용하고 자신만의 팁을 공유하기도 한다. 짠테크 문화 또한 급속도로 번지고 있다. 짠테크는 아낀다는 뜻의 ‘짜다’와 ‘재테크’의 합성어로, 불필요한 지출을 줄여 투자에 사용할 종잣돈을 모으는 것을 말한다. 실제로 인스타그램에서는 짠테크 해시태그로 된 게시물이 4만 5천 개를 돌파했고, 유튜브에서도 절약 브이로그를 키워드로 한 영상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이런 절약 소비가 유행하는 이유 중 하나는 인플레이션이 지속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최근의 급격한 물가 상승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세계 이상기후 등 세계적인 현상이기 때문에 국내에서도 금리 인상 외에는 대처할 방법이 없다. 따라서 허리띠를 조르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려울 것이라는 공포 심리가 대중들 사이에서 확산하고 있다. 특히 MZ세대는 취업난으로 인해 최근의 물가 상승을 크게 체감한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15~29세 청년들이 느끼는 경제적 고통지수는 27.2였다. 이는 다른 연령대의 경제적 고통지수가 11.5부터 18.8 사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상당히 높은 수치다.
이에 따라 지출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해 수고로움을 감수하는 모습을 쉽게 찾을 수 있게 됐다. 우선 스마트폰 앱을 통해 광고를 시청하거나 설문조사에 참여해 포인트를 모으는 앱테크가 대표적이다. 모은 포인트는 모바일 가맹점에서 현금처럼 사용하거나 계좌로 실제 현금을 입금받을 수 있다. 건당 50원 정도의 소액을 받지만, 꾸준히 모으면 상당한 금액이 된다. 두 번째로 중고 거래 이용자도 늘고 있다. 중고 거래 플랫폼 당근마켓은 지난 5월 기준 가입자 수가 3,000만 명이며, 월간 이용자 수는 1,800만 명을 돌파했다고 밝혔다. 또한 샴푸와 속옷부터 시작해 기프티콘, 헬스장 이용권 등 중고 거래 품목 또한 다양해졌다. 특히 모바일 상품권의 중고 거래량이 느는 추세다. 중고 거래 플랫폼 중고나라에 따르면, 지난 6월 등록된 모바일 상품권과 쿠폰의 규모가 지난 4월 대비 34% 급증했다. 이외에도 지하철 정기승차권 구매, 공공 배달 앱 이용 등 사람들은 다양한 방법으로 생활비를 줄이고 있다.
많은 기업에서도 절약 소비 트렌드를 겨냥해 이벤트를 열거나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 외식 물가가 크게 오른 만큼, 편의점 구독 서비스는 큰 인기를 얻고 있다. △GS25 △CU △세븐일레븐 △이마트24 등의 편의점 브랜드에서 구독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월 구독료는 1,000원에서 5,000원 사이의 가격대이다. 정해진 품목을 할인된 가격에 제공하며, 도시락은 할인 횟수가 정해진 형태이다. 유통기한 임박 혹은 하자 있는 상품을 싼 가격에 판매하는 할인 행사도 유통업계를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다. 롯데마트는 일반 과일과 맛은 동일하지만 크기가 작거나 흠집이 있는 ‘B+급 과일’을 할인 판매한다. 해당 상품의 올해 상반기 매출은 작년 대비 150% 증가했다.
금융사에서는 짠테크 금융상품을 출시하며 고객을 사로잡았다. 토스뱅크는 6개월 동안 매주 적금하기만 하면 연 3% 금리를 보장하는 ‘키워봐요 적금’ 상품을 출시했다. 해당 상품은 출시 3일 만에 100만 계좌가 개설되며 큰 인기를 얻었다. 우리은행은 200일 동안 매일 3만 원 이하를 저축하고 오픈뱅킹 가입 조건을 유지하면 최대 연 2.3% 금리를 제공하는 ‘우리 200일 적금’ 상품을 출시했다. 이외에도 NH농협은행의 ‘샀다 치고 적금’, 카카오뱅크의 ‘저금통’ 등 많은 금융상품들이 짠테크를 겨냥했다.
일각에서는 무지출 챌린지에 부정적인 의견을 내놓기도 한다. 회사의 탕비실 간식으로 끼니를 때우거나 선배에게 밥을 사달라고 하는 등의 도 넘은 무지출 챌린지 때문이다. 국가적 차원에서도 소비가 줄어들면 경제 흐름에 정체가 생기기 때문에 현 상황을 더 악화시킨다는 문제가 있다. 물가가 안정되기 전까지 자신의 행복과 경제적 부담 중 어디에 무게를 둘지는 각자의 선택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