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차피 덕질할 거, 행복하게 당당하게 건강하게
어차피 덕질할 거, 행복하게 당당하게 건강하게
  • 안윤겸 기자
  • 승인 2021.10.12 05: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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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한 친구가 올해 봄부터 총대를 메고 좋아하는 배우의 서포트 광고를 추진해왔다. 벌써 두 번이 넘는 광고를 올렸다. 다른 친구는 좋아하는 아이돌의 컴백을 맞아 앨범과 미공개 포토 카드 분철 대표가 됐다. 매일 올라오는 친구들의 인스타그램 스토리에는 덕질하는 대상의 사진에 하루의 소감과 주접 한 마디가 담겨있다. 어른이 되고 많은 자유를 누릴 수 있게 되면서 더 적극적으로 덕질을 하는 친구들이 많아졌다. ‘덕질’은 어떤 분야나 물건, 사람을 열성적으로 좋아해 그와 관련된 것들을 모으거나 파고드는 일이다. 나도 덕질이라는 것을 인지하지 못하던 시절부터 무언가를 좋아하기 시작해 벌써 15년이 넘는 세월 동안 덕질을 즐겨왔다. 중고등학생 시절 그 나이대 학생들만이 할 수 있는 뜨거운 열정을 경험한 이후, 이제 내 친구들 사이에서 덕질은 당연한 취미생활로 자리잡힌 듯하다.
그런데 유달리 덕질의 몇몇 분야는 얕보이고 하대받는다. 가장 대표적인 것이 사람 덕질, 특히 연예인 덕질이다. “네가 아무리 좋아해봤자 걔넨 너 몰라”, “그렇게 시간 쓰고 돈 쓸 정성으로 다른 걸 하겠다”라는 말은 연예인 덕질하는 사람들이라면 한 번쯤은 들어봤을 것이다. 특히 나이가 많을수록 덕질하는 사람들에게 향하는 시선은 곱지 않다. 
덕후들이 덕질 대상을 사랑하는 마음은 대상이 나를 알아주기를 바라는 것이나 어린아이들이 멋모르고 하는 일탈이 아니다. 애초에 풀어 말하기에는 참 복잡한 감정이다. 덕질의 근본은 무언가를 열정적으로 좋아할 때 생기는 에너지와 행복감, 그리고 사랑이 향하는 분야를 통해 찾는 자아정체성과 소속감에 있다. 이와 더불어 자신의 꿈을 향해 달려가는 삶에 대한 자아의 투영과 동경, 그들의 성취에 따라 함께 발생하는 고양감, 마음대로 되는 것 하나 없는 세상에서 내가 쏟는 사랑과 돈이 반영되는 낭만적 상황에 대한 만족감, 그 외에도 설명할 수 없는 수많은 감정이 다층적으로 덕질에 묻어있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어떤 사람인지 안다는 것은 가히 큰 복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런 가시적인 이득을 바라지도 않으면서 순수하게 열정과 감정을 쏟아부을 기회는 쉽게 찾아오지 않는다. 이들의 열정은 누구에게도 비하 받거나 손가락질당할 이유가 없다. 열정이 독서나 고생물, 클래식을 향하든, 애니메이션과 색, 아이돌을 향하든. 어떤 상황에도 자기 자신을 ‘최애’로 둘 준비만 돼 있다면 누구든 당당하고 행복하게 덕질할 자격이 있다. 고단한 인생살이에 잠시 기쁨을 얻을 꽃다발을 사는 것이 뭐 어떤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