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FT가 뭐길래, 훈민정음이 팔린다고?
NFT가 뭐길래, 훈민정음이 팔린다고?
  • 소예린 기자
  • 승인 2021.10.12 0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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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훈민정음 한정판 NFT 기본사항(출처: 간송미술문화재단 홈페이지)
▲훈민정음 한정판 NFT 기본사항(출처: 간송미술문화재단 홈페이지)

지난 7월 22일, 간송미술문화재단은 간송미술관에서 소장 중인 훈민정음해례본을 100개 한정의 대체불가토큰(Non-Fungible Tocken, 이하 NFT)으로 발행할 계획을 밝혔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록된 국보가 디지털 자산이 된다는 점에 화제를 모았다. ‘훈민정음 한정판 NFT(이하 훈민정음 NFT)’는 개당 1억 원에 판매됐고, 80개 이상이 팔렸다.
NFT는 블록체인에 저장된 데이터 단위로, 일렬번호를 부여받고 고유 가치에 따라 값이 결정되는 토큰이다. 따라서 모든 토큰이 같은 가치를 갖는 기존의 가상자산과는 달리, NFT는 토큰마다 가격이 다르다. 또한, 소유권이나 판매 이력이 모두 블록체인에 저장되기 때문에 복제할 수 없고 디지털 자산의 소유주를 증명한다는 장점이 있다. 지난 2월, NFT 시장 분석 플랫폼 ‘넌펀저블닷컴’에 따르면 NFT 시장의 총 자산가치 규모는 2019년 대비 약 2.5배 급증해 지난해 약 3억 3,800만 달러에 이르렀다. 넌펀저블닷컴은 “나이키와 루이비통 등 명품 브랜드에서 NFT 상품을 제작하고, 미국프로농구(NBA) 등 스포츠 분야에서 지식재산권을 활용한 NFT 카드 등이 발행되면서 시장이 커지고 있다”라며 NFT 시장의 성장 원인을 분석했다. 10초 분량의 NBA 선수 르브론 제임스의 경기 하이라이트 영상이 20만 8,000달러(약 2억 3,000만 원)에 판매되기도 했다. NFT는 그림과 사진, 음악 등을 포함해 디지털 형태로 저장될 수 있는 모든 것에 적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게임이나 예술 등 다양한 분야에서 NFT를 접목하려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예술과 NFT는 궁합이 좋다. 예술 작품에 NFT가 결합하면 작품의 판매 이력이 나타나기 때문에 소유주는 자신만의 디지털 작품을 갖는 셈이다. 특히 복제할 수 없어 희소성이 보장됨은 물론 위조 혹은 모조품의 우려가 없다. 예술 작품의 판매와 유통이 쉽다는 점도 장점이다. 지난 3월 11일 디지털 아티스트 ‘비플(Beeple)’이 NFT 기술을 적용해 제작한 콜라주 작품 ‘Everydays: The first 5000 days’가 미국 크리스티 경매에서 6,930만 달러(약 785억 원)에 팔려 디지털 예술품 판매가로 세계 기록을 세웠다. 흥미로운 점은, 이 작품이 현실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300MB 용량의 이미지 파일이라는 것이다.
비플의 작품을 시작으로 여러 디지털 예술품이 거래되고 있다. 예술 업계는 디지털 예술품이 시장의 진입장벽을 낮출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이전에는 일론 머스크의 아내이자 가수인 그라임스 머스크가 경매에 부친 ‘워 님프(War Nymph)’라는 이름의 디지털 예술품 10점이 20분 만에 도합 580만 달러(약 65억 원)에 낙찰돼 화제가 되기도 했다. 예술가 앨러나 에징턴은 갤러리에 한 번도 작품을 걸어본 적이 없으나, NFT로 자신의 작품 이미지를 온라인 경매에 올리자 16개의 이미지가 10만 캐나다 달러(약 9,000만 원)에 팔렸다. 이처럼 이전에 조명받지 못했던 예술가가 디지털 예술품을 판매하면서 재정적으로 독립하고 자신의 작품에 대한 권리를 보존할 수 있게 됐다.
다양한 디지털 예술품이 등장하는 가운데, 간송미술관에서 훈민정음해례본을 NFT로 발행하고, 발행 사실을 보증한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간송미술관은 1940년대 외국으로 유출되던 우리 문화재를 지키고 연구하기 위해 간송 전형필 선생이 만든 박물관이다. 그가 수집한 문화유산 중 12점이 국보, 10점이 보물, 4점이 서울시 지정 문화재로 지정됐다. 간송미술관 측은 이런 간송 전형필 선생의 문화보국 정신을 훈민정음 NFT에 담겠다는 취지를 알렸다. 훈민정음 NFT 발행을 통한 수익금은 문화유산 보존과 간송미술관 운영 관리를 위한 기금으로 활용될 예정이다.
국보를 NFT화 하는 것은 전례 없는 일이다. 미술계에서는 이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를 내비치기도 했는데, 국보를 상업적으로 이용한다는 점과 소유권과 관련한 문제 때문이다. 훈민정음해례본은 국민의 관심도가 높은 문화유산이기 때문에 ‘국보를 소장기관이 상업적으로 이용해도 되는가’에 대한 문제 제기가 있었다. 또한 훈민정음 NFT는 100개가 발행돼 원본성을 주장하기도 어렵다. NFT화와 관련된 명확한 규정이 아직 없는 상황이므로, 문화재청은 관련 법률을 바탕으로 종합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아직 NFT는 블록체인 유지 비용이나 저작권 분쟁 등 많은 문제를 안고 있다. 디지털 예술품에 대해서는 검은돈을 세탁하거나 거품 낀 가격으로 시장 가격을 왜곡할 수 있다는 우려 또한 남아있다. 하지만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는 만큼 과연 NFT가 미래 산업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