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작가다’… 일반인 글쓰기 열풍
‘나도 작가다’… 일반인 글쓰기 열풍
  • 김지원 기자
  • 승인 2021.10.12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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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임 플랫폼 ‘온오프믹스’에서 검색된 글쓰기 강좌들(출처: 브런치 허용회 작가)
▲모임 플랫폼 ‘온오프믹스’에서 검색된 글쓰기 강좌들(출처: 브런치 허용회 작가)

2010년대의 화두는 단연코 ‘1인 크리에이터’다. 전문가는 아니더라도 독특한 개성을 살린 콘텐츠로 사람들의 관심을 끈다. 요즘 먹방과 브이로그를 비롯한 영상 콘텐츠가 넘쳐나지만, 그와 색다른 매력을 가진 글 콘텐츠가 인기다. 최근 글쓰기에 관심을 두는 사람이 많아지면서 취미와 부업으로 글을 쓰는 일반인이 증가하고 있다. 디지털 시대에 이런 아날로그 감성을 찾는 이유가 무엇일까.
글쓰기는 누구나 쉽게 시작할 수 있다. 영상 콘텐츠 역시 낮은 진입장벽으로 인기를 끌었지만, 콘텐츠의 질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이제는 카메라, 조명, 음향 장비 등에 드는 비용이 만만치 않다. 채널을 운영하기 위해 영상 편집은 물론 채널 홍보에도 신경 써야 해 초보 크리에이터가 진입하기에는 여전히 어려움이 있다. 하지만 글은 아무 생각 없이 끄적인 몇 글자도 콘텐츠가 될 수 있다. 굳이 종이책을 고집하지 않아도 된다. 웹 소설과 전자책의 상승세로 종이책을 제작하지 않아도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책을 읽는 독자들이 많다.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이하 카카오엔터)는 지난달 1일 무료 웹 소설 자유 연재 플랫폼 ‘카카오페이지 스테이지’를 정식 오픈했다. 카카오엔터는 작가 양성 프로그램을 통해 직접 신인 작가를 발굴하고, 누구든 작품을 감상하고 집필할 수 있는 자유로운 창작 환경을 제공하고 있다. 카카오의 콘텐츠 창작 플랫폼 ‘브런치’에서는 글 쓰는 능력만 있다면 일반인들도 작가 타이틀을 달고 활동할 수 있다. 또한,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라는 출판 공모전을 정기적으로 열어 선정된 작가에게 도서 출판 기회와 도서 마케팅을 지원한다. 2015년부터 진행된 이 공모전은 ‘하마터면 열심히 살 뻔 했다’와 ‘회사 체질이 아니라서요’를 비롯한 여러 베스트셀러의 작가를 배출한 작가의 등용문이다.
일반인의 글쓰기 열풍으로 도서 트렌드도 변화했다. 요즘 독자들은 유명인의 특별한 일상이 아닌, ‘보통 사람’의 소소한 이야기에 관심을 가진다. 독자들에게 자신을 밀어붙이라고 말하는 자기계발서와는 달리 일반인의 에세이는 따뜻한 공감과 위로를 준다. 다양한 직업과 경험을 가진 사람들이 자신의 일상을 담은 에세이를 출간한다. 20년간 거식증을 겪어온 이야기를 쓴 ‘삼키기 연습’처럼 투병기를 고백하거나, 유품정리사로 일한 경험을 담은 ‘죽은 자의 집 청소’와 같이 특별한 직업을 가진 일반인의 에세이가 인기다. 이에 표정훈 출판평론가는 “요즘 독자들은 가르치는 필자보다 소통, 공감하는 필자에게 더 큰 호응을 보낸다”라며 일반인의 에세이가 사랑받는 이유를 분석했다. 
글쓰기는 좋은 부업이다. 이전부터 작가라는 직업은 낭만적이지만 밥벌이로 삼기에는 힘든 직업이라는 인식이 강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작가에 대한 인식이 사뭇 바뀌었다. 베스트셀러를 출간해 막대한 수익을 창출한 작가와 대기업 사원 못지않은 수입을 거두는 파워블로거 또한 여럿 알려지면서 글도 돈이 된다는 인식이 많아졌다. 또한, N잡러의 유행과 함께 새로운 부수입원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났다. 변호사, 회사원, 의사 등 직업을 불문하고 여유 시간에 글쓰기를 통해 추가적인 수익을 창출한다. 지난 7월 웹 소설 플랫폼 ‘문피아’에서 개최한 웹 소설 공모전에는 의사, 공무원, 검사 등 다양한 직업군이 참가했으며, 역대 최다 인원이 몰렸다.
작가로 등단하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진 만큼, 글에 차별점을 두기 위해 글쓰기를 배우는 사람도 늘어났다. 성인 교육 콘텐츠 기업 ‘패스트캠퍼스’에선 베스트셀러 ‘살인자의 기억법’을 집필한 김영하 작가의 글쓰기 강의를 제공하고 있다. ‘김영하의 글쓰기 강의’를 통해 이야기를 짜임새 있게 구성하는 방법부터 글을 고쳐 쓰는 방법까지 글 쓰는 과정을 체계적으로 배울 수 있다. 온라인 강의 플랫폼 ‘클래스 101’에선 △방송 작가 △칼럼 △드라마 작가 등 여러 분야의 베테랑 전문 작가에게 글쓰기 강의를 들을 수 있다. 실전 경험을 바탕으로 글쓰기 공모전 당선 전략, 글에 대한 피드백을 주고받는 법 등 작가가 되기 위한 현실적인 조언을 준다. 
공모전을 통해 작가로 등단하는 것보다 내 이름으로 된 책을 당장 내 손 안에 넣고 싶은 사람에게도 방법은 있다. 출판사를 통하는 ‘기획출판’과 통하지 않고 출판하는 ‘자비출판’이 있다. 기획출판은 디자인, 인쇄, 유통, 마케팅까지 출판 전 과정에 대한 비용을 출판사에서 부담한다. 하지만 판매량을 예측하기 힘든 신인 작가에게는 어려울 수 있다. 자비출판은 출판사를 통하지 않고 모든 비용을 본인이 직접 충당하는 것이다. 내가 원하는 만큼 책을 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비용이 만만치 않다.
바야흐로 ‘디지털 세상’이다. 차가운 디지털 세상 속에서도 글쓰기의 인기가 나날이 뜨거워지는 것을 보며 아날로그 감성이 여전히 살아있음을 느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