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 장애 인구 70만 … 현대인 건강 적신호
수면 장애 인구 70만 … 현대인 건강 적신호
  • 김지원 기자
  • 승인 2022.02.26 2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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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10명 중 6명이 코로나19 이후 수면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출처: 필립스코리아)
▲한국인 10명 중 6명이 코로나19 이후 수면 문제를 겪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출처: 필립스코리아)

 

몇 년 전부터 자기관리에 몰두하는 청년이 많아졌다. 건강한 몸을 유지하려 운동과 식습관 관리는 철저히 하지만, 수면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이가 많다. 인간은 일생의 3분의 1을 잠으로 보낸다. 수면 시간 동안 육체적, 정신적 피로를 해소하기에 수면 부족은 건강에 치명적인 위협이 될 수 있다. 이처럼 수면은 생명 유지에 필수적인 요소지만 수면 장애 환자는 나날이 증가하는 실정이다.

수면 장애란
수면 장애란, 수면의 양적, 질적인 장애를 의미한다. 수면 장애의 종류는 80여 가지 이상으로 매우 다양하며, 두 가지 이상의 수면 장애가 함께 나타나는 경우도 빈번하다. 그 대표적인 예로 △잠을 이루지 못하는 불면증 △코골이와 수면 무호흡증을 비롯한 수면 호흡 장애 △수면 중 강한 공포감을 느끼는 야경증 및 잠자리에서 일어나서 걸어 다니거나 말을 하는 몽유병과 같은 수면 중 이상행동 장애가 있다.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지난 2020년 국내에서 수면 장애로 진료를 받은 환자는 약 67만 명이다. 지난 2016년 기준 수면 장애 환자 수는 50만 명에 못 미쳤지만 이후 5년간 22만 명가량 늘어난 현재 추세로 보면 올해는 70만 명을 넘어설 전망이다.

숙면하지 못하는 대학생들
우리나라 대학생의 수면 장애 유병률은 해마다 증가하는 추세다. 신수진 이화여대 간호학과 교수 연구팀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기준 우리나라 대학생의 절반가량(48.9%)이 수면 장애를 겪고 있다. 이는 미국(22.5%)과 일본(33.3%)보다 2배 가까이 높은 수치다. 신 교수는 우리나라 대학생의 수면 장애 유병률이 높은 이유에 대해 “대학 입시 경쟁을 어렵게 통과한 후 독립적인 생활을 처음 맛보면서 불규칙한 생활을 하는 탓일 수 있다”라며 “취업 준비에 따른 부담과 늘어난 스마트폰 사용 시간도 대학생의 수면을 방해한다”라고 밝혔다. 최근 영국 킹스칼리지 런던에서 진행한 연구 또한 이 주장을 뒷받침한다. 스마트폰 사용은 대학생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대학생 1,043명의 스마트폰 사용 시간과 수면 건강 실태를 분석한 결과, 참가자의 40%에 해당하는 스마트폰 중독 그룹의 약 69%가 수면 부족 상태였고, 중독 그룹이 아닌 학생들의 57%도 스마트폰으로 인해 수면의 질이 떨어진 것으로 나타났다.
낮에 충분한 휴식을 취하지 못한 것에 대한 보상심리로 취침 시간을 미루는 ‘보복성 취침 미루기(Revenge Bedtime Procrastination)’ 또한 수면 장애의 원인 중 하나다. 2014년 네덜란드 위트레흐트대 연구진의 연구 결과에 따르면 사람들은 수면시간을 줄이면 자신의 삶을 통제할 수 있다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수면 전문가들은 이 착각이 만성 수면 부족이라는 악순환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경고한다. 수면 부족은 면역력을 떨어뜨려 감기와 같은 감염성 질환에 취약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고혈압, 당뇨병, 치매 등 만성 질환의 발병 위험을 높인다.
수면의 양도 중요하지만 이에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수면의 질이다. 최근 수면의 질이 대학생의 학업 성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미국 세인트토머스대 연구진이 대학생 5만 5,322명을 조사한 결과, 일주일 중 수면 장애를 겪는 날이 하루 늘어날수록 학점 평균이 0.02점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울러 낙제할 가능성은 10%, 수업에 결석할 확률은 14% 증가했다. 특히 대학교 1학년 학생의 경우 수면 장애가 성적에 미치는 영향이 폭음, 약물 사용의 영향과 비슷한 정도였다.

수면 장애의 진단과 치료
수면 장애는 증상과 원인이 개인차가 심해 진단하기 어려울뿐더러, 질환으로 인식하는 사람이 적어 치료받는 환자들이 적다. 수면 장애 환자들은 낮 시간대에 졸음을 호소하는 경우가 많고, 특히 수면 행동 장애는 환자와 함께 사는 보호자가 발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주변인을 통해 증상을 발견했다면 심리 상태와 생활 습관 등 환자의 건강에 대한 전반적인 평가를 통해 근본적인 원인을 파악한다. 필요에 따라 수면 상태에서 환자의 뇌파, 안구 운동, 근전도 등의 생체 정보를 수집하는 수면다원검사를 통해 확진한다. 수면 장애의 치료는 △인지행동치료 △약물치료 △양압기와 같은 기구를 이용한 방법을 고려해볼 수 있다. 인지행동치료는 수면에 대한 환자의 이해도를 높이고 잘못된 수면 습관을 교정하는 방법이다. 수면제를 이용한 약물치료를 진행하기도 하지만 그 효과가 일시적이고 수면무호흡, 수면 행동 장애 등의 경우 증상을 더욱 악화시킬 수 있어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현재 수면 장애에 대한 인식은 그 중요성에 비해 뒤떨어져 있다. 여러 나라의 의과대학을 대상으로 실시된 조사에 따르면 의대 전공 교육에서 수면 교육에 할애되는 시간은 평균 2.5시간 이하에 불과했다. 심지어 27%의 응답자들은 의대에서 수면 교육이 전혀 진행되지 않고 있다고도 답했다. 이처럼 수면의 중요성을 간과하는 사회적 인식으로 인해 질환의 적절한 진단과 치료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 수면 장애에 대한 문제의식 제고를 위해 의학계와 사회의 관심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