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예정된 미래, 인구 지진
우리의 예정된 미래, 인구 지진
  • 탁영채 기자
  • 승인 2022.02.26 2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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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 합계 출산율과 지역별 합계 출산율(출처: 통계청)
▲전국 합계 출산율과 지역별 합계 출산율(출처: 노컷뉴스)

 

지난해 7월 정부는 본격화하고 있는 인구 위기에 대응하기 위해 ‘제3기 인구정책 TF 주요 추진 과제’를 마련함으로써 인구구조 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제3기 인구정책 TF의 주요 과제는 △초등 자녀를 둔 여성의 돌봄 부담 완화를 통한 경력 유지 지원 △일하고 싶은 고령층의 경제활동 기회 확대 △수도권에 준하는 경쟁력을 가진 지방 거점 도시 육성 및 광역권 형성 △의료 접근성 확대에 따른 건강한 노후 생활 실현 △필요에 따른 맞춤형 돌봄·요양·의료 서비스 제공이다. 해당 대책은 인구절벽 충격에 따른 노동 공급 감소 문제 해결에 중점을 두고 있다.
정부가 이렇게 나서는 이유는 이미 우리나라 인구의 자연 감소가 시작됐기 때문이다. 2020년 기준 대한민국 합계 출산율은 0.84명으로 인구 유지에 필요한 합계 출산율 약 2.1명에 한참 못 미치는 상황이다. 우리나라 인구는 2020년 처음으로 자연 감소하기 시작했으며, 20개월째 이 현상이 지속 중이다. 또한, 인구는 앞으로도 꾸준히 감소할 것으로 예측된다.
인구 감소와 고령사회로부터 비롯된 사회·경제적 충격인 인구 지진은 우리의 예정된 미래이다. 앞으로 10년 후 노년층 부양비는 2021년 대비 약 두 배가 상승할 것으로 추정되고, 국민연금과 건강보험의 지속가능성은 계속해서 의심받을 것이다. 또한, 25~59세의 경제활동 인구가 약 300만 명이 감소할 것으로 예견되는 만큼, 인구절벽을 체감하지 못하는 분야는 없을 것이다. 저출산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감소 문제의 해결을 위해 특단의 조치가 필요한 만큼, 현재 시행 중인 여러 정책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먼저, 정부는 초등학생 자녀를 둔 가정의 돌봄 부담을 완화해 여성 일자리 지속가능성을 높이려 노력하고 있다. 이를 위해 학부모가 원하는 시간대에 학교에서 자녀를 돌볼 수 있도록 초등 교육 시간을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가정에서 필요한 시간에 다양한 돌봄 서비스를 자유롭게 선택하고 이용할 수 있는 온종일 돌봄 원스톱 서비스를 확대 개선하기로 했다. 올해부터 초등 돌봄교실과 마을 돌봄 등을 통해 약 46만 명을 대상으로 온종일 돌봄 서비스가 제공된다.
고용노동부는 고령자를 추가로 고용한 기업에 지원금을 주는 ‘고령자 고용지원금 제도’를 지난 1월 1일부터 실시했다. 고령자 고용지원금 제도는 60세 이상 근로자의 수가 증가한 우선지원대상 기업 및 중견기업에 고용에 필요한 비용 일부를 지원하는 제도다. 고령 근로자란 고용 기간이 1년을 초과하고 매월 말 기준으로 만 60세 이상인 근로자를 말한다. 지원 대상은 지원금 신청 분기의 월평균 고령자 수가 지원금 최초 신청 직전 분기 이전 3년간 월평균 고령자 수보다 증가한 사업주다. 고령자 수 증가 1인당 분기별 30만 원씩 2년간 지원한다.
2년째 시행 중인 국민취업지원제도는 올해 60만 명을 지원하고 있다. 국민취업지원제도는 고용 보험 사각지대에 있는 저소득 구직자에게 정부가 취업 지원 서비스와 구직 촉진 수당을 지원하는 제도로 작년 1월 1일부터 시행됐다. 크게 소득과 재산 수준, 취업 경험 등에 따라 두 가지로 나뉘며, 세부적인 지원 내용 역시 다르다. 고용노동부는 조건을 만족하는 저소득 구직자의 조기 취업을 유도하기 위해 제도의 지원을 받기 시작한 지 3개월 내 취업 혹은 창업에 성공할 경우, 기존 지원금 150만 원에 50만 원을 더해 200만 원을 지원한다. 또한, 취업 성공 수당과는 별도로 월 50만 원 상당의 구직 수당이 지원되기 때문에 3개월 안에 취업에 성공 시 최대 350만 원을 받게 된다.
외국인 전문 인력을 대상으로는 거주 비자 발급을 확대한다. 일정 요건을 충족하는 정보 기술 및 첨단기술 우수 인재의 경우 원격 근무 비자 신설도 추진한다. 우수한 외국 인력을 활용해 인구 감소로 인한 인력 부족을 완화하고 국가 성장 동력을 키우기 위한 목적이다. 12개 관계부처로 구성된 ‘외국인정책반’은 지난해 7월 다음과 같은 내용이 담긴 외국 인력 활용 방안을 발표했다. 고용허가제로 입국한 외국인이 일정 기준 충족 시 숙련기능인력으로 체류자격을 변경해 장기 체류를 허용하는 숙련기능인력 제도를 통해 2021년 연간 1,250명인 인력을 2025년까지 2,000명으로 늘린다는 계획이다. 우수 인재는 바로 거주 비자를 발급받을 수 있고, 유망 산업 분야 취업 비자는 네거티브 방식을 도입해 신속하게 발급할 수 있도록 한다. 또한, 정보 통신 및 첨단기술 분야 원격 근무자를 위한 체류 비자가 신설된다. 국내 기업과 체결한 계약이 없더라도 일정 수준 이상 국외 소득이 확인되는 우수 인재는 장기 체류를 허용한다. 이는 국내 기업과의 협업 기회를 확대하고, 국내 소비 증진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 소멸 위기에 대응해 한국어 능력, 소득과 같은 요건을 갖추고 지자체장 추천을 받은 외국인에게 장기 체류를 허용하는 지역 특화형 비자도 신설된다. 이와 함께 외국인의 사회적 의무를 강화하는 정책도 추진된다. 사회복지 서비스 혜택 범위를 차등화해 우리 사회에 기여도와 정착 의지가 큰 경우 사회 보장 혜택이 합리적으로 돌아가도록 하기 위해서다.
저출산 고령화는 예견된 미래인 만큼, 현재 시행 중인 △여성 일자리 지속가능성 강화 △정년 연장 △취업 포기 인구의 노동시장 재진입 지원 △외국인 인력 확대 등의 정책 외에도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해결책을 논의해 미래세대의 부담을 줄여줄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