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곡골목소리] 포스테키안의 양심 회복해야
[지곡골목소리] 포스테키안의 양심 회복해야
  • 박표순 / 산공 03
  • 승인 2003.11.2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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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등학교 때, 우리학교 경시대회에 두 번 참가한 적이 있다. 그 때 보았던 학교의 모습이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넓은 잔디밭, 계단 옆에 흐르는 물, 이국적인 나무들. 그러나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깨끗한 강의실이었다. 글씨로 가득한 다른 대학과는 다르게, 우리학교의 강의실은 정말 깨끗했다. 그래서 경시대회를 보면서 받침대에 쓰여진 베르누이 방정식을 보았을 때도, 난 당연히 경시대회를 보러왔던 고등학생이 썼을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포스테키안으로서 공부한지 1년 가까이 되어가는 지금, 그것을 포스테키안이 쓰지 않았다고 말할 자신이 없어졌다. 그동안 주변에서 부정행위를 하는 친구들을 여럿 보아왔기 때문이다. 몇몇 친구들의 그러한 행동은 포스테키안으로서의 자부심을 가지고 열심히 공부하는 학우들에게 절망감을 주기에 충분했다.

다른 학교와 비교하며, 이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하는 학우들도 있다. 하지만 우리는 출발이 다르고, 가고자 하는 곳도 다르다. 지금 우리가 받는 혜택은 단순히 공부를 잘했기 때문에 얻을 수 있었던 기회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사회에 갚아야 할 빚이고, 이러한 빚에는 양심적으로 학문을 탐구할 의무도 포함되어 있을 것이다.

한사람 한사람이 크게 생각지 않고 양심을 저버릴 때마다, 우리학교는 가고자 하는 곳과 점점 멀어지게 될 것이다. 다시 한번 우리가 왜 이 학교를 선택했는지를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양심을 저버리면서까지 포항공대란 이름과 좀더 높은 학점을 얻기 위해 이 곳에 온 것은 아니지 않은가? 나름대로의 꿈을 가지고 미래에 도전하기 위해서 이곳에 온 것은 아니었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