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곡골 목소리] 사이버 공간에서도 서로 지킬 것은 지켜야
[지곡골 목소리] 사이버 공간에서도 서로 지킬 것은 지켜야
  • 김병기/전자 2
  • 승인 2000.08.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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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즈음은 사이버 시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인터넷 사용자는 하루가 다르게 급증하고 있고, 사이버 세계는 우리 생활에 정말 중요한 일부분이 되어 버리고 말았다. 이것은 우리 학교도 예외는 아니다. 포스비라는 다른 학교에서는 찾아 보기 힘든 거대 BBS가 학우들에게 여러가지 유익한 정보를 줌과 동시에 즐거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보통 대부분의 학교에서 이용되는 대자보도 우리 학교에선 포스비의 어나운스로 대체되는 경우가 허다하고 조크 보드나 스크래치 보드는가 학우들에게 학교 생활의 무시할 수 없는 즐거움을 주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포스비가 다운되었던 며칠 사이 “금단 현상 때문에 힘들었어요.”라던지 “접속이 되지 않는데도 불구, 계속해서 포스비에 접속을 시도하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요.”하는 학우들이 심심찮게 보이는 것이다. 필자도 예외는 아니다. 이쯤 되면 ‘포스비 다운(down) 증후군’이라고 불러도 무방하지 않을까?

이런 사이버 세계의 발전은 우리 생활을 더욱 더 편리하게 만들고 있지만 반대로 익명성을 이용한 무차별적인 욕설과 음해가 난무하고 있는 곳이 지금의 사이버 세계이기도 하다. 굳이 비유를 하자면 양날의 칼이라고나 할까? 지난해에는 채팅 중 상대방의 욕설과 음란한 말에 충격을 받은 여중생이 자살하는가 하면 ‘사이버 훌리건’이라고 불리는 사람들의 근거 없는 비방과 욕설 등이 사회적인 문제로 비화하고 있음은 여러 신문 지상 등을 통해 잘 알려져 있다.

하지만 우리 학교의 포스비도 예외는 아니다. 익명성을 이용한 게스트 메일의 난무와 더 과격해져만 가고 있는 글들과 근거없는 비방과 욕설, 쓸데 없는 말꼬리 잡기 그것에 따른 소모적인 감정 싸움으로 포스비가 점점 더 황폐해져 가고 있는 것은 비단 필자만의 생각일까?

포스비에서의 근거없는 비난과 비방, 사생활 침해와 욕설은 정말 문제이다. 음해하는 글을 올린 사람이야 대면을 하지 않으므로 사이버 공간속에 숨어버리면 그만일지 몰라도 음해당한 당사자는 나중에 거짓으로 밝혀지더라도 이미 개인의 명예에 상당한 피해를 입은 뒤다. 포스비에 글을 올리는 것은 우리 학교 학생을 강당에 모두 모아 놓고 연설을 하는 것과 같다. 그 연설에서 예절을 지키지 않고 자기 마음대로 타인을 비난한다거나 욕을 할 수 있겠는가. 물론 컴퓨터 앞에서 옷매무새를 바로 하고 단정히 정좌하라는 것은 물론 아니지만 사이버 공간에서의 행동은 사람들 을 대면하는 것과 같은 예의와 예절을 지켜야 할 것이다.

“내게 그런 핑계 대지 마. 입장 바꿔 생각을 해봐!!”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이미 소모적인 감정 싸움과 고질적인 말꼬리 잡기는 포스테키안 보드의 특성으로 그 악명이 높다. 글을 쓰고 세 번 읽어라. 첫번째는 잘못된 표현이 없는지를 보는 것이고, 두번째는 논리에 헛점이 없는지를 보는 것이고, 세번째는 글을 읽는 학우의 입장이 되어 읽어라. 그 후에야 ‘s’버튼을 힘차게 강타하길 바란다. 그러면 현재의감정 싸움과 고질적인 말꼬리 잡기는 그 빈도가 반 이상 줄지 않을까 생각된다. 또한 너무 과격한 말투로 불특정인 다수의 반감을 사는 일은 좋은 의도로 쓴 글도 삐딱하게 받아들여지는 수가 있을 뿐 아니라 글의 논리에도 오히려 악영향을 미칠 것이다.

아무쪼록 항상 즐거운 마음으로 자기 중심적인 사고가 아닌 항상 보고 듣는 주변인을 생 각할줄 아는 너그러운 마음을 가져주었으면 하는 바램이다. 포스비는 우리 학우 모두의 공간이다. 우리가 함께 노는 냇가라고 할 수 있다.

우리의 냇가를 변과 뇨로 가리지 않고 더럽힌다면 그 불이익은 결국 누구에게 돌아가는가. 우리의 냇가를 아름답게 가꾸고 나가서 깨끗한 물 속에서 물장구를 치고 멱을 감는다면 훨씬 더 즐겁지 않을까? 깨끗한 냇가, 그것은 우리의 의무이자 권리가 아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