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의 빈곤, 고독사 사회
관계의 빈곤, 고독사 사회
  • 박지우 기자
  • 승인 2021.10.12 06: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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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대 고독사 지역·연도별 통계 및 관련 설문조사(출처: 중앙일보)
▲20~30대 고독사 지역·연도별 통계 및 관련 설문조사(출처: 중앙일보)

 

고독사란 혼자 사는 사람이 돌발적인 사고 혹은 질병 등의 이유로 사망하는 것을 의미한다. △고령화 △개인주의의 확산 △핵가족화와 같은 현대사회의 특징상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경제력이나 나이에 상관없이 고독사가 나타나고 있다. 가족이나 이웃이 있으나 본인 외의 사람이 부재중일 때 절명하게 된 경우와 가족이나 지인 없이 완전히 혼자 살다가 사망한 무연고자 사망자의 경우 모두 고독사에 해당한다. 후자의 경우는 시신의 발견 시점이 명확하지 않아 큰 사회적 문제로 부상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무연고자 사망자의 수는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무연고 사망자 수는 2,880명으로 2016년(1,820명)과 비교해 58.2% 늘었다. 또한, 65세 이상 노인이 전체 사망자의 45.1%를 차지하는 1,298명으로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많았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는 독거노인의 규모 
독거노인은 65세 이상의 1인 가구로, 통계청에 의하면 올해 독거노인 수는 약 167만 명으로 전체 노인 인구 중 19.6%를 차지한다. 이는 2000년의 독거노인 수인 54만 명과 비교했을 때 2.5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고령화로 규모가 커지고 있는 노인 인구 집단 중에서도 가장 취약한 집단이 독거노인이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같이 고령화를 일찍 경험한 다른 나라에 비해 사회보장제도가 미비해 가족이 가장 큰 사회경제적 지원자인데, 독거노인은 그런 지원을 받을 수 없다. 더불어 △신체 건강 △정신 건강 △여유롭지 않은 경제 상황 등의 어려움으로 발생하는 독거노인은 고독사 증가의 주요 원인이자 큰 사회문제로 등장했다.
통계청이 발표한 ‘국민 삶의 질 2020’ 보고서에 의하면 60세 이상이 △사회적 고립도 △상대적 빈곤율 △자살률 등의 지표에서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높은 수치를 보였다. 이와 관련해 많은 전문가는 노인 우울증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 노인이 느끼는 고독감은 주로 사회적 역할 상실에 대한 사회심리학적 고독감이다. 현재 우리 사회는 전통적 가치를 기대하는 부모 세대와 새로운 가치를 추구하는 자식 세대가 공존하는 과도기에 있어 세대 간 상호의식의 불균형으로부터 심리적 갈등이 생긴다. 다른 세대와 소통하는 기회가 적은 독거노인의 고독감 해소를 위한 특별한 대안이 필요해 보인다.

노인과 다른 ‘청년 고독사’
최근 20~30대 젊은 층의 고독사에 대한 우려가 있다. 고독사 연령층 중 노인층보다 작은 비중을 차지하지만, 그 비중이 서서히 증가하고 있다. 청년층은 실제 1인 가구 중 비중이 가장 큰 연령대로, 고독사 사례에서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율이 높고 극단적인 성향을 띈다. 코로나19 사태와 취업난이 겹치면서 전통적인 사회 안전망인 가족마저 붕괴할 경우 삶의 의지를 잃고 극단적 선택을 하는 것이다. 지난 8월 인천의 한 아파트에서 30대 남성이 극단적 선택을 하고 두 달이 지나서야 발견됐다. KBS의 ‘시사직격’ 프로그램에서 전수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지난해 4,196건의 청년 고독사 사건이 발생했고, 이는 2013년과 비교해 2.5배나 증가한 수치다. 
2018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의 ‘청년 1인 가구의 사회적 관계’ 보고서에 따르면 그들이 가족과 보내는 시간은 하루 평균 5분으로, 타인과 보내는 시간인 74분에 비해 턱없이 짧다. 소핵가족 시대가 멀지 않은 오늘날에 전통적인 가족의 복원은 어렵겠지만, 가족에 의존하는 태도도 개선이 필요하다. 여전히 사회는 일차적 안전망인 가족의 돌봄을 전제로 하고, 이런 경향이 개인의 인식과 국가 정책에 녹아있다. 또한, 사회적 돌봄은 주로 영유아 혹은 노인 등의 사회적 약자계층에 초점을 두고 있어, 누구에게도 사회적 돌봄을 받지 못하는 청년 1인 가구의 고립감은 더 심화하고 있다.

고독사 예방의 근본, 사회적 안전망 강화 
대표적인 사회 고립 문제인 고독사를 막고자 정부와 지자체에서 사회적 안전망을 강화하기 위한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고독사에 대한 전반적인 관리를 위해 지난해 ‘고독사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안’을 제정했고, 지난 4월 1일부터 시행하고 있다. 해당 법률에 따르면, 보건복지부 장관과 시·도지사는 매년 12월 31일까지 다음 해의 고독사 예방 시행계획을 제출해야 하고, 5년마다 고독사 실태조사를 진행한다. 현재 보건복지부와 지자체에서 진행하고 있는 사업으로는 △노인 안부 확인 △독거노인 안전확인 △독거노인 친구 만들기 등이 있다. 더불어 경남에서는 합천군에서 개발한 국민안심서비스 앱을 이용해 12시간 동안 휴대전화를 사용하지 않으면 등록된 자녀나 담당 공무원에게 문자 메시지가 전송되는 서비스가 확산하고 있다. 부산시에서는 도시가스 검침으로 고독사를 예방하고, 서울 서초구는 독거노인에게 맞춤 돌봄을 제공할 AI 로봇을 도입했다. 
고독사 위험에 노출된 청년 1인 가구를 돕는 사회의 제도적 장치는 상대적으로 부족하다. 전국의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자살예방센터에서 청년들의 정신 건강을 돌보는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다. 그러나 아직 정신병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회적 편견에 부담을 느껴 청년들이 쉽게 참여하지 못하고 있다. 지역 커뮤니티가 형성될 수 있는 공공 공간을 만들거나 온라인을 통한 소통 등 문턱이 낮은 새로운 전략이 요구되고 있다.

고독사 방지를 위한 정부와 지자체 주도의 사업은 복지 사각지대가 존재한다는 한계를 가지기 때문에, 이웃에 대한 따뜻한 관심이 필요하다. 더불어 공동체를 복원하려는 개인의 노력만큼이나 중요한 것이 세상과 교류하려는 1인 가구 대상자 본인의 노력이다. 고독사 방지 대책을 적극적으로 갈구하고 활용해, 가족이라는 일차적인 관계망을 넘어 부수적인 관계망을 구축해야 한다. 외로움으로 시작된 고독사는 개인 의지의 문제가 아닌, 함께 극복해나가야 할 중요한 사회적 문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