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대면 학생 사회의 현주소
비대면 학생 사회의 현주소
  • 김종은, 안윤겸, 장유진 기자
  • 승인 2021.06.27 2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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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대학 학부생들의 교과 외 활동 및 행사에 대한 참여도 실태
▲우리대학 학부생들의 교과 외 활동 및 행사에 대한 참여도 실태

 

우리대학은 지난해 2월부터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비대면으로 수업을 진행했고, 사태의 장기화로 비대면 수업이 올해까지 이어지면서 대면 교류가 중단된 지 1년 반이 지났다. 각종 행사가 연이어 취소되고 소규모 대면 활동에도 제약이 생겨 사실상 학생들의 대면 활동은 불가능했다. 더불어 현재 총학생회장에 이어 무은재학생회장도 공석이다. 이에 코로나19 사태로 학생 사회가 점차 침체하고 있으며, 대면 행사를 경험해보지 못한 20, 21학번 학생들이 코로나19 이전과 같이 학생 사회를 이끌 수 있을지에 대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이에 비대면 학생 사회의 현주소를 알아보고자 본지는 학부생 대상 설문조사를 진행하고 학생 단체 대표자들을 인터뷰했다.
비대면 상황으로 인해 학생 단체에서 적극적으로 활동하는 학생들의 수는 줄어들었다. 자신이 가입한 단체의 행사나 사업 기획 및 진행에 대한 참여도를 조사한 결과, 19학번 이상은 80.8%(42명)가 높다고 답했으나, 20, 21학번은 각각 62.5%(10명), 63.3%(19명)만이 높다고 응답했다. 무은재학생회 비상대책위원장 김태민(융공 20) 학우는 처음 단체장을 맡을 당시 학생 사회에 대한 낮은 이해도로 혼란을 겪었던 경험을 설명하며 주로 비대면 상황에서 활동한 20, 21학번이 활동 경험을 충분히 쌓지 못한 점이 참여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생각한다고 밝혔다. 다행히 21학번부터 비대면으로 새내기새로배움터를 경험하고 전체 학생들이 비대면 상황에 적응하면서 지난해보다 학생 단체 참여의 적극성이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학생소수자인권위원회 위원장 심미석(화학 18) 학우는 “지난해에는 위원들이 비대면 상황을 처음 경험해 활동이 매끄럽지 못하게 진행된 면이 있었지만, 올해는 비대면 활동에 적응했고 신입 위원들도 많이 가입해 내부 활동과 온라인 활동에 자발적으로 참여하고 있다”라며 지난해보다 위원들의 참여도가 향상됐다고 밝혔다.
대표자들은 총학생회와 무은재학생회 등 각종 단체에서 학생 대표자가 나오지 않는 점에 대해 대표직의 책임 과중과 비대면 상황에 의한 결속력 약화를 원인으로 꼽았다. 화학과 학생회장 기민정(화학 19) 학우는 “개인의 학업 부담이 크고 학생 수가 상대적으로 적은 사회에서 책임을 지는 위치에 오르는 것이 부담스러운 것은 당연하다”라며 책임 과중에 의한 부담에 공감의 목소리를 전했다. 또한, 비대면 상황에서 학우들의 반응과 참여 규모를 직접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어려워져 행사 참여 독려 방안을 모색하는 등의 업무가 추가로 생기면서 업무량에 대한 부담감과 비대면 상황에 따른 학생들의 사회적 결집 약화 또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기 학우의 의견과 마찬가지로 설문조사에서는 46.8%(51명)의 학생들이 업무량에 대한 부담감을, 23.9%(26명)의 학생들이 대표직의 책임 과중을 이유로 꼽았다.
코로나19 사태 이전보다 △POSTECH-KAIST 학생대제전 △해맞이한마당 △새내기새로배움터와 같은 우리대학의 주요 대면 행사들은 연이어 비대면으로 전환되거나 취소되면서 구성이 크게 변화했다. 행사지원위원회 위원장 한상현(수학 17) 학우는 “기획의 진행 순서뿐 아니라 예산 산정, 인터넷 연결, 정보 전달 방식 등을 새롭게 구성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과거 사례 없이 온라인 플랫폼으로 완전히 새로운 행사를 기획하는 데 어려움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한편, 지난해 POSTECH-KAIST 학생대제전에서 E-sports 중계가 큰 호응을 얻고 새내기새로배움터가 강연 피로도를 줄인 점을 주목받는 등 비대면 상황은 온라인 플랫폼의 활용 가능성을 확인하는 기회가 됐다고 밝혔다. 대면 행사에 참여한 적 없는 구성원들이 추후 대면 행사 기획 및 진행에서 겪을 어려움에 대해 한 학우는 “동선 구성, 인력 배치, 돌발 상황에 대한 대처 등에 어려움을 겪거나 고려해야 하는 사안을 빠뜨리는 경우가 있을 수 있으나 체크리스트 작성을 통해 방지할 수 있을 것”이라며 과거 기록물을 이용해 원활한 행사 진행에 최선을 다할 것을 전했다.
대면 행사가 줄어든 대신 비대면 상황에서 학생들의 행사 참여도는 비교적 높았다. 특히 한 번도 대면 행사를 겪어보지 않은 20학번과 21학번의 경우 비대면으로 진행된 각종 행사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고 있었다. 설문조사 결과, 비대면 행사를 3회 이상 참여한 학생의 비율은 20, 21학번이 각각 45.0%(9명), 48.6%(17명)로 19학번 이상의 27.8%(15명)에 비해 확연히 높게 나타났다. 김 학우는 “비대면 학사 일정의 영향으로 온라인 이벤트나 친목 도모에 참여하고자 하는 학우들이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라고 전했다. 또한, 학생 단체나 기구에서 진행하는 이벤트와 강연이 온라인으로 전환돼 공간적 제약과 접근 장벽이 줄어들었다는 점이 학생들의 참여도 증가에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예상된다.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대면 활동이 줄어들며 사회적 결속력은 약화됐을지라도, 여전히 학생 사회 곳곳에서는 비대면 상황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이를 극복해 나가려는 움직임이 계속되고 있다. 한편 학생 대표자가 나타나지 않는 이유는 비대면 상황 때문만이 아니라, 시간이 지남에 따라 학생 대표자에 대한 인식이 변했기 때문의 영향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학생 대표자의 업무 및 책임을 분담하고, 학생 자치의 역할과 중요성에 대해 적극적으로 홍보하며 보다 나은 방향으로 발전해 갈 학생 사회의 모습을 기대한다.