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곡골 목소리] 마흔 넘어 쓰게 된 학사모
[지곡골 목소리] 마흔 넘어 쓰게 된 학사모
  • 박정원 / 행정처 구매관재팀
  • 승인 2001.02.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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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이번에는 저도 학사학위를 받습니다. 너무도 가슴 벅찹니다. 옆에 잠들어 있는 집사람이라도 깨워서 다시 한번 더 나도 졸업한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시골에서 중학교를 마치고 어린 마음에 성공하리라 마음먹고 시작한 서울에서의 야간고등학교 시절, 때로는 피를 팔아 빵으로 바꾸기도 했고, 보온밥솥 만드는 공장에서 인부들이 남긴 식은 밥 조차도 마다하지 않고 얻어먹을 만큼 그저 살아남기 위해서 지내왔던 지난날들이었습니다. 그러던 제가 20년이 넘게 지난 지금에는 비록 어찌보면 대수롭지도 않을 수 있겠지만 저에게는 너무도 자랑스러운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합니다.

이 소식에 기뻐하실 교수님의 얼굴이 눈에 선합니다. 늘 마주칠 때 마다 “요즘도 영어공부 잘하고 있나” 하시며 격려해주셨던 교수님이 계셨기에 두 번, 세 번, 몇 번을 포기하고자 마음먹다가도 ‘저도 이제 졸업합니다’ 이 말씀을 드리고 싶어 꾸준히 공부했고, 이제 이 말을 교수님께 당당히 말씀드립니다.

이것이 성공이 아니라는 것도 알지만, 저에게는 적어도 지금까지의 내 삶에서 계획대로 이루었다는 점에서 무엇과도 바꾸고 싶지 않은 시간이며, 세상에서 제일 기쁜 일이기도 합니다. 이제 벅찬 가슴은 저 혼자서 끌어안으며, 늘 베푸시기를 즐거워하시고 ‘유리하다고 교만하지 말고, 불리하다고 비겁하지 말라’시던 교수님 말씀을 따라 저도 남을 도우며, 저에게 주어진 일을 열심히 하며 착실히 생활해 나가겠습니다. 안녕히 계십시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