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 성장기에 접어든 중고 거래 시장
2차 성장기에 접어든 중고 거래 시장
  • 박지우 기자
  • 승인 2022.01.07 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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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고 거래 플랫폼 이용률 추이(출처: 더스쿠프)
▲중고 거래 플랫폼 이용률 추이(출처: 더스쿠프)

 

최근 몇 년 사이 중고 거래 플랫폼이 호황을 누리고 있다. 지난해 11월 하나금융 경영연구소의 분석에 따르면, 국내 중고 거래 시장은 2008년 4조 원의 규모에서 재작년 약 20조 원으로 꾸준히 성장해왔다. 주요 중고 거래 플랫폼인 △당근마켓 △번개장터 △중고나라를 ‘빅3’라고 부르는데, 앱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에 따르면 그중 당근마켓은 지난해 1월을 기준으로 순 이용자 수가 전년 동월 대비 158% 증가하는 폭발적인 성장세를 기록하며 압도적인 1위 중고 거래 플랫폼으로 자리 잡았다.
중고 거래 시장이 활성화된 이유는 중고 거래가 하나의 재테크 수단으로 급부상하며 중고 제품에 대한 인식이 긍정적으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상품의 품질이 전반적으로 향상돼 중고 제품과 새 제품의 품질 차이가 크지 않고,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자 경기 침체에 대한 불안감으로 소비자의 소비 심리가 위축되며 자원 재사용, 합리적 가격 측면에서 중고 제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났다. 또한, 중고 거래 플랫폼의 편의성과 보안 시스템의 강화로 거래가 보다 쉬워지고, 커뮤니티에서 사람들과 물건을 주고받는 행위를 즐거운 경험으로 삼는 흐름이 생겨났다.
중고 거래의 활성화와 함께 희소한 한정판 중고 상품에 웃돈을 붙여 판매하는 리셀(Re-sell) 문화도 형성됐다. 이를 주도하는 층은 MZ세대로, 희소성 여부가 제품에 대한 관심과 구매 욕구에 큰 영향을 끼치는 이들의 소비 취향과 맞아떨어진다. ‘2020 번개장터 중고거래 취향 리포트’에 따르면 재작년 거래 규모가 가장 큰 품목은 스마트폰이었고, 스니커즈와 연예인 굿즈가 그 뒤를 따랐다. 리셀 문화가 더는 마니아층만의 문화가 아닌, 대중화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알 수 있다. 그러나 한정판 물품, 명품이 가지는 보복 소비, 과시 소비적 특성으로 가격 거품이 형성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빅3를 포함한 여러 중고 거래 플랫폼은 시장을 주도하기 위해 각자만의 색깔을 드러내며 브랜드 정체성을 확립하고 있다. 각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차별화된 서비스와 주 수요층이 다르다. 당근마켓은 동네 이웃을 연결하는 지역 기반 직거래가 이뤄져, 앱 사용자의 거주 동네를 인증해야 활동이 가능하다. 동네 단위 거래로 사기 피해의 소지가 적고, 지역 정보를 공유할 수 있는 커뮤니티가 형성돼 신뢰성과 교류 문화 측면에서 20~40대 여성의 니즈에 부합해 이들의 수요가 높다. 번개장터와 중고나라는 연령대와 성별에 상관없이 폭넓은 수요를 보이고 각각 번개페이, 중고나라 페이라는 자체 안전 결제 서비스를 지원해 거래 안정성을 높였다. 특히 번개장터는 쉽게 브랜드 및 카테고리를 검색할 수 있는 취향 기반 중고 거래 플랫폼으로 개편해 MZ세대의 호응을 얻었다. 중고나라는 2003년 네이버 카페에서부터 시작해 가장 많은 이용자 수와 물품 수를 기반으로 한 시장성에 강점을 가진다.
중고 거래 플랫폼의 이용자가 늘어나며, 플랫폼별 편의성과 거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새롭게 도입하고 있다. 동시에 유통기업이 기존 중고 거래 플랫폼과 협업하거나 직접 중고 거래 시장에 진출하고, 거래 대상이 다양해진 새로운 중고 거래 플랫폼이 등장했다. 당근마켓은 지역 생활 교류의 장으로 진화해 과외나 개인 클래스, 구인·구직 등의 홍보가 이뤄지고, 커뮤니티에서 포장마차의 위치 정보, 맛집 정보를 공유한다. 최근엔 집에 있는 벌레를 잡거나, 함께 고기를 먹을 사람을 구한다 등의 재밌는 사연이 SNS에서 화제가 됐다. 번개장터는 스마트폰이 가장 거래 규모가 큰 품목인 것을 고려해 중고폰 시세 조회 및 매입 서비스를 선보였다. 또한, 두 번째로 많이 거래되는 품목인 한정판 스니커즈를 전시하고 판매하는 오프라인 상점 ‘BGZT랩’을 개점했다. 스니커즈를 직접 신어볼 수 있어 온라인 중고 거래의 약점을 극복하고, 비대면 거래에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락커와 포장을 할 수 있는 공간을 마련했다. CU 편의점은 중고나라와 택배 제휴를 맺어 운임 할인 혜택을 제공하고, 중고 거래 플랫폼인 ‘파라바라’는 자체 제작한 자판기로 비대면 중고 거래를 중개한다. 그 외에도 안 쓰는 기프티콘과 작아져 맞지 않는 아이의 옷을 판매하고, 사용했던 가구를 수리 후 재판매하는 등 거래 대상을 세분화한 플랫폼도 다수 등장했다.
한편 중고 거래 시장의 규모가 커지면서 사기 행각도 빈번해졌다.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2014년부터 재작년까지 중고 거래 사기 범죄는 총 554,564건으로 피해액은 약 2,900억 원에 달한다. 이는 매일 217건의 사기 범죄로 약 1억 원의 피해액이 발생한 격이다. 중고 거래 플랫폼은 거래의 편의성을 유지하면서 사기 거래를 차단하기 위해 △자체 결제 시스템 △AI 기술 기반 모니터링 △거래 평가시스템 △안전 거래 가이드라인 배포 등으로 총력을 다하고 있다. 그런데도 코로나19 사태 이후 비대면 소비가 늘어나며, 불만 민원은 급증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민권익위원회가 민원분석시스템으로 지난 2018년 5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의 중고 거래 관련 민원을 분석한 결과, 3년간 총 14,356건의 민원이 접수됐고 월평균 민원 수는 꾸준히 증가하다 지난해에는 75.2% 급증했다.
거대 자본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과 유통기업들의 공격적 투자로 중고 거래 시장의 성장이 더욱 가속될 것으로 보인다. 시장의 과열과 함께 사기 사건이 계속 발생하고, 그로 인한 지속적인 피해가 우려되므로 신뢰할 수 있는 거래 시스템이 계속해서 구축돼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